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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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쓰러진 한 아이…” 운명 예감 이한열 ‘시참’에 전율

“여름에 쓰러진 한 아이…” 운명 예감 이한열 ‘시참’에 전율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12 00:20 시로 읽는 세상 ‘한열이를 살려내라’란 문구가 적힌 판화 조형물. [뉴스1] 무심코 한 말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를 두고 ‘말이 씨가 된다’고 한다. 이때 말과 사실 사이에는 뚜렷한 논리의 고리가 없다. 공교롭고 기막힌 우연의 개입이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만 할까. 씨가 되는 말은 말한 이의 성격과 습벽, 그가 처한 특별한 형편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시에도 이런 일이 있다. ‘시참(詩讖)’이 그것이다. 별생각 없이 적은 내용이 뒷일과 일치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신을 점할 운세가 자기도 모르게 누설되는 셈인데, 물론 인과관계는 찾기 어렵다. ‘참’자에는 ‘예언’이란 뜻이 있고 예언의 ..

미지의 언어, 재생의 소리들- 21세기 현대시의 동향 /김선주

미지의 언어, 재생의 소리들 - 21세기 현대시의 동향 김선주(문학평론가) 1. 존재 은폐의 명명법 1세기 이후의 세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또 1세기 이전의 시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100년 전의 세계는 역사에 기록되어 있기에 1세기 후의 시대가 처해 있는 비구체성에서 그나마 자유롭다. 이 사실과 더불어 역사를 통해 한 가지 공포와 마주친다. 나의 세기는 1세기 전에도 1세기 후에도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시간은 두 세기의 위치를 능숙하게 바꿔치기했고 나의 이 삶은 순전히 시간성에 기대어 있다. 나는 여기 있고 저들은 종이 표피 위에 박제됐다. 훗날 나도 그 전철을 밟게 되리라. 그런데 그 종이 표피, 이른바 텍스트성에도 실로 놀라운 공포가 숨겨져 있다. 역사 서술자는 숙명적으로 부..

공자의 생활난에 대하여 / 정병근

공자의 생활난 / 김수영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 나는 발산한 형상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 국수 – 이태리어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석성을 .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김수영, 전문 ----------------------------------- 김수영 시인의 시 은 그가 막 등단한 무렵(1945년)에 쓴 것이다. 난해하다는 이유로 평론가들 사이에 여러 해석을 불러오는데, 시의 앞에 나오는 두 문장이 그 핵심이다.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한 형상..

“여름에 쓰러진 한 아이…” 운명 예감 이한열 ‘시참’에 전율

“여름에 쓰러진 한 아이…” 운명 예감 이한열 ‘시참’에 전율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12 00:20 수정 2021.06.12 01:12 시로 읽는 세상 ‘한열이를 살려내라’란 문구가 적힌 판화 조형물. [뉴스1] 무심코 한 말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를 두고 ‘말이 씨가 된다’고 한다. 이때 말과 사실 사이에는 뚜렷한 논리의 고리가 없다. 공교롭고 기막힌 우연의 개입이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만 할까. 씨가 되는 말은 말한 이의 성격과 습벽, 그가 처한 특별한 형편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이한열 ‘비망록’ 최루탄 맞아 숨진 ‘6월 항쟁’ 암시 윤동주 ‘참회록’ 운석 밑을 걷는 ‘슬픈 사람’ 묘사 김수영 ‘이상한 도적’ 시구처럼 ‘마흔 여덟’에 세상 떠나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

오늘의 시란 무엇인가

오늘의 시란 무엇인가 이충이(시인·{시와산문} 발행인) 1. '녹색시'는 '오늘의 시'다 포이에티케Poietike는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2천 3백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을 모방mimesis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술' 즉 시를 쓰는 기술을 포이에티케라고 말했다.‘그때 거기’이후 오랜 역사를 거쳐서 '지금 여기'에 도달한 오늘의 시詩는 1930년대 이전까지 감성의 서정시와 1930년대 이후 지성의 현대시로 변화했고, 20세기 말의 사유와 그 이후 치유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언어의 구조물로 다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오랜 변화를 통하여 오늘의 시인은 궁극적으로 사유와 치유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poietes'이 되었다. 우리는 시詩라고 고집하는 서정시와 관념시, 대중시와 신서정시 ..

