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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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172

[나무편지] 꽃 지고, 더 나은 아이를 낳기 위해 안간힘하는 생명 노래

[나무편지] 꽃 지고, 더 나은 아이를 낳기 위해 안간힘하는 나무의 노래 [나무편지] 꽃 지고, 더 나은 아이를 낳기 위해 안간힘하는 생명 노래 이제 간신히 외로움에 익숙해질 무렵, 마스크 내려놓고 홀로 나무 향기 앞에 오래 머물러야 하겠습니다. 이제는 외로이 걷는 길섶에서 피어난 쥐똥나무 꽃 향기가 굳이 킁킁거리지 않아도 저절로 코 끝에 다가오겠지요. ‘케이에프구십사’라는 철벽에 막혔던 봄 향기가 가슴 깊이 스미겠지요. 늦었지만, 봄 내음에 한껏 빠져들어야 할 즈음입니다. 찬찬히 지나온 날들의 나무들을 돌아봅니다. 사람의 사정 돌보지 않고, 스스로의 생존에 더 착실하게 살아온 우리의 나무들, 그들의 꽃들이 아련히 멀어집니다. “세상의 모든 꽃은 단 한 번만 핀다”는 어떤 시인의 목마른 외침을 되새기며 ..

목련이 시작한 봄의 교향악 … 마지막 악장의 총주 채비를 마치고

[나무편지] 목련이 시작한 봄의 교향악 … 마지막 악장의 총주 채비를 마치고 봄이 오래 머무르는 곳, 천리포 바닷가 숲에는 목련이 한창이었습니다. 《나무편지》를 띄운 지난 주 초에 서둘러 찾아간 천리포 숲, 이미 백옥처럼 하얀 빛깔의 꽃을 피웠던 흰 꽃의 목련 종류는 거의 꽃을 떨구었습니다. 그러나 흰 꽃의 목련 뒤를 이어 붉은 꽃을 피우는 목련 종류는 가장 매혹적인 자태로 봄 바닷가 햇살을 맞이하는 중이었습니다. 붉은 빛으로 피어날 목련 종류 가운데에는 아직 꽃봉오리 상태인 종류가 더 많았습니다. 게다가 도도한 자태로 피어나는 노란 꽃의 목련 종류는 대부분 꽃봉오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딱 한 주일 전이었으니, 아마도 지금쯤은 붉고 노란 빛깔의 목련 꽃들 모두가 꽃잎을 활짝 펼쳤겠지요. 목련 꽃만 생각하..

아쉬움 남기고 봄꽃 떨어지지만, 아직 숲에 남은 봄꽃들을 찾아서

[나무편지] 아쉬움 남기고 봄꽃 떨어지지만, 아직 숲에 남은 봄꽃들을 찾아서 그토록 찬란했던 봄꽃들이 모두 시들어 떨어졌습니다. 예년에 비해 일주일 쯤 늦게 만개한 벚꽃은 고작 열흘 정도 머무르다 떠났고, 잎보다 먼저 노란 꽃잎으로 새 봄의 전주곡을 알리던 개나리 가늣한 가지의 꽃진 자리에는 초록의 잎들이 무성하게 올라왔습니다. 화려한 봄꽃의 상징인 목련 하얀 꽃잎도 이제 다 떨어졌어요. 언제나 그렇지만, 기다렸던 시간은 길기만 했지만, 지나가는 순간이 너무 짧은 봄이어서, 아쉬움은 크기만 합니다. 그러나 아쉬워 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 가슴에 아쉬움 남기고 떠난 목련 종류는 하고한 목련 종류 가운데에 한 가지 혹은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자목련은 지금이 한창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아직 꽃봉오리조차 ..

