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내가 쓴 시인론·시평 197

김규리 시집 『푸른 절망』:화양연화 花樣年華를 꿈꾸는 푸른 절망

跋文 화양연화 花樣年華를 꿈꾸는 푸른 절망 나호열(시인· 문화평론가) 1. 몇 년 전인가?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한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구슬픈 대금 大笒에 소리를 얹고 있었다. 베틀에 걸려 실이 되어가는 가녀리고 질긴 울음이 맺혀있는 노래는 참으로 청아했다. 우연히 마주친 그 생소한 노래가 시조창 時調唱, 멀리 있는 정인 情人에게 보내는 그리움을 기러기에 전하는 여창지름이고 그 시조창의 가객 歌客이 시인 김규리라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그 이후,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이웃 지방에서 태어나고 시를 쓴다는 이유로 동향 同鄕의 여러 모임에서 마주칠 수도 있었을 것이나 이제야 시절인연으로 시집詩集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이 또한 소중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2. 김규리 시인의 시집 『푸른 절망..

정숙 시집 『연인, 있어요』 :처용 아내와 섹슈얼리티 Sexuality

처용 아내와 섹슈얼리티 Sexuality 나호열(시인) - 모든 사람을 대함에 있어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서 대하고 결코 수단으로서 사용하지 않도록 행위 하라- 칸트 Kant 스스로 처용 아내임을 선언하면서 90년대 시단에 등장한 정숙 시인은 처용 處容을 모티브로 한 시와 시극, 나아가서 SNS를 통한 호작질 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보여 주었다. 이번의 여덟 번째 시집 『연인, 있어요』는 시인의 삼십 여 년의 시업을 집약하면서 시인이 집요하게 추구해온 시의 주제의식을 보다 분명하게 밝히는 시집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부연하면 남성중심사회의 상징과 같은 처용과 역신 疫神, 역신과 동침한 처용의 아내,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불구 不具로 남아 있는 성性의 통념을 가로지르면서 해방 이후부..

조정애 시집 『슬픔에도 언니가 있다』/ 만절필동 萬折必東의 사랑을 찾다

만절필동 萬折必東의 사랑을 찾다 나호열(시인) 사랑이란 우주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다. - 잘랄루딘 루미(Jalal ad-Din Muhammad Rumi·1207~1273) 편편의 시와 달리 시집 詩集은 알게 모르게 시인의 생애를 관류 貫流하는 강과 같은 것이다. 어디를 잘라내어도 시인이 살아온 시공간이 오롯이 드..

김정희 시집『혼자가 아니라서 더 예쁘다 : 봄꽃, 고래, 여럿이 부르는 노래

跋文 봄꽃, 고래, 여럿이 부르는 노래 나호열 (시인, 한국문인협회 표절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시와 시인 한 편의 시는 그 시가 담고 있는 내용과 형식 그리고 비유의 적절성에 의해 그 값어치를 평가 받는다. 그에 비해 한 권의 시집은 개별 작품의 수월성을 넘어서서 마치 완성된 그림조..

강치두 시집 : 『남자의 가방』:만물동근 萬物同根의 슬픔을 풀어내는 서사 敍事詩

만물동근 萬物同根의 슬픔을 풀어내는 서사 敍事詩 나호열(시인) 1. 한 편의 시는 시인 詩人이 부르는 고해 告解이며 다른 이들의 슬픔과 아픔을 대신 울어주는 곡비 哭婢이다. 한 편의 시와 시인과 독자의 행복한 만남은 시인이 지니고 있는 감성이 조작된 감정의 몰입으로 넘쳐나지 않고..

편부경 시집 『독도 우체국』: 독도를 사랑하다 독도가 되어버린 한 시인의 기록

독도를 사랑하다 독도가 되어버린 한 시인의 기록 나호열 ․ 시인 ․ 독도사랑협의회 회장 그렇다면 시인이 온 뜻과 정신을 다해 쓰는 시란 무엇일까요? 그것이 과연 밥벌이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아무도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시 쓰는 일이란 자신과 싸우는 일이고 ..

이희철 시집 『씨앗 하나에서 자라는 추억』: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跋文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나호열․ 시인 1. 예부터 우리는 ‘산에 오른다’는 말 보다 ‘산에 든다’라는 말로 가려서 썼다. 들판은 적고 산이 많은 나라에서 산은 삶의 양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위험을 막아주는 피난처, 기도의 장소, 나아가서는 경배의 대상으로 우리의 심성 속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