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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묻다 214

빵은 왜 몸이고 포도주는 피인가…동전 양면같은 예수의 정체

백성호의 현문우답 회원전용 빵은 왜 몸이고 포도주는 피인가…동전 양면같은 예수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2.03.05 05:00 [백성호의 예수뎐]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 나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가복음 14장 18절)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나누며 제자들에게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라고 하자, 다들 자신을 아니라며 부인했다.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을 다시 들여다본다. 예수와 12사도. 그림 속에는 정말 13명의 인물만 있을까. 안드레와 베드로의 사이에, 사도 요한과 예수 사이에, 빌립과 마태의 사이에 우리도 앉아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예수에게 묻고 있지 않을까. “그게 저는 아니겠지요..

베드로는 왜 나이프 움켜쥐었나…최후의 만찬, 예수의 그말

백성호의 현문우답 회원전용 베드로는 왜 나이프 움켜쥐었나…최후의 만찬, 예수의 그말 [백성호의 예수뎐] 중앙일보 입력 2022.02.26 05:00 [백성호의 예수뎐] 예수의 마지막 밤, 최후의 만찬은 유월절 저녁이었다. 유월절 저녁부터 7일간은 무교절(無酵節)이다. 무교절의 ‘교(酵)’는 ‘누룩을 넣어 삭히다’라는 뜻이다. 무교절에는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 빵’을 먹는다. 유대인들은 무교절 첫날과 마지막 날에 모여서 예배하고 함께 음식을 먹었다. 예수는 지상에서 보낸 마지막날 밤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졌다. 그날 저녁은 유월절 식사라고 알려져 있다. 예수가 12사도와 함께 음식을 나눈 최후의 만찬도 그랬다. 그날의 만찬은 유월절 저녁 식사로, 유대 달력으로 1월 14일이다. 요즘 우리가 쓰는 태..

30년간 책 10만 권 모아, 책방은 은퇴 후 놀이터다

30년간 책 10만 권 모아, 책방은 은퇴 후 놀이터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2.26 00:21 제천서 헌책방 여는 김기태 교수 김기태 교수. “혼자 힘으로는 10만권을 모으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 수집을 돕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은퇴 후 자영업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년의 이야기는 더이상 뉴스도 아니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 이를 품을 만한 문화의 두터움이 우리에겐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에 제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김기태(59) 교수의 사례가 하나의 참조점이 될지 모르겠다. 30년간 10만 권의 책을 모았다고 했다. 주로 초판본, 그중에서도 1쇄 본이다. 이 귀한 책들을 모신 헌책방 ‘처음책방’을 직장인 세..

절대 고독과 절대 고통의 시간

[밀레니얼 톡] 절대 고독과 절대 고통의 시간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입력 2022.02.21 03:00 눈이 많이 내렸다. 병원 앞 대로에도 눈이 쌓였다. 하얗게 물든 가로수가 왠지 포근해보였다. 문득 응급실 전화기가 울렸다. 몸이 너무 아프다고 직접 신고한 중년의 남성이었다. 구급대원은 그가 좁은 집에 혼자 살고 있었으며 노숙자의 몰골과 비슷하다고 했다. 우리는 그를 위해 격리실을 비웠다. 그는 때묻은 티셔츠와 남루한 운동복 차림으로 실려왔다. 이발과 면도 따위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듯했다. 발바닥은 재를 밟고 지나온 것처럼 검었다. 정돈되지 않은 인간의 오래된 악취가 풍겨왔다. 배는 풍선처럼 부풀었고 전신이 노랬다. 구급대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좁은 집에 엄청난 술병이 ..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마라” 덴마크 철학자의 도발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마라” 덴마크 철학자의 도발 스벤 브링크만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양지호 기자 입력 2022.02.12 08:01 한국 얘기 같지만 이 말은 덴마크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스벤 브링크만이 자신의 책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다산초당)에서 쓴 내용이다. 그는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강요하는 사회 흐름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멘토를 좆는 대신 우정을 쌓아라’ ‘소설을 읽어라’ 등. 저자는 이 책이 스토아철학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라고 정의하는데, 기존 자기계발서 일반의 주장을 비판하는 ‘안티-자기계발서’라 흥미롭다. 덴마크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스벤 브링크만'. 그가 2014년 쓴 '스탠드 펌'은 106주 연속 덴마크 베스트셀러 순..

인도인 눈에는 왜 갠지스 강이 천국으로 흐를까

백성호의 현문우답 회원전용 [백성호의 예수뎐] 인도인 눈에는 왜 갠지스 강이 천국으로 흐를까 중앙일보 입력 2022.01.29 05:00 이스라엘 북부의 도시 티베리아스에서 남쪽 방향 갈릴리 호숫가로 갔다. 그쪽 호숫가는 산책로도 있고 호수 주변에 공원도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와서 바비큐를 즐기고 있었다. 호숫가에는 부드러운 모래밭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알갱이는 잘게 부서진 조개껍데기였다. 유대인들은 비늘이 없는 해산물은 입에 대지 말라는 율법 때문에 조개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호숫가에는 오랜 세월 부서지고 부서진 조개껍데기가 지천이었다. 처음부터 그랬을까. 유대 율법은 시작부터 격식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구약에는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았다고 기..

무덤서 깨우친 원효

백성호의 현문우답 "마음 밖에 법 없다, 내겐 마음밖에 없다" 무덤서 깨우친 원효 [백성호의 한줄명상] 중앙일보 “마음 바깥에 법이 없다(心外無法).” #풍경1 34세의 원효는 당나라 유학이 좌절됐습니다. 고구려를 거쳐 요동까지 갔으나 당나라 입국은 하지 못했습니다. 고구려 국경수비대에 붙잡혀 다시 신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원효 대사는 고구려 국경수비대에게 발각돼 당나라 유학이 좌절된지 11년만에 의상과 함께 다시 뱃길로 당나라행을 시도헀다. [중앙포토] (中)원효는 왜 무덤 속에서 깨달았나…“마음 바깥에 법이 없다.”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삼국의 치열한 쟁탈지였던 서해의 당항성을 신라가 차지했습니다. 당항성에는 중국으로 가는 항구(지금의 경기 화성)가 있습니다. 당나라로 가는 뱃길이 열..