80세 늦깎이 시인의 애틋한 사부곡

80세 늦깎이 시인의 애틋한 사부곡 [중앙선데이] 입력 2021.04.23 14:05 여든살에 첫 시집을 낸 성옥분 시인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시는 어디서 오나. 시인은 어떨 때 시심(詩心)에 사로잡히나. 1941년생, 올해 여든살인 시인 성옥분씨의 시 쓰기는 그리움에서 비롯된다. 대상이 없는 막연한 그리움이 아니다. 생전 난초를 사랑하고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다. 2013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요즘 기준으로는 천수를 누렸다고 하기 어려운 일흔여덟이었다. 성 시인은 이런 얘기를 담담히 전하며 지금도 목에 멘다. "왜 시를 썼느냐 하면…아이들 아버지가 2013년에 돌아가니까, 그러니까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고 ..

남진우 시인, 산문시집으로 ‘김종삼 시문학상’

“섬광 같은 이미지의 산문詩… 40년이 번갯불처럼 지나가” 등단 40주년 맞은 남진우 시인, 산문시집으로 ‘김종삼 시문학상’ “소설과는 다른 시적 허구 추구”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입력 2021.01.20 03:00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남진우(61) 시인이 최근 제4회 김종삼 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인이 산문시 68편으로 꾸민 여섯 번째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시인은 “번갯불처럼 40년이 지나갔다”면서 수상작에 대해 “일관되게 시의 산문성과 이야기를 밀고 나가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쓴 시를 모았다”고 밝혔다. “시는 태생적으로 이야기를 지녔고, 소설이 보여줄 수 없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허구”라고 풀이한 남진우 시인. /남강호 기자 시인은 응축된 언어로 밀도 ..

서정주의 ‘눈섭’ 윤동주의 ‘바람’…시련 견뎌내는 소망 담아

서정주의 ‘눈섭’ 윤동주의 ‘바람’…시련 견뎌내는 소망 담아 [중앙선데이] 입력 2020.11.14 00:21 | 711호 24면 시로 읽는 세상 시로 읽는 세상 언어영역 문학 문제의 풀이를 두고 어느 국어 교사와 대화를 나눈 뒤에 궁금증이 생겨, 문학 교과서들을 이곳저곳 들추어 보았다. 그러다가 오래 읽어 온 두 작품의 설명에서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들을 만났다. 시를 지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 시들을 이분들의 작품세계와 관련지어 더 숙고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50대 명장 ‘동천’ 20대 청년 ‘서시’ ‘눈섭’은 초승달 아닌 보름달 비유 혼란 수습된 뒤 고요의 순간 그려 ‘바람’은 어두운 시대의 엄습 표현 부정적 시련 아닌 하나님의 말씀 코로나로 어..

우리는 왜 시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왜 시를 사랑하는가 정호승 우리들은 누구나 가슴에서 치솟아 오르는 시의 덩어리들을 하나씩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순간 그 자체가 하나의 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의 감격이 있는 시를 우리가 평생 동안에 한편이라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큰 기쁨이겠습니까?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것을 보면서 문득 몇 년 전 백두산 천지에 갔을 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1989년경 중국 땅을 통해서 백두산 천지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천지를 바라보면서 ‘아! 이 천지는 절대자가 쓴 시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우러났습니다.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나면서, 북한이 우리들에게 준 어떤 감동과 같은 것이 가슴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화작가 정채봉 씨가 쓴 짧은..

지구에 ‘월세’ 사는 인간…‘나만 살면 그만’ 행태 탓 고통

지구에 ‘월세’ 사는 인간…‘나만 살면 그만’ 행태 탓 고통 [중앙선데이] 입력 2020.09.12 00:21 시로 읽는 세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는 시절을 반년 넘게 견디고 있다. ‘코로나 19’는 인간에게 ‘움직이지 마라, 모이지 마라’고 명령한다. 그것은 우리의 제반 활동을 억누르고, 사회 시스템과 생활 방식을 허물고, 그래서 이 문명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는 듯하다. 백신 없는 시대에 방역 수칙을 따라 외출을 줄이고 모임을 취소하며, 외로운 짐승처럼 들어앉아 TV를 켜 놓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린다. 이따금 예전처럼 마음껏 활보하고 싶고 지인들을 만나고 싶어지다가는 불현듯 아, 내가 지구란 곳에 살고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기회주의 꼬집은 황지우 ‘겨울 산’ ..

