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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병률 “여행해야 피 돌고 숨 트여… 영감 떠오르면 냅킨에도 쓴다”

시인 이병률 “여행해야 피 돌고 숨 트여… 영감 떠오르면 냅킨에도 쓴다” [파워라이터] [2] 200만부 작가 이병률 이영관 기자 입력 2023.04.11. 03:00업데이트 2023.04.11. 06:49 이병률 시인은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질이다. 언젠가 사진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원생활 시인 이병률(56)의 옷 주머니에는 수많은 종이가 들어 있다. 비행기에서 와인 한잔 마시며 꺼낸 위생 봉투, 카페 냅킨, 영수증 뒷면…. 모든 종이는 그의 원고지다. 비에 젖거나 수년 지나 발견되기도 한다. 시인은 “메모를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고, 무엇을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게 오히려 재미있다”고 했다. 100만부 팔린 여행 에세이 ‘끌림’(2005)은 ..

늦게 온 소포

[시(詩)와 사색] 늦게 온 소포 중앙선데이 입력 2023.03.25 00:20 업데이트 2023.03.25 02:36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늦게 온 소포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니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집 뒤따메 올..

오에 겐자부로를 추모하며… 정과리 연세대 교수 특별기고

“지옥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았던… 그의 삶과 문학에 경의를” 오에 겐자부로를 추모하며… 정과리 연세대 교수 특별기고 정과리 연세대 교수·동인문학상 심사위원 입력 2023.03.15. 03:00 지난 3일 별세한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일본 작가로는 두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일본의 자유주의와 진보를 상징하는 실천적 작가로 꼽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가 돌아가셨다. 그는 1958년 약관 23세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으면서 일본의 일급 소설가로 부상하였고,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음으로써 세계 대문호의 반열에 등록하였다. 동시에 그는 세계 평화운동과 핵반대운동, 그리고 모든 피해자, 소수자, 장애인들의 ‘생명권’을 옹호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는 적어도 세 가지 이유로 오..

[시(詩)와 사색]

[시(詩)와 사색] 중앙선데이 입력 2023.03.11 00:20 업데이트 2023.03.11 04:25 소금창고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제국호텔』 (문학동네 2004) 어른들은 왜 툭하면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어린 시절, 좀처럼 풀리지 않던 저의 궁금증이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답..

“한용운의 ‘님’은 조국도 연인도 아닌 조선 백성들”

“한용운의 ‘님’은 조국도 연인도 아닌 조선 백성들” 평론집 ‘한국 근대시의…’ 펴낸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이영관 기자 입력 2023.03.10 03:00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이태경 기자 정과리(65)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자신만의 한국 문학사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평론집 ‘한국 근대시의 묘상 연구’(문학과지성사)에서 근대성이 자생했다거나 서양으로부터 이식됐다는 기존의 이론을 비판하며 ‘교섭사’의 관점에서 문학사를 다시 보자고 말했다. 서양과 교섭하며 근대로 나아갔던 과정과 그 역동성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근대의 씨앗이 처음부터 (우리에게) 있었다고 말하는 건 자존심과 관련 있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책은 오늘날 한국의 뿌리를 좇으려는 시도다. 시작은 1919년 3..

“50년째 숨어서 새를 봅니다… 詩가 거기 있어요”

“50년째 숨어서 새를 봅니다… 詩가 거기 있어요” 시집 ‘그저께…’ 펴낸 시인 김광규 이영관 기자 입력 2023.03.02 03:00 김광규(82) 시인의 서울 홍제동 자택에는 매일같이 박새, 까치를 비롯한 새들이 찾아온다. 새들은 주변을 한참 살피다, 담장에 놔 둔 모이를 삽시에 먹는다. 약 50년째 반복되는 풍경. 시인은 최근 이것이 주변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한 다음 펜을 드는 시작(詩作)과 닮았음을 깨달았다. “칠십대 후반에 별 거 아닌 걸 발견했어요. 관조를 하려면 마음이 가라앉아야 해요. 뛰면서가 아니라, 앉거나 커튼 뒤에 숨어서 새들을 보는 거죠. (관조하려면) 노력해야 합니다.”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 ‘그저께 보낸 메일’(문학과지성사)은 과거와 현재 일상을 끝없이 관조하며 써 내려간 시편..

봄은 고양이로다

[최영미의 어떤 시] [109] 봄은 고양이로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3.02.27 00:00 | 수정 2023.02.27 00:01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香氣(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生氣(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1900~1929) /일러스트=김하경 봄의 향기를 고양이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 시, 1920년대에도 이장희처럼 이미지로만 시를 쓴 시인이 있었다. 이 시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호동그란’이다. 호기심 많고 동그란 고양이의 눈이 금방 떠오르지 않나. 100여 년 전 이토록 감각..

