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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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성사원방(省事遠謗)

[정민의 세설신어] [229] 성사원방(省事遠謗)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9.25. 03:04 진미공(陳眉公)이 엮은 '독서경(讀書鏡)'의 한 단락이다. 송나라 때 조변(趙抃)이 물러나 한가로이 지낼 때 한 선비가 책과 폐백을 들고 찾아와 가르침을 청했다. 그는 말없이 읽던 책을 끝까지 다 마치고 나서 정색을 하고 말했다. "조정에 학교가 있고 과거 시험도 있거늘 어찌 거기서 학업을 마치지 않고 한가로이 물러나 지내는 사람에게 조정의 이해에 대해 말하라 하는가?" 선비가 황망하게 물러났다.당나라 때 산인(山人) 범지선(范知璿)이 승상 송경(宋璟)에게 자기가 지은 글을 바쳤다. 글로 그의 마음을 얻어 한자리 얻어 볼 속셈이었다. 송경이 말했다. "당신의 '양재론(良宰論)'을 보니 아첨의 ..

장항역

장항역무궁화호 막차를 타고 장항에 갔네자정이 가깝고 선산은 멀어몇 걸음 앞에 다가온 강물에 눈을 씻었네삐걱거리는 여인숙 문풍지 바람소리밤새도록 나를 울렸네끝내 아버지 고향에 가지 못하고타고 온 기차에 도망치듯 몸을 숨겼네장항역에 내렸네신성여인숙도 안 보이고 강물도 안보이네장항역은 장항에 없다네그렇지 오십년이 흘렀지월간 see 2025 6월호

유배간 남편 일으킨 시인 아내, 친구처럼 지낸 40년 금슬

유배간 남편 일으킨 시인 아내, 친구처럼 지낸 40년 금슬중앙일보입력 2025.05.30 00:18유희춘과 송덕봉 부부 이야기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우리 사이 세상에 둘도 없다 자랑치만 말고 나를 생각해 착석문을 꼭 읽어 보시구려. 군자는 광대하여 막힘이 없어야 하나니 옛날의 범(范) 군자는 밀 배를 통째로 주었다지요.”(『덕봉집(德峰集)』)친정아버지 묘비를 세우는 일로 동분서주하던 송덕봉(1521~1578)은 전라도 관찰사로 있는 남편 유희춘(1513~1577)에게 위 시와 함께 ‘착석문(斲石文)’이라는 장문의 글을 보낸다. 아버지 송준의 묘비에 사위 된 자가 남 일 보듯 뒷짐을 지고 있는 것에 부아가 난 것이다.“40, 50말 쌀이면 될 것을 귀찮게 여기니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

인문학에 묻다 2025.05.30

현자의 세상 보기

나호열 신작시 해설> 현자의 세상 보기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나호열 시인은 앞에 수식어를 붙이기 어려운 시인이다. ‘중견 시인’이라 하기에는 시력이 너무 깊고, ‘원로 시인’이라 하기에는 아직 젊고 팔팔하다. 그는 과거의 행적에 기대지 않고 항상 앞길만을 보며 아직도 자신의 시어를 갈고 닦고 있다. 그러므로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시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난만한 젊음의 열정으로 시를 쓰고 있지는 않다. 아직 어둡지 않은 눈과 귀로 세상을 보고 듣는 지혜가 그의 싱싱한 시어의 근원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시를 보자. 드라마는 정말 끝난 것일까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뉘우쳤다는 앤딩을믿을 수 없다나는 절룩거리는 생각을 끌고내가 내다버린 화살을 찾아쓰레기장으로 왔다어머나저 냄새 나는, 썩지도 않..

[우리 동네 이런 서점] [6] 연남동 스프링플레어

예술半 일상半… 베스트셀러 대신 영감을 팝니다[우리 동네 이런 서점] [6] 연남동 스프링플레어곽아람 기자입력 2025.02.26. 01:28업데이트 2025.02.26. 18:25 서점 쇼윈도 앞에 앉은 이금강 스프링플레어 매니저. 그는 “쇼윈도에 전시하는 책도 일상과 예술의 균형을 고려한다”면서 “보통 문학 2권, 실용·라이프 스타일 2권, 미술책 2권 정도를 놓고, 그 아래 아트북이나 매거진 같은 큰 책을 놓는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일상을 예술(art)로 만드는 삶의 기술(art)에 대해 이야기합니다.”서울 연남동의 독립 서점 스프링플레어(springflare·봄의 불꽃이란 의미의 조어) 인스타그램 프로필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2018년 3월 문을 연 이 서점은 ‘일상 예술 서점’을 표..