큰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어렵사리 만난 매우 훌륭한 소나무 한 그루

[나무편지] 큰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어렵사리 만난 매우 훌륭한 소나무 한 그루 나무 답사 과정에서 성가신 존재 중의 하나가 개입니다. 강아지를 워낙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난데없이 개를 성가셔 하다니 하고 놀라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러나 집에서 얌전하게 기르는 반려견하고 나무 답사 중의 시골 마을에서 만나는 개하고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좋아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시골 마을을 다니다 보면 줄 없이 홀로 마구 돌아다니는 개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개는 마을 골목을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다가 낯선 나그네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사납게 짖어댑니다. 때로는 달려들기도 하지요. 이쯤 되면 성가신 게 아니라 골칫거리이고, 가끔은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실크로드 여행 기록인 대작 《나는..

이 땅의 평안을 기원하며 노랗게 노랗게 피어난 봄꽃의 새 노래

[나무편지] 이 땅의 평안을 기원하며 노랗게 노랗게 피어난 봄꽃의 새 노래 노랗게 봄이 말 걸어옵니다. 한꺼번에 불러 젖히는 봄 노래에 걸음이 하냥 느려집니다.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온 이 즈음, 노란 봄 꽃들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꽃들이 노랗게 일으킨 봄바람 앞에 걸음을 멈추고 꽃잎들 사이로 멀리 내다보이는 새파란 하늘을 가만히 오래 바라봅니다. 우리의 봄 하늘이 이토록 새파란 빛으로 찬란할 수 있는 건 필경 팬데믹이 가져온 예기치 않은 결과겠지요. 언제나 서쪽 하늘에서 몰려오는 뿌연 황사와 미세먼지로 희부연하기만 했던 봄 하늘이 유난히 파랗습니다. 그 하늘 아래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 꽃이 눈부시게 찬란합니다. 딱 두 그루입니다. 어른 가슴 높이 쯤 높은 길가 화단 위에 서 있는 두 그루의 ..

올 가을 풍년을 약속하며 봄마중에 나선 곱디고운 꽃

[나무편지] 올 가을 풍년을 약속하며 봄마중에 나선 곱디고운 꽃 물이 모자랐던 겁니다. 주말에 비 내리더니 도시의 개나리 꽃봉오리가 한꺼번에 벌어졌습니다. 개나리보다 먼저 오가는 길을 노랗게 밝힌 건 산수유였는데, 비 내리고 바로 다음 날 아침, 산수유 노란 꽃 아래 울타리의 개나리가 한꺼번에 꽃잎을 열었습니다. 매일 지나는 길가……, 그 동안 그 많은 개나리들이 꽃봉오리만 맺은 채 옴쭉달싹하지 않더니, 하룻만에…… 하룻밤 사이에 일제히 노란 꽃잎을 내밀었습니다. 며칠 지나면 이 길은 나무들의 노란 웃음이 왁자지껄해지겠지요. 반갑게 맞이하는 봄입니다. 가느다란 꽃잎 넉 장이 꼬불꼬불 맺혔다가 솜씨좋은 마술사의 요술 리본처럼 스르륵 풀리는 풍년화의 봄 노래는 언제라도 신비롭습니다. 천리포 숲에는 풍년화가 ..

조선 세조의 각별함으로 일으킨 절집 풍광을 아름답게 하는 나무

[나무편지] 조선 세조의 각별함으로 일으킨 절집 풍광을 아름답게 하는 나무 [나무편지] 조선 세조의 각별함으로 일으킨 절집 풍광을 아름답게 하는 나무 충청북도 영동의 우매리(友梅里)에는 백화산으로 불리는 낮은 산이 있습니다. 석천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백화산 기슭에는 통일 신라 때인 서기 720년에 상원(相源)이 창건한 고찰, 반야사(般若寺)가 있습니다. 여러 차례의 중건을 거쳤지만, 조선 세조 연간인 1464년에 임금의 허가를 얻어 진행한 중창이 가장 컸다고 합니다. 세조에게 각별했던 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조가 반야사 대웅전에 참배하던 때에 문수동자가 나타나 절 뒤쪽 계곡인 망경대(望景臺) 영천(靈泉)으로 이끌어 목욕을 권했다는 거죠. 세조가 문수동자의 말을 따라 목욕을 마치고 절에 돌아와 남긴 어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잦아들 듯한 아름답고 아늑한 솔숲에서

