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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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묻다 209

인도인 눈에는 왜 갠지스 강이 천국으로 흐를까

백성호의 현문우답 회원전용 [백성호의 예수뎐] 인도인 눈에는 왜 갠지스 강이 천국으로 흐를까 중앙일보 입력 2022.01.29 05:00 이스라엘 북부의 도시 티베리아스에서 남쪽 방향 갈릴리 호숫가로 갔다. 그쪽 호숫가는 산책로도 있고 호수 주변에 공원도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와서 바비큐를 즐기고 있었다. 호숫가에는 부드러운 모래밭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알갱이는 잘게 부서진 조개껍데기였다. 유대인들은 비늘이 없는 해산물은 입에 대지 말라는 율법 때문에 조개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호숫가에는 오랜 세월 부서지고 부서진 조개껍데기가 지천이었다. 처음부터 그랬을까. 유대 율법은 시작부터 격식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구약에는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았다고 기..

무덤서 깨우친 원효

백성호의 현문우답 "마음 밖에 법 없다, 내겐 마음밖에 없다" 무덤서 깨우친 원효 [백성호의 한줄명상] 중앙일보 “마음 바깥에 법이 없다(心外無法).” #풍경1 34세의 원효는 당나라 유학이 좌절됐습니다. 고구려를 거쳐 요동까지 갔으나 당나라 입국은 하지 못했습니다. 고구려 국경수비대에 붙잡혀 다시 신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원효 대사는 고구려 국경수비대에게 발각돼 당나라 유학이 좌절된지 11년만에 의상과 함께 다시 뱃길로 당나라행을 시도헀다. [중앙포토] (中)원효는 왜 무덤 속에서 깨달았나…“마음 바깥에 법이 없다.”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삼국의 치열한 쟁탈지였던 서해의 당항성을 신라가 차지했습니다. 당항성에는 중국으로 가는 항구(지금의 경기 화성)가 있습니다. 당나라로 가는 뱃길이 열..

“두 날개의 새” 원효대사의 반전…그는 원래 ‘칼의 달인’이었다

“두 날개의 새” 원효대사의 반전…그는 원래 ‘칼의 달인’이었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중앙일보 입력 2022.01.19 05:00 백성호 기자 백성호의 현문우답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건 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와 같다.” #풍경1 한국 불교사에서 우뚝 솟은 봉우리 중 딱 하나를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불교계에서는 원효 대사(617~686)를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원효 대사는 열 두 살 때 부모를 모두 잃었다. 아버지는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전사했다. [중앙포토] (上) 원효 대사는 무예 뛰어난 화랑 출신…“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처럼” 원효(元曉)를 우리말로 하면 ‘첫 새벽’입니다. 그러니 원효 대사는 ‘새벽 대사’였습니다. 『삼국유사』에는 당시 신라인들이 그를 순우리말로 “새벽”이라 불렀다고 ..

시작 詩作은 시작 始作이다.

시작 詩作은 시작 始作이다. 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우리는 노인입니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하였으니 변화 없는 세상이 있겠느냐마는. 그 변화의 너비를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이제는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른바 디지털 문화의 시대로 진입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AI)과 자동화 기술의 확산은 과도한 단순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오는 동시에 이와 같이 고도화되어가는 기술의 편리함으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에서 유래 없는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내면서 우리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지만 정신적 궁핍을 느끼는 세대가 늘어나게 된..

가을 뻘낙지 잡이, 무형문화재 되다

[김성윤의 맛 세상] 가을 뻘낙지 잡이, 무형문화재 되다 뻘낙지 잡는 기술 ‘손낙지’ 등 갯벌어로,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 갯벌은 ‘갯밭’… 괭이로 바지락 갯밭 갈고, 미역 갯바위엔 물 주기도 어촌 공동체 문화 전승 북돋고, 우리 먹거리 지속성 높일 반가운 일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1.10.28 03:00 여름 더위가 수그러들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낙지 생각에 입맛 다시는 이들이 많다. 가을을 대표하는 별미 낙지를 잡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배를 타고 수심 깊은 바다로 나가 통발이나 낚시를 이용해 잡거나, 갯벌에서 손으로 잡는다. 식도락가들이 최고로 치는 건 전통 방식대로 손으로 갯벌에서 잡는 ‘뻘낙지’다. 다리가 가늘고 얇아 ‘세발낙지’라 부르기도 한다. 통발이나 낚시로 잡는 낙지는 깊은 바다..

