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깎다가 포착한 성적인 은유 사과를 깎다가 포착한 성적인 은유 장석주 시인 문학평론가 사과깎기 서정춘 사과를 깎는 일만 능사가 아니다 이것 봐라 이것 봐라 니켈 나이프를 번쩍번쩍 핥으며 즐거운 노래가 기어나오고 있어 과향을 풀어 주는 눈먼 꽃뱀 한 마리 과육을 갈라 보면 꽃뱀의 눈깔이 씨방 속에 처박힌다 파 버릴까 .. 시창작 도움자료 2011.09.02
성모와 관음 원로조각가 최종태 교수, 에세이집서 두 ‘큰 어른’ 임종 전 모습 회고 문병객들을 되레 웃겼던 金추기경…‘죽음은 통과의례’ 달관한 법정스님… 25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 앞마당에서 자신이 조각한 관세음보살상 앞에 서 있는 조각가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 성모상을 닮아 유명해진 이 관음상..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11.09.01
가을 편지 · 2 가을 편지 · 2 / 나호열 구월 바닷가에 써 놓은 나의 이름이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동안 구월 아무도 모르게 산에서는 낙엽이 진다 잊혀진 얼굴 잊혀진 이름 한아름 터지게 가슴에 안고 구월 밀물처럼 와서 창 하나를 맑게 닦아 놓고 간다 칼과 집 1993 2011.08.31
녹색 시를 위한 반성 녹색 시를 위한 반성 / 나호열 몇 달 전인가, 평론과 시를 쓰는 젊은 교수가 녹색 시에 대해서 한 마디 말을 거들었다. 요즈음 세태가 환경이니 생태니 하면서 많이들 떠들어대는데, 그게 영 실속이 없다는 요지였다. 녹색이 뭐냐? 그것 또한 인간의 오만한 주관에서 비롯된 것. 아니 어느 동물이, 심지..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11.08.30
떠난다는 것은 / 나호열 떠난다는 것은 / 나호열 그리웁다는 것은 그 무엇이 멀리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함께 동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행하면서도 등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등 돌린 채로 등 돌린 채로 아무리 불러봐도 뒤돌아 보지 않는 것이다 그리웁다는 것은 아직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대가 있어 아..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8.30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28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28 티끌 하나 만큼의 무게로 가만히 내려 앉아도 억 만 겁 침묵보다도 깊이 느껴지는 사람아 티끌 하나 만큼의 넓이로 숨을 듯 차지하는 마음도 넘쳐나는 그릇의 정갈한 물만큼 부끄러워지는 사람아 그윽한 종소리의 파문처럼 그대는 어디에서 와서 날아가는 새의 흔적을 .. 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2011.08.29
강화섬 강화섬 / 나호열 마리, 고려 쌍 돛대에 푸른 바람을 가득 먹여도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뭍을 떠나지 못하는 배 강화섬은 그렇게 떠 있다 아득한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참성단과 지석묘 그 사이에 웃음보다는 울음이 질펀하게 깔린 땅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아프게 삭인 눈물이 하도 많아 가슴..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8.29
자연을 응시하는 문학의 몇 가지 태도 자연을 응시하는 문학의 몇 가지 태도 나호열 1. 지난 여름은 참혹했다. 며칠 동안의 폭우는 산을 무너뜨리고 먼 바다를 지나가는 태풍은 연안의 어장 漁場과 논과 밭을 휩쓸었다. 도시 산간을 막론하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재산의 손실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듯이 오늘의 ..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11.08.24
정년에서 *시벗까지 이 글은 도봉문화원 시창작교실에서 시공부를 하고 계신 어느 분의 글이다. ‘자화상’이란 제목으로 시 한 편씩을 써 오기로 했는데 이 분은 산문으로 작성을 해 오셨다.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마당에 이제 “늙음”은 젊거나 늙어가거나,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를 막론하고 깊이 궁구해 보아야..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11.08.19
부처의 손 부처의 손 저마다 다른 불상 손 모양, 깨달음의 메시지도 다 다르다네요 백성호 기자 관조(觀照·1943~2006) 스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불교 사진작가입니다. 생전에 스님은 “사진은 불교의 진수를 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13일까지 강원도 춘천의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 유물과의 대화 2011.08.19
산다는 것 산다는 것 내가 사는 곳은 서울에서 가난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서울의 끝 동네이다. 벌써 30년이 넘게 인수봉에 눈 맞추고 도봉을 손짓하며 살고 있다. 인연이란 묘한 것이어서 우연치 않게 지역 문화원에서 시창작 강의를 하게 된 것도 6년이 넘어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일 년 열 두 달 연중.. 혼자 중얼거리다 2011.08.19
밤길 밤길 어머니 앞서 가시고 잰 걸음으로 나는 뒤좇아 가고 달빛이 앞서 가고 발자국 소리가 땀을 흘렸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아무도 없는 대문 앞에서 어머니는 오래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1.08.17
맹목적인 '親환경'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맹목적인 '親환경'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 이덕환 서강대 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녹색' '친환경' 내세운 정책이 사태 악화시키는 경우 많아 기후변화로 몸살 앓는 것은 지구가 아니라 연약한 우리들, 지구 구하자는 허황된 얘기 말고 환경변화 적응하는 노력 힘써야 자연이 정말 이상하다. 사.. 문화평론 2011.08.16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27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27 나는 그대에게 닿았습니다 긴 여행이었을까요 피로로 지친 눈을 쉬게 해주고 때묻은 신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삐걱이는 나무의자, 그리고 당신은 알맞은 바람이었고 당신이 마련한 들판엔 배고픈 나그네를 위하여 거두어 들이지 않은 이삭이 남아 있었습니다 더 이상 갈 .. 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2011.08.14
추억, 남당리 추억, 남당리/ 나호열 지금, 바다로 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벼랑 끝의 향기 그에게서는 잘 익은 사과술 내음이 난다 추억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 때도 있지만 끈질긴 추억의 힘은 더디게, 때로는 숨차도록 저 편, 멈추어 선 시간의 묘지로 이끈다 나는 추억을 경멸한다. 헝크러진 머리 속은 비워지지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