제주 화가 강요배 “삶과 예술 둘다 천천히, 정직하게 가야”

제주 화가 강요배 “삶과 예술 둘다 천천히, 정직하게 가야” [중앙일보] 입력 2020.09.10 00:03 | 강요배 작가는 ’제주는 섬 전체가 생태적 조화를 이룬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같다. 한라산 자락에서 푸른 밤하늘을 보면 우주의 큰 집에 살고 있음이 실감 난다“고 했다. 한조 Ⅱ, 캔버스에 아크릴, 2018. [사진 돌베개] “내가 화가다, 예술을 한다, 그런 건 다 둘째 문제에요. 중요한 건 인생 공부입니다. 그동안 그림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작업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림이란 것, 결국 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죠.” 화단 45년 첫 산문집 『풍경의 깊이』 사람·역사·자연 향한 따뜻한 시선 “투명구슬처럼 내 생각 보이는 글들” “1992년 고향 제주도로 돌아갔어요. 그곳이 가장 자유롭고 편한 곳이어..

'박경리의 말'

개미 뫼 문지듯 읽으면 들립니다, 살아 꿈틀대는 土地의 문장 조선일보 입력 2020.08.05 05:00 | 수정 2020.08.05 07:22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40] '박경리의 말' 낸 김연숙 교수 "사투리를 '토지'로 한 번 배우고, 할머니를 통해 두 번 배웠다." 김연숙(52)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의 소설 '토지' 읽기 강의 수강생이 남긴 글이다. 박경리 작가가 쓴 '토지'는 경남 하동 평사리의 최 참판댁을 중심으로 1897년부터 1945년까지의 한국 근대사를 아우르는 대하소설이다. 김 교수의 토지 읽기 수업은 2012년 수강생 20명 남짓한 소규모로 시작해 강의 평점 최고점을 기록하며 지금은 수강생이 60여 명으로 늘었다. 9년 동..

"괜찮아유"에 담긴 충청의 능청

푹 빠졌죠… "괜찮아유"에 담긴 충청의 능청 조선일보 입력 2020.07.29 05:01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안상윤(66)씨는 KBS 초년 기자 시절이었던 1980년대 중반 인기 시사프로 '추적 60분'에 합류했다. 매주 출연하다 보니 알은체하는 사람도 늘어났는데, 압권은 충남 천안에서 만난 택시 기사였다. 뒷자리에 앉은 안씨를 거울로 힐끔 보더니 "맞쥬?" 하더란 것이다. 'TV에 나오는 그 사람 맞느냐'는 물음을 두 글자로 줄여버린 화법에 탄복한 안씨는 충청도 언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올해 5월 그간의 탐구를 모은 책 '충청도는 왜 웃긴가?'를 펴냈다. ‘충청도는 왜 웃긴가?’를 펼쳐 들고 웃는 안상윤씨. “충청도 사람처럼..

지금 이 순간, 그리하여 젊은 시인들을 위하여

지금 이 순간, 그리하여 젊은 시인들을 위하여 조동범 오늘날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연 시는 여전히 유효한 그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아직 시의 힘을 믿고 있지만 반대로 그것의 허망함을 역시 잘 알고 있다. 시는 분명 이 시대에도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지만 이제 시가 과거의 영예나 힘을 발휘하고 누릴 수 있다고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시는 우리가 추구하고 도달하고 싶은 이상적 세계를 표상하지만 정작 그곳에 다다를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시의 세계를 믿고 꿈꾸며 시를 쓰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절대적인 수는 많지 않지만 시를 읽는 독자 역시 적다고 할 수 만은 없다. 시인들은 자신이 꿈꾸는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여전히 노력한다.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