어종 5배 늘어 20종....20년 만에 자연하천처럼 바뀌는 인공하천 청계천

어종 5배 늘어 20종....20년 만에 자연하천처럼 바뀌는 인공하천 청계천박지민 기자김영우 기자입력 2025.05.27. 00:53업데이트 2025.05.27. 08:58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연합뉴스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인근. 40대 여성 2명이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심 40㎝ 청계천을 들여다보며 “물고기 진짜 많다! 돌에 붙은 이끼 같은 걸 먹고 있나 봐”라며 신기한 듯 말했다. 이들이 가리킨 곳에는 검은 가로 줄무늬를 가진 어른 손가락 길이의 돌고기 15마리가 뭉쳐 다니며 돌 가장자리에 붙은 녹조를 먹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어른 팔뚝만 한 잉어 4마리가 입을 뻐끔뻐..

최고의 글씨란 기교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 나를 버린 사람의 글씨

최고의 글씨란 기교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 나를 버린 사람의 글씨고서화와 50년 함께한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명작 80점 엄선한 '옛것에 혹하다' 펴내허윤희 기자입력 2025.05.27. 00:51업데이트 2025.05.27. 10:28 8 안중근, ‘세심대’. 1910년. 붓이 아닌 칼로 내리그은 것 같이 서늘한 기운에 압도된다. 개인 소장. /돌베개 김영복(71) 문우서림 대표는 2006년 4월 2일을 잊지 못한다. 서울 인사동에서 잔뼈 굵은 그가 KBS ‘TV쇼 진품명품’ 감정위원으로 출연한 지 1년쯤 됐을 때다. 소실된 것으로 알려진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 실물이 이날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 갔을 때 아내 홍씨가 보내온 치마..

사도세자 궁녀·추사 흔적… 바위 글씨서 역사 찾는 의사

사도세자 궁녀·추사 흔적… 바위 글씨서 역사 찾는 의사정형외과 전문의 배승호 원장유석재 기자입력 2025.05.27. 00:51 정형외과 의사인 배승호 역곡서울성모정형외과의원 원장이 서울 종로구 한 학교 구내에서 바위에 새겨진 ‘弼雲臺(필운대)’ 글씨를 설명하고 있다. 배 원장은 전국 ‘바위 글씨’의 답사기인 ‘어쩐지 나만 알 것 같은 역사’를 냈다./장경식 기자서울 인왕산 자락 배화여고 교내 뒤편 작은 공터로 가면 넓은 바위가 있는데 ‘弼雲臺(필운대)’라는 크고 붉은 글씨가 새겨진 걸 볼 수 있다. ‘구름을 돕는다’는 뜻인 ‘필운’은 ‘백사(白沙)’와 함께 조선 중기의 명신 이항복(1556~1618)의 호였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었나,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이곳으로 안내한 배승호(46) 원장..

인문학에 묻다 2025.05.27

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된다

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된다짐승·사람·기하학적인 무늬 등선사시대 삶 보여주는 바위 그림유네스코 심사기구 "등재 권고"허윤희 기자입력 2025.05.27. 00:51업데이트 2025.05.27. 09:09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확실시된다. /국가유산청 선사시대 한반도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다.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의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로부터 “한국이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권고한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이코모스로부터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반구대 암각화 중 세계 최초의 포경(고래잡이) 그림. 음각 안에..

