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고규홍의 나무편지

짧았던 봄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여러 봄꽃들을 보내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6. 12. 15:08

[나무편지]

짧았던 봄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여러 봄꽃들을 보내며

  ★ 1,184번째 《나무편지》 ★

  빠르게 스쳐지나간 지난 봄을 함께 했던 꽃들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이제 여름 꽃 마중을 채비해야 할 시간이니까요. 하나하나 오래 더 오래 바라보며 그냥 봄의 시간 속에 머무르고 싶은 봄꽃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남아있겠지요. 지난 봄날에 담은 사진첩을 뒤적이며 한참 바라보지만 짧았던 지난 봄날의 햇살을 누구보다 화려하게 그러안고 피어난 꽃들을 모두 보여드리기 어렵겠지요. 그 중에 만병초 꽃만큼은 더 풍성하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넘어가기 싫을 만큼 예쁘게 피어났던 만병초 종류의 꽃들은 다른 일이 없다면 다음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릴까 하고 오늘은 매발톱꽃, 그리고 이미 꽃잎 떨군 알리움과 조팝나무 종류의 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먼저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내일 모레 수요일(14일)에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열 《나무강좌》 소식, 한번 더 전해드립니다. 지지난 《나무편지》에서 일러드렸듯이 이번 유월의 《나무강좌》는 대면 방식으로 부천상동도서관 시청각실에서 14일(수요일) 오전 10시에 엽니다. 내일까지 참가하실 분의 신청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참가신청 페이지에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대면강좌를 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이번 강좌에서도 상황에 맞춰서 참가하신 분들께 아주 미소한 선물도 준비했으니 많은 참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https://bit.ly/3IBPaMS <== 《부천시립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참가 신청 페이지

  앞에 ‘매발톱꽃’이라고 썼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그냥 ‘매발톱’이라고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창복 선생님의 《대한식물도감》에는 여전히 ‘매발톱꽃’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매발톱꽃은 높은 산의 습한 곳에서 잘 자라지만, 집에서도 잘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헤르만 헤세도 매발톱을 자신의 정원에서 키웠던 모양입니다. 헤세는 매발톱이 피어났을 때의 모습을 “매발톱꽃은 까치발로 서서 종 모양의 네 겹 여름 꽃을 피워 올렸다.”(‘정원 일의 즐거움’ 21쪽에서)고 썼습니다. 까치발로 몸을 돋운 것처럼 다른 들풀들 위로 불쑥 솟아올라 피어난 매발톱꽃을 표현한 건데요. ‘네 겹’이라는 게 좀 애매합니다. 아마도 매발톱꽃 가운데 한 종류인 겹꽃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위의 꽃은 얼마 전부터 유행처럼 곳곳에서 많이 심어 키우는 알리움 꽃입니다. 가장 널리 심어 키우는 알리움 종류는 보라색 꽃을 피우는 종류일 겁니다. 하지만 백합목 백합과에 속하는 알리움도 종류가 참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대략 300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우리에게 먼저 알려진 보라색 종류가 전부는 아니겠지요. 크기도 각양각색입니다. 보라색 꽃으로 널리 알려진 알리움 종류의 꽃차례는 대략 지름 15센티미터가 넘을 정도로 크게 형성됩니다. 불쑥 곧게 올라온 꽃자루 위에서 큼지막하게 피어난 알리움의 화려한 꽃차례는 누구에게라도 지난 봄꽃의 기억의 중요한 자리에 남아있을 겁니다.

  알리움 종류의 꽃은 대개 4월 중순 지나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대략 5월 중순이면 그 큼지막한 꽃차례를 이루었던 자잘한 꽃송이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위의 사진도 지난 5월 중순 천리포수목원에서 피어나 낙화를 채비하는 중인 알리움 꽃입니다. 작은 꽃송이들이 모두 활짝 꽃잎을 열고 봄을 노래하는 모습입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그렇지만, 알리움 꽃 역시 그냥 멀리서만 볼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큰 꽃차례를 이룬 자잘한 꽃 송이 하나하나를 살펴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의 알리움 종류는 앞에서 이야기한 보라색 꽃의 알리움 종류에 비하면 꽃차례는 작지만, 보라색 꽃송이와는 또다른 싱그러움이 있습니다. 역시 오래도록 기억할 수밖에 없는 봄꽃입니다.

  매발톱과 알리움 꽃에 이어 보여드리는 꽃은 조팝나무 종류의 하나인 ‘반호테조팝’의 꽃입니다.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공조팝나무 Spiraea cantoniensis Lour. 와 닮은 꽃차례를 피우는 조팝나무 종류의 하나입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조팝나무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만, 그 하고한 조팝나무 종류 가운데에 특별히 돋보이는 종류입니다. 뭐,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봄날 수목원 숲길을 산책하는 길에 저절로 만나게 되는 꽃인데요. 봄이면 이 꽃이 피었을까 하는 생각에 수목원을 향하는 발걸음에 설렘이 동반되곤 합니다.

  위 사진은 지난 오월 말의 사진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적잖은 꽃송이들이 이미 낙화를 마친 상태입니다. 늘어진 가지 위에 줄줄이 한 뭉치씩 덩어리를 이루어 피어나서 한창 절정을 이루었을 때에 반호테조팝의 꽃차례에는 여느 조팝나무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꽃에는 벌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듭니다만, 이 날은 이미 벌들을 위해 준비했던 꿀이 소진된 듯했습니다. 반호테조팝의 꽃은 벌들의 날갯짓이 함께 하는 꽃이어서 늘 청각으로도 기억할 수 있었지만, 이 날의 꽃차례에는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들어 있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아직 남아있는 꽃차레만으로도 반호테조팝 꽃차례를 지난 봄의 기억 한켠에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겠지요.

  아. 참! 이제 곳곳에서 여름을 알리는 수국 꽃이 피어나는 중입니다. 수국 종류의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할 때면 이미 수국과 닮은 모양으로 수국보다 훨씬 먼저 피어났던 불두화의 꽃은 시들어 떨어집니다. 위 사진이 이제는 보내줘야 할 지난 봄의 불두화 꽃입니다. 불두화 꽃 보내주는 아쉬움은 우리 곁에 한층 다가온 이 여름을 화려하게 밝힐 수국 꽃이 메워주겠지요.

  봄꽃 몇 가지를 《나무편지》에 담았지만, 미처 그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지 못한 봄꽃들의 기억이 아쉽게 남습니다. 앞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다음 《나무편지》에서는 아마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 많은 봄꽃들 가운데에 만병초 정도는 보여드리게 될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 2023년 6월 12일 아침에 1,184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