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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산수유 꽃봉오리 송글송글 맺히고, 매화는 꽃잎을 열었습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3. 6. 13:56

[나무편지] 산수유 꽃봉오리 송글송글 맺히고, 매화는 꽃잎을 열었습니다

  얼마 전 《나무편지》부터 맨 끝에 난데없이 “1168번째” “1169번째” 라는 별 쓸데 없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사실 그 동안 대관절 몇 통의 편지를 띄웠는지 좀 궁금했습니다. 돌아보면 2000년 5월에 처음 띄우고, 24년이 지나는 동안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띄운 게 몇 차례나 될까 하는 게 궁금한 거였습니다. 그런데 확인할 길은 없었습니다. 윈도우7으로 업그레이드하던 2009년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바람에 2009년 이전의 모든 자료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아주 오래 전에 자료 보관용으로 만들어 놓고 혼자서만 참고하던 블로그가 있던 게 문득 생각나기에 접속해 봤습니다. 별 생각 없이 허투루 둘러보는데 그 안에 《나무편지》의 옛 기록이 남아있었습니다. 그 동안의 궁금증을 풀 기회이지 싶어 꼼꼼히 헤아려 보았습니다. 물론 《나무편지》를 띄우고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걸 모두 블로그에 옮겨놓은 게 아니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여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어 지금 확인 가능한 것만을 헤아려보니, 바로 그 1168이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보관용으로 제대로 담아두지 않은 편지도 있고, 웹 시스템 에러로 삭제한 메일도 있으며, 때로는 스팸성 댓글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붙어 할수없이 삭제한 편지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연이 어떻든 삭제한 것 빼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 그 만큼의 편지를 띄웠다는 겁니다. 최근에 ‘보안인증’ 문제로 홈페이지 솔루션을 이전하느라 2021년 이전 자료는 현재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도 없습니다. 1168 1169 등의 숫자는 어찌됐든 최소한 확인 가능한 것만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장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띄우는 《나무편지》는 ‘1170번째’가 되겠지요. 차이코프스키가 1876년부터 1890년까지 15년 동안 폰 메크 백작부인에게 보낸 편지가 1204통이었다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애개!” 할 수준입니다. 굳이 몇 회를 띄웠느냐는 중요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당분간은 회수를 표시하겠습니다. 그건 《나무편지》에 더 알찬 내용을 담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 되리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진작에 헤아렸다면 ‘1000회 특집’ 같은 거라도 할 걸 그랬나봅니다.

  이미 매화 꽃 벙글어지고 산수유 노란 꽃봉오리 송글송글 돋아난 전남 순천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순천에서의 일정이 있던 다음 날이 학교 개강일이어서, 순천에서 시간을 길게 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바로 곁에 있는 선암사도 낙안읍성도 순천만도 들르지 못하고 밤도와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짬을 내서 한 그루의 크고 아름다운 나무를 찾아가 꽤 오래 그 곁에 머물기는 했습니다.

  순천에서 오후 한 나절 머무르고 돌아온 크고 아름다운 나무 이야기는 다음 1171번째 《나무편지》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3년 3월 6일 아침에 띄우는 1,170번째 《나무편지》였습니다. - 고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