[나무편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잦아들 듯한 아름답고 아늑한 솔숲에서 [나무편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잦아들 듯한 아름답고 아늑한 솔숲에서 편안하게 들어서 쉴 수 있는 솔숲이 그리운 날들입니다. 거슬리는 모든 소음이 잦아드는 고요의 숲 말입니다. 지난 해 가을에 답사한 충북 제천 포전리 마을 어귀에서 만난 소나무숲이 떠오른 건 그래서였습니다. 이 숲에는 산림청이 2007년에 보호수 지정번호 ‘제천 86호’로 지정한 소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그루만 보호수로 지정한 건 아무래도 잘못입니다. 보호수로 지정한 소나무가 서 있는 이 숲에는 모두 서른 네 그루의 소나무가 무리를 지어 서 있고, 심지어 제천시에서도 ‘포전리 우량소나무림’이라는 이름으로 이 숲 전체를 보호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 가운데 ..

[나무편지] 지금 ‘나뭇잎’을 바라보며 쓴 새 책이 나왔습니다.

[나무편지] 지금 ‘나뭇잎’을 바라보며 쓴 새 책이 나왔습니다. 새 책 소식 전해드립니다. 《나뭇잎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지금 펴낸 새 책입니다. 나무를 찾아다니며, 공부하는 동안 나뭇잎의 과학을 홀로 공부하기에는 힘에 부치기도 했던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나뭇잎에 초점을 맞춘 공부는 늘 신비롭고 상큼했습니다. 더불어 나무 공부의 핵심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무를 초록으로 보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조직이 나뭇잎이니까요. 나뭇잎 공부는 지금도 또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이어가야 할 공부가 될 겁니다. https://bit.ly/3LM9ZFe

송강 정철의 자취를 수굿이 지키고 서 있는 큰 나무

[나무를 찾아서] 송강 정철의 자취를 수굿이 지키고 서 있는 큰 나무 해마다 이 즈음이면 ‘봄꽃 개화 예상도’를 살펴보게 됩니다. 그 동안 봄꽃 개화 예상 시기를 기상청에서 발표했는데, 올해부터는 민간의 기상업체에 이 서비스를 넘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상업체마다 이미 앞다퉈 봄꽃 개화를 예상해 발표했습니다. 업체마다 관측표준목이 다르기 때문인지,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하루 이틀 정도 차이입니다. 개나리는 서울이 이 달 24일, 인천은 26일로 예상되어 있습니다. 두 업체의 발표를 살펴봤는데, 다른 지역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서울과 인천은 똑같습니다. 아직 이틀 사흘 지나야 서울 인천 지역에 개나리꽃이 피어난다는 예상입니다. ○ 산수유에 이어 백목련 화사한 꽃이 피어난 정송강사 ○ 기..

생명의 안간힘으로 피어난 ‘안갖춘꽃’의 특별한 향기를 찾아

[나무를 찾아서] 생명의 안간힘으로 피어난 ‘안갖춘꽃’의 특별한 향기를 찾아 재우쳐 다가오는 봄 소식이 따사롭습니다.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는데, 아파트 울타리에 다소곳이 웅크리고 낮은 키로 서 있는 회양목 Buxus koreana Nakai ex Chung & al. 에서 환하게 피어난 노란 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겨우내 콘크리트 빛의 우리 도시를 초록빛으로 지켜준 고마운 나무입니다. 회양목은 키가 작은 데다 꽃도 도드라지지 않아 존재감은 적지요. 자연에서 저절로 자라는 경우라 해도 2미터쯤 자라는 게 고작입니다. 더구나 도시에서 조경수로 키울 때에는 그만큼 자란 회양목도 보기 어렵지요. 흔히 생울타리로 심어 키우는 탓에 높이 자라지 않도록 가지를 적당하게 잘라내는 때문이지요. ○ 작지만 옹골차게 봄..