법정 스님 “행복은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한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법정 스님 “행복은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13 05:00 백성호 기자 백성호의 현문우답 “행복은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한다.” #풍경1 2006년 봄날이었습니다. 당시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이 종종 법문을 했습니다. 강원도 오두막에 살다가 길상사에 와서 대중을 향해 법문을 내놓곤 했습니다. 송광사 불일암에 벗어놓았던 법정 스님의 흰 고무신. 찢어진 고무신 뒤꿈치를 기운 자국이 보인다. 그날 법상에 오른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은 다음에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정작 이 순간의 행복은 놓치고 있습니다.” 길상사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대중은 법정 스님..

마치 경배하듯이…신라 왕 무덤 향해 수그린 소나무들

[더오래] 마치 경배하듯이…신라 왕 무덤 향해 수그린 소나무들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13:00 조남대 [더,오래] 조남대의 은퇴일기(23) 어느 날 신문을 보다 경주 삼릉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서 있는 소산 박대성 화백의 사진에 매료되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여름 휴가 중에 그 생각이 떠올라 카메라를 휴대한 채 경주로 향했다. 남산 자락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아늑히 자리 잡은 신라 세 임금의 무덤은 평온하고 운치가 있었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4시간을 달려 경주 요금소를 지나자 오른쪽으로 남산이 보인다. 남산은 신라 궁궐인 월성 남쪽에 있는 화강암 바위산으로 경주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왕조의 영산이며 불교의 성지다. 절터를 비롯해 200여 점의 석불과 석탑 같은 불교 문..

통도사·실상사 등 사찰 순례한 英 생물학 권위자 데니스 노블

여든다섯 옥스퍼드 석학은 왜 한국 山寺로 떠났나 [아무튼, 주말 -백수진 기자의 담백] 통도사·실상사 등 사찰 순례한 英 생물학 권위자 데니스 노블 백수진 기자 입력 2021.07.24 03:00 2년 전, 전남 백양사 천진암에서 정관 스님을 만난 데니스 노블 교수(오른쪽). 노블 교수가 독경을 듣고 싶다고 부탁하자 정관 스님은 흔쾌히 허락했다. 노블 교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정관 스님의 금강경 독경을 듣고 명상을 했다"면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 중 하나였다"고 했다. /오래된질문·Noble Asks ‘인생에는 왜 괴로운 일들이 일어나는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 여든다섯의 옥스퍼드 석학에게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가 있었다. 데니스 노블 옥스퍼드대 생리학 명예교수가 삶의..

‘꼰대’로 늙지 않는 법

[장혜수 曰] ‘꼰대’로 늙지 않는 법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31 00:28 수정 2021.07.31 10:18장혜수 중앙일보 콘텐트 제작 에디터 2000년대 초반, 앨범 두 장으로 세계 음악 시장을 놀라게 했던 한 가수가 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1983~2011)다. 아델, 더피 등으로 이어진 2000년대 영국 여성가수 계보의 출발점이 바로 그다. 지난주(7월 23일)가 그의 10주기였다. 그는 2011년 세상을 떠났다. 당시 27세였다. 2015년 영국의 영화감독 아시프 카파디아가 그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에이미’를 내놓았다. 영화에는 생전 그가 개인적으로 찍었던 영상, 그리고 친지, 친구, 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 인터뷰가 담겼다. 6년 전 봤던 영화인데도..

종교학 석학 길희성 교수 "영적 휴머니스트, 예수외 3명 있다"

종교학 석학 길희성 교수 "영적 휴머니스트, 예수외 3명 있다" 백성호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vangogh@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00:37 수정 2021.07.29 01:26 [백성호의 현문우답] 서강대 종교학과 길희성(78) 명예교수가 최근 책을 냈다. 서문에서 그는 “나의 학문 인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저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다소 ‘비장’하고 무거운 심정으로 썼다”고 밝혔다. 922쪽, 두툼한 책의 제목은 『영적 휴머니즘』이다. 실제 그랬다. 어찌 보면 ‘마지막 고백’ 같았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 자리를 내놓고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갔을 만큼, 그는 좋아하는 종교학을 한평생 파고들며 살았다. 그 길의 후반부에서 길 교수가 내리는 마지막 고백과 결론은 어떤 걸까...

