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편지] 봄과 여름 사이를 풍성하게 채우는 향기가 아름다운 꽃
★ 1,236번째 《나무편지》 ★
지금 숲에는 봄의 끄트머리에서 피어난 꽃이 피워낸 향기로 가득합니다. 귀신도 불러낼 만큼 강렬한 향기를 가진 꽃, ‘초령목(招靈木)’입니다. 초령목은 목련 종류에 속한 나무입니다. 대개 5월 중순 쯤에 고운 유백색의 꽃이 피어나는 나무로, 천천히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 대략 보름 정도에 걸쳐 그 좋은 향기를 풍겨옵니다. 6월 초인 지금, 한창 절정인 시기는 지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꽃은 남아있습니다. 그토록 강렬했던 지난 5월 말의 그 향기만큼은 아니어도 나무 주변을 지날 때면 코끝으로 다가오는 향기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이지만, 제주도와 흑산도 외에는 자생하는 초령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환경부의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된 나무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던 나무나이 300년의 흑산도의 초령목 노거수는 2001년에 고사한 것으로 판정되어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는데요. 그때, 이 노거수 주변에서 어린 초령목이 발견되어 이 지역을 ‘신안흑산 진리 초령목 자생지’라는 이름의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중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사진으로 담은 초령목은 우리 토종의 초령목은 아닙니다. 천리포수목원의 숲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초령목 종류의 품종입니다.
향기가 아니라 꽃송이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꽃입니다. 꽃송이 안쪽에 앙증맞게 피어난 꽃술들은 이 나무가 목련 종류에 속한 나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여느 목련 종류의 꽃술을 빼어 닮았지요. 이 초령목 품종의 꽃은 토종 초령목의 꽃과 꼭 닮았습니다. 꽃송이는 여느 목련 종류에 비해 작고 앙증맞아 예쁩니다. 예쁘장하게 피어난 꽃이 강한 향기까지 담고 있어서 이 즈음의 천리포수목원 나무 답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좋은 나무, 좋은 꽃입니다. 여름 앞에서 아직 남은 봄의 향기를 《나무편지》에 담아 띄웁니다.
오늘은 초령목 이야기로 짧게 마무리하기 전에 여름의 나무 이야기 덧붙입니다. 여름에 들어서면서 여름의 나무로 떠올린 나무는 회화나무였습니다. 〈당진 삼월리 회화나무〉를 찾은 것은 그래서입니다. 그 간의 답사를 바탕으로 하면 이 땅의 모든 회화나무 가운데에 가장 근사한 생김새를 갖춘 전형적인 회화나무인 때문이지요. 이 회화나무는 내일 아침에 게재될 경향신문 칼럼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에 소개하고, 내일 홈페이지의 ‘칼럼’ 게시판에 링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6월 10일 아침에 1,236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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