사람의 소망을 담고 특별한 모양으로 피어나는 꽃

[나무를 찾아서] 사람의 소망을 담고 특별한 모양으로 피어나는 꽃 해마다 봄의 기미를 가장 먼저 알리는 풍년화 소식입니다. 첫 개화는 훨씬 전이었습니다만, 조금 늦게 풍년화를 찾아보았습니다. 풍년화는 아직 그리 흔한 나무라 할 수는 없지만, 식물원 수목원을 비롯해 중부 이남의 정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이지요. 풍년화는 무엇보다 꽃이 독특해 눈길을 끄는 나무입니다. 넉 장의 가느다란 꽃잎이 삐뚤빼뚤 꼬인 리본처럼 조롱조롱 피어나는 꽃은 봄에 피어나는 여느 나무에서처럼 잎보다 먼저 피어납니다. 풍년화 꽃이 가장 예쁜 건 활짝 피었을 때보다 처음 꽃봉오리를 깨면서 가느다란 꽃잎이 종이 리본을 풀어나가듯 구불구불 꿈틀거릴 때입니다. 엊그제 우리 수목원의 풍년화들은 이미 활짝 피어난 상태였습니다. 제 발걸..

뜻밖의 자리에서 뜻밖에 만난 뜻밖의 큰 잣나무 한 쌍

[나무를 찾아서] 뜻밖의 자리에서 뜻밖에 만난 뜻밖의 큰 잣나무 한 쌍 삼월입니다. 삼월의 첫 날인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일부 지방에는 폭설까지 내리는 등 날씨가 오락가락하지만 삼월은 봄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그 동안 날씨가 조금 따뜻해질 때마다 서둘러 봄의 기미라고 반기면, 다시 또 추위가 찾아오기를 몇 차례 되풀이했지요. 그래도 삼월 들어선 이제는 어엿한 봄입니다. 삼월의 첫째 주인 이번 주에는 대학을 비롯한 모든 학교도 개학을 하게 됩니다. 여전히 바이러스 감염병의 위험 때문에 학교마다 개학의 방식에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새 학기는 시작합니다. 게다가 지난 주에는 기다리던 ‘백신 접종’도 시작했으니, 이제 정말 움츠린 우리 마음에도 새 봄이 기쁘게 다가오기를 바랍니다. ○ 밤이 많..

천천히…… 쉬엄쉬엄…… 더 좋은 나무 이야기를 찾아갑니다.

[나무 생각] 천천히…… 쉬엄쉬엄…… 더 좋은 나무 이야기를 찾아갑니다. 설 잘 쇠셨나요? 이번 설날은 여느 때보다 조용히 지났습니다. 아쉬움 없지는 않았지만, 연휴만큼은 무척 달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흘 동안, 오랜만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푹 쉴 수 있었습니다. 하루도 쉬지 못했던 지난 가을 추석 명절 치 휴식까지 한꺼번에 몰아서 쉬었습니다. 쉬면서 올에는 무엇보다 정말 화급하게 재우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습니다. 누구나 다 하는 새해 계획 중에 제가 가장 먼저 집어든 화두는 ‘천천히’ 무슨 일을 하든 ‘쉬엄쉬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스물 두 해 동안의 프리랜서 생활은 늘 분주했습니다. 어쩌면 해마다 ‘천천히 하자’는 식의 다짐은 했..

‘직지문인송’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영험한 소나무 한 그루

[나무를 찾아서] ‘직지문인송’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영험한 소나무 한 그루 김천 직지사 앞 ‘사하촌’이라 할 만한 마을에는 ‘문인송(文人松)’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 소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오래 된 소나무 가운데에는 ‘의암송’ ‘귀학송’ ‘수성송’처럼 고유명사로 불리는 나무가 적지 않습니다. 김천 향천리 문인송도 그런 식입니다. 삼백 년쯤 이 자리에서 살아온 문인송을 더러는 직지사에 가까운 마을에 있는 소나무임을 가리키기 위해서 ‘직지문인송’이라고 긴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도 지난 《나무편지》에 이어서 지난 해에 답사하고, 미처 전해드리지 못한 나무 가운데 한 그루 전해드리겠습니다. ○ 일제 순사들의 감시를 피해서 소원을 빌었던 나무 ○ 직지문인송이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