세계명상마을 첫 선원장 각산 스님

백성호의 현문우답 해골 앞에 놓고 삶의 무상함 명상…세계명상마을 첫 선원장 각산 스님 백성호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vangogh@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00:35 수정 2021.07.01 09:30 290억원 들여 불교식 명상센터 지구촌 명상마을 시스템 가져와 한국 산사의 아름다움 녹여낼 터 청년들 마음근육 키우는 캠프도 경북 문경의 봉암사는 각별한 사찰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하나뿐인 종립 선원이다. 봉암사에는 선방에서 수행하는 수좌들만 산다. 평소에는 일반 신자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 1년에 딱 한 차례 부처님오신날에만 일반인에게 산문이 개방된다. 그러니 불자들 사이에서 “문경 봉암사 다녀왔다”는 말은 특별한 체험을 했다는 말로 통한다. 이런 봉암사 바로 앞에..

나의 바오밥나무는 당신의 장미보다 아름답다

[당신의 리스트19] 나의 바오밥나무는 당신의 장미보다 아름답다 시인·소설가 이응준의 인간을 위로하는 식물3 이응준소설가 시인 입력 2021.06.30 11:54 사람인 내게 신이 주신 귀한 선물은 ‘개’와 ‘나무’다. 이 두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사람들 속에서 이미 오래 전에 미쳐버렸거나 죽었을 것이다. 나는 인간보다 개가 좋고, 꽃보다는 나무가 좋다. 인간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고 싶으면 나를 바라보는 내 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인간이 얼마나 어수선한지 알고 싶으면 숲과 산, 그 나무들 속에 있어보면 알게 된다. 내 직업은 언어를 다루는 시인이지만, 개는 사람의 말을 하지 않고 나무는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좋다. 그리고 진실은 착각보다 가혹하여,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당신의 삶, 이미 반짝이고 있다

[밀레니얼 톡] 당신의 삶, 이미 반짝이고 있다 손현 작가·‘글쓰기의 쓸모’ 저자 입력 2021.06.28 03:00 얼마 전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하고 있는 일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고민이라고 했다. 회사나 산업이 마음에 들지 않냐고 되물었더니 현재 환경은 만족스럽다는 답이 돌아왔다. 내 조언은 간단했다. 원하는 직무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틈틈이 경험을 쌓거나 공부를 하고, 그걸 잘하는 일로 만들라고. 말이 쉽지, 이게 얼마나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인지 안다. 나 역시 정유화학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출판업을 거쳐 지금은 금융 서비스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새 공장을 짓다가 글을 짓는 일로 직무도 바꿨다. 산업과 직무를 바꾸는 데 대략 10년이 걸렸다. /일러스트=박상훈 지인의 고민을 들으며, 서른..

혼자 앱 깔줄 아는 노인 18%뿐

혼자 앱 깔줄 아는 노인 18%뿐… 디지털 세상이 서럽다 [디지털 세상 노인은 서럽다] [中] 노인 50명 스마트폰 열어보니 채제우 기자 이영관 기자 입력 2021.06.17 04:28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인근에서 만난 정모(83)씨는 “3월에 처음 산 스마트폰”이라며 최신 갤럭시폰을 내밀었다. 홈 화면에는 전화, 문자, 카카오톡, 유튜브 같은 앱 네댓 개가 단출하게 깔려 있었다. 기본 설치 앱을 포함해 전체 앱은 31개. 정씨는 “스마트폰 사니까 처음부터 뭐가 많이 깔려 있던데 그런 건 눌러본 적도 없다”고 했다. 원래 피처폰(일반 휴대폰)을 쓰던 그는 “스마트폰 쓰면 뉴스도 보고, 부동산 매물 같은 것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해서 자식들하고 같이 가서 샀는데 사용이 너무 어렵더라”며 “결국 ..

“인터넷 못해서…” 어르신은 오늘도 ‘노인稅’ 냈다

“인터넷 못해서…” 어르신은 오늘도 ‘노인稅’ 냈다 [디지털 세상, 노인은 서럽다] [上] 모바일·온라인 혜택서 소외 손자 선물, 현금 주고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인터넷선 더 저렴 입력 2021.06.16 03:29 창구 앞에 줄선 노인들… 바로 옆 티켓 발급기는 텅텅 -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발권 창구 앞에 승차권을 사려는 노인들이 줄서 있다. 창구 옆에 무인 발권기 6대가 있지만, 기계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줄 서기를 택했다. 모바일 앱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은 창구는커녕 무인 발권기도 찾을 일이 없다. 일상생활 곳곳이 빠르게 디지털, 비대면화 하면서 노인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이 제공하는 각종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며 사실상 ‘노인세’를 내고 있다. /장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