누가 멸종위기종 새 먹었나…'마라도 고양이 추방사건' 진실[팩트체크]

누가 멸종위기종 새 먹었나…'마라도 고양이 추방사건' 진실 [팩트체크] 중앙일보 입력 2023.02.24 05:00 업데이트 2023.02.24 09:50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정은혜 기자 홍지유 기자 구독 제주도 서귀포시 마라도 거리에 있는 고양이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한국 최남단의 작은 섬 마라도가 시끌시끌하다. 이 섬에 사는 10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돼 한꺼번에 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등은 지난 17일 2차 협의체 회의를 열고 멸종위기종 뿔쇠오리를 비롯한 200여 종의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일괄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동물 보호 단체로 구성된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반출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

독립운동가 심훈

[뉴스 속의 한국사] 詩로, 영화로, 기사로… 일제에 저항했어요 입력 : 2023.02.23 03:30 독립운동가 심훈 ▲ ①심훈의 사진. ②본지 1962년 7월 25일 자에 실린 충남 당진 부곡리의 ‘상록학원’ 창설 모습. 심훈의 소설 ‘상록수’가 나온 지 30여 년 만에 작품의 배경이었던 당진에서 ‘상록학원’이란 이름의 야학당이 만들어졌어요. ③본지 1929년 6월 13일 자에 당시 본지 기자였던 심훈이 게재한 자작시(自作詩) ‘야구’. 조선총독부의 검열 때문에 두 군데에 X자 표시가 돼 있어요. ④소설 ‘상록수’의 표지. ⑤‘상록수’ 여주인공 채영신의 실제 모델이었던 최용신. ⑥최용신이 경기 수원군 반월면 샘골에 만들었던 ‘샘골 강습소’의 낙성식(落成式·건축물의 완공을 축하하는 의식) 장면. /조선..

혼자 먹는 밥

[시(詩)와 사색] 혼자 먹는 밥 중앙선데이 입력 2023.02.04 00:20 업데이트 2023.02.04 05:25 혼자 먹는 밥 송수권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뒤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퉁』 (서정시학 2013) 일순간 마음이 넉넉해지고 나른해지는 것. 없던 허기마저 감도는 것. 세상을 살아갈 힘도 조금 나는 것.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서러워지기까지 하는 것. 아마 밥 냄새가 아닐까 합니다. 밥 냄새는 쌀독을 막 열었을 때 나는 쿰쿰한 냄새 아니고 쌀을 씻을 때 배어나는 은근한 냄새도 아니고 밥..

김수영 시인

“토끼같이 날 예뻐했던 남편 김수영 시인…늘 멈추지 않는 자유 정신으로 펜 잡아” 최훈진 기자 입력 2023-01-19 12:13업데이트 2023-01-19 13:59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고 김수영 시인 ‘토끼띠 아내’ 김현경 여사 크게보기고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가 18일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진짜 알맹이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웃고 있다. 용인=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닭하고 토끼하고가 의좋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의식의 심부에는 어떤 미신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닭띠이고 나의 아내가 바로 토끼띠이니까 말이다.…이들의 궁합이 더 신기해 보인다면 신기해 보인다.” 시인 김수영(1921..

시를 보는 두 가지 시각

시를 보는 두 가지 시각 1. 시인의 인격과는 상관없이 시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들레르 이후의 심미주의, 예술지상주의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작품의 내용미학보다 형식미학에 치중한다. 작품 내 애매모호성을 제1의 미학으로 삼는 미국의 신비평이나 러시아 형식주의가 그러하다. 이중 신비평은 한국전쟁 후 미국문화의 무분별한 이입에 힘 입어 1960년대와 70년대 학계와 문단을 점령한 바 있다. 이 당시 문학에 입문한 사람들이 대체로 형식미학을 우선시 한다. 2. 시보다 인간을 우선시하는 흐름이 있다. 조선조 사대부들의 문학관이 그러하다. 그들은 유려한 문장보다 진솔하고 질박한 문체를 선호한다. 즉 형식미학보다 내용미학을 우선시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무엇을 쓸 것인가를 우선시한다. 즉..

설악 칼바람이 키운다, 용대 황태 2000만마리

설악 칼바람이 키운다, 용대 황태 2000만마리 [My town] 국내 황태 70% 만드는 인제군 용대리 정성원 기자 입력 2023.01.04 04:10 지난 1일 찾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황태덕장. 얼기설기 엮은 통나무 덕대(명태를 걸기 위해 나무로 만든 대)에 160여만 마리 명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곳에선 매년 12월이면 배를 갈라 내장을 뺀 명태를 덕대에 내건다. 덕장에 널린 명태는 눈과 해, 바람이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한다. 4개월의 시간이 지나면 명태는 포슬포슬한 속살을 자랑하는 황태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날 용대리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도. 설악산 자락에서 몰아치는 칼바람에 체감온도는 영하 25도를 넘나들었다. 잠시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추위였지만, 덕장 사람들에게 추위는..

‘이름 모를 꽃’이 어딨노!

[김민철의 꽃이야기] ‘이름 모를 꽃’이 어딨노! 김동리·김정한, 후배들 글 읽다가 '이름 모를 꽃' 표현에 원고 던져 “당연히 꽃이름 알아야지” 꾸짖어 모든 건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좋은 책 많아져 꽃이름 찾기 편리 풀꽃 이름 알면 세상이 환해져 김민철 선임기자 이철원 기자 입력 2013.06.04 03:06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1978년 가을 천리포수목원 설립자인 고(故) 민병갈(Carl Miller) 원장의 눈이 반짝였다. 전남 완도에서 수목원 직원들과 자생식물을 탐사 중이던 그의 앞에는 붉은 열매에 작은 가시 잎사귀가 달린 특이한 호랑가시나무가 있었다. "가만있자…. 이 나무들 이파리가 좀 희한해." 그는 평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흥분으로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식물도감을 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