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一喜一悲 일희일비 一喜一悲 거목은 어지간한 바람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거목도 거센 풍우를 견뎌내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가까운 이웃들이, 등을 돌렸던 경쟁자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병마에 신음하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울컥거린다. 열심히 사는 것과 악.. 혼자 중얼거리다 2011.08.12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25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25 꽃이 피었다 진다 등불이 흔들린다 꺼진다 물소리 흐르다 그친다 문이 열렸다 닫힌다 그것들은 말하지 않는다 단지 빛나기 위해 별들은 어둠이 필요하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2011.08.12
모양성에서 2 모양성에서 2 / 나호열 여기 이 자리에 그대가 서 있었고 저기 저만큼 그 때, 그대가 걸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여, 체온이 닿지 않는 사랑은 쓸쓸하다.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곳 그 어디인가, 튼튼한 기둥이기를, 비바람 막 아줄 벽과 지붕이기를 우리 약속하지 않았던가, 추억..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8.12
모양성에서 1 모양성에서 1 / 나호열 무너지고 틈 갈라지고 그 사이에 잡초 우거지고 그래 도 서운해 하지 말일 꺾이고 깨지고 풀어지는 판소리 한마당 가득하여 발길 이 깊으니 망루에 올라 할일없이 낮잠 든 노인네들 눈앞이 캄캄 하다 손길 발길 닿지 않으니 사람때 끼지 않아 벌서고 있는 공적비 누가 기억하고 ..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8.11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23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23 흐린날 나는 먼저 젖는다 귀가 커져가는 우울 앞에서 일기예보는 내일을 이야기 한다 더 흐리거나 더 낮게 구부리거나 아무 일도 아닌 한 生涯를 읽다가 복권을 고르던 시린 눈으로 창밖을 본다 木手의 꿈 보다는 청소부의 현실이 더 꿈 같은 적막이 젖고 있는데 무슨 일.. 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2011.08.11
패닉 크리스털 패닉 크리스털 이대연 1. 어항은 바닥이 좁고 통이 넓다. 밑이 조금 잘려나간 타원형이다. 어항 입에 물결 모양 장식이 있다. 열대어 상점 주인의 말대로라면 어항은 특수 코팅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 안에 열대어 다섯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남국의 어느 사파이어빛 바닷물 .. 산문 읽기(소설과 수필) 2011.08.11
山幕 山幕 / 나호열 영양에서 봉화장 가는 군내버스 쉬엄쉬엄 일월산 고개 턱에 그예 펄썩 주저않는다. 무임승차한 해는 봉화 쪽으 로 서둘러 기울고 주막 여주인은 방금 소주 한 병을 딴 다. 에따 나도 한 잔 주쇼,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내려갈 란다, 서둘러 山菊이 화장을 지우고 31번 국도도 따라서 파장..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8.09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7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7 당신이 주신 기쁨 아직 꽃 피우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주신 슬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겨울이므로 기다림의 자세 그대로 입니다 혈관 속으로 맑은 바람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한 눈금씩 차오르는 눈물은 아직 가슴에 머물고 있습니다 당신이 주신 기쁨 어떤 꽃으로 피.. 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2011.08.09
불모의 현실과 너그러운 말 불모의 현실과 너그러운 말 황현산 우리 시가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나는 이런 질문을 별로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그 질문의 진지성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질문자는 머릿속에 그 대답을 미리 마련해 놓고 상대방의 찬반을 확인하려 .. 시창작 도움자료 2011.08.07
둥근 시 10년쯤 거실을 차지했던 소파를 치웠다. 귀티나던 그 소파에서 잠들고 깨어나던 날들이 그 얼마이던가! 가죽이 벗겨지고 조금씩 낡아가고 드디어 버려도 아깝지 않다고 수거비 만 원 주고 기꺼이 버렸다. 등을 내주고 편안함을 주던 그 소파처럼, 나도 언젠가는 세월에 밀려가겠지... 하루하루가 전쟁.. 혼자 중얼거리다 2011.08.07
깊은 산에서의 일박 깊은 산에서의 일박 / 나호열 다시 돌아 오겠는가 무거운 등짐 어디다 풀어놓고 이제 하룻밤 잠을 즐기려는가 호반새 울어 내일 큰 물지면 길도 끊겨 나도 산으로 가야 하는데 부끄러워라 어리석은 양초 몇 자루 되돌아 올 지도 버려야지 하면서 또 한 모금 삼키는 갈증의 텃밭 가까이 되돌아 먼 산을 ..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 2011.08.07
동행 동행 / 나호열 그는 남산을 천천히 걸어 올라 갔고 나는 다시 침침한 지하도를 더듬거리며 내려왔다 앞으로 한동안은 잊어버릴 것이다 먼지처럼 가볍게 모이를 찾아 내려오는 비둘기들이 백지위에 더러운 발자국을 남기고 흩어졌다 휘발되지 않는 상처를 나눠 가지며 우리는 똑같은 무게의 하늘을 쳐.. 망각은 하얗다 1991 2011.08.07
사과 사과 / 나호열 바람에 흔들리는 혼불 다가가서 보면 주먹만한 햇살덩이 청송에서 영양가는 31번 국도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얼굴 붉어지던 여자 깨물어보고 싶던 앙큼한 속살 지금 언뜻 광주리 좌판에 먼지 뒤집어 쓴 저 청승스런 신맛!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8.07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4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4 비가 후박나무 앞에 잠시 머물렀다 눈물 한 방울 드넓은 대지를 적시지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뿌리를 향하여 가는 한 생애에 발걸음을 남긴다 만리 밖에서 어느 사람이 활짝 웃을 때 마침 봉오리를 터뜨리는 꽃을 내가 보듯이 오늘밤 내리는 성긴 빗소리는 또 누구의 울.. 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2011.08.07
자작나무 미술관 "자작나무 숲을 가꾸며 방황은 끝났다" 농부 사진가… '횡성 토박이 원종호' 풀 베고, 사진 찍고… 하루하루 자작나무처럼 삽니다 원종호는 횡성 토박이다. 올해 쉰일곱 살이다. 강원도 횡성 우천면 두곡리에서 태어나 생의 대부분을 횡성에서 보냈다. 정주(定住)의 삶을 살았으되 그가 품은 삶의 폭은 ..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11.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