跋文 화양연화 花樣年華를 꿈꾸는 푸른 절망 나호열(시인· 문화평론가) 1. 몇 년 전인가?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한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구슬픈 대금 大笒에 소리를 얹고 있었다. 베틀에 걸려 실이 되어가는 가녀리고 질긴 울음이 맺혀있는 노래는 참으로 청아했다. 우연히 마주친 그 생소한 노래가 시조창 時調唱, 멀리 있는 정인 情人에게 보내는 그리움을 기러기에 전하는 여창지름이고 그 시조창의 가객 歌客이 시인 김규리라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그 이후,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이웃 지방에서 태어나고 시를 쓴다는 이유로 동향 同鄕의 여러 모임에서 마주칠 수도 있었을 것이나 이제야 시절인연으로 시집詩集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이 또한 소중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2. 김규리 시인의 시집 『푸른 절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