유물과의 대화 2025.05.27

서울시청 앞 광장 줄댕강나무에 담긴 사연

서울시청 앞 광장 줄댕강나무에 담긴 사연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5.05.27. 00:05 서울시청 앞 광장을 지나다 뜻밖의 나무를 보았다. 광장 한쪽에 다 자란 나무를 심은 화분 10여 개를 갖다 놓았는데 꽃과 줄기를 보니 줄댕강나무였다.줄댕강나무는 충북 단양·제천, 강원도 영월 등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 높이 1~2미터로 자라는데 줄기에 6개의 줄이 선명하게 패어 있다. 몇 년 전 지인과 영월에 꽃 탐사를 갔을 때 보고 꽃의 빛깔과 향기에 반한 나무였다. 이 나무를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만난 것이다.서울시청 앞 광장 줄댕강나무. ◇줄기에 선명한 줄마침 꽃이 만개한 때였다. 꽃은 5~6월 새로 나온 가지 끝에서 긴 깔때기 모양으로 피는데..

원폭을 이겨낸 생명과 일본 삼대비경, 삼대정원 답사 초대

[나무편지] 원폭을 이겨낸 생명과 일본 삼대비경, 삼대정원 답사 초대 ★ 1,289번째 《나무편지》 ★ 지난 번 《나무편지》에 소개한 천년 원시림으로의 세계적 순례길 트레킹에 보내주신 성원에 고마움의 인사부터 올립니다.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또 하나의 명소를 찾아가는 답사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여행사 ‘하나투어’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여행사에서 붙인 이 프로그램의 공식 이름은 [‘고규홍 교수와 함께하는’ 일본 히로시마 하이킹 4일]이고, 덧붙이는 태그로 #히로시마은행나무 #미야지마 #미센원시림 #고라쿠엔정원 등을 보탰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그 프로그램 페이지로 이동하실 수 있고, 직접 참가 신청 예약도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

김수영 시인 아내 김현경 여사 별세

[부음] 김수영 시인 아내 김현경 여사 별세이태훈 기자입력 2025.05.23. 00:51업데이트 2025.05.23. 12:41 남편 김수영 시인의 타계 50주기였던 2018년 당시 경기 용인 자택에서 김수영 시인이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출강 시절 쓴 강의 노트를 펼쳐 보이는 김현경씨. 김씨는 “남편이 원고 준비부터 억양까지 연극 무대처럼 강의를 준비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DB시 ‘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등을 쓴 김수영(1921~1968) 시인의 아내 김현경(98) 여사가 22일 별세했다. 고인은 시인 남편의 비평가이자 문학적 동반자였고, 김수영의 시를 세상에 널리 알린 주역이기도 했다.진명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영문과에서 문학을 공부한 고인은 10대 문학 소녀 시절 김수영을 만나 ..

아첨해서 총애받은 신하, 폐행

국왕 믿고 무소불위 권력 행사, 살길 찾아 나라 파는 짓까지중앙일보 입력 2025.05.23 00:26 업데이트 2025.05.23 03:15아첨해서 총애받은 신하, 폐행이익주 역사학자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좋은 이름만 남기겠나. 명예로운 이름을 역사에 남기고 존경받는 사람도 있지만, 오명(汚名)을 남기고 길이길이 비난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고려시대에도 그랬다. 고려 500년의 인명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고려사』 열전에는 1000여 명의 전기가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는 오명으로 남은 경우도 있다. 왕조 시대 나쁜 사람의 전기, 악인(惡人) 열전은 대체로 간신전(姦臣傳)과 반역전(叛逆傳)으로 구성된다. 간신전은 간사함으로 임금을 그르치고..

대한민국, 쇠락의 길로 들어서는가

대한민국, 쇠락의 길로 들어서는가중앙일보입력 2025.05.23 00:30업데이트 2025.05.23 11:52최진석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교장세상사 어느 것도 생로병사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영원할 것처럼 보이던 로마제국도 생로병사의 원칙을 증명하고 사라졌다. 고구려도, 고려도, 조선도 사라졌다. 인류마저도 생로병사를 겪다 멸종하는 때가 있다. 생로병사의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가가 관전 포인트일 뿐이다. 허약하게 태어난 사람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짧게 겪을 것이다. 중간에 ‘각성’하여 노력을 기울이면 그 과정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각성’이 쉽지 않다. 나라도 그렇다. 허약하게 태어난 나라(후진국)와 강하게 태어난 나라(선도국)는 생로병사를 겪는 기간이나 과정이 다르다.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중진국 함..

인문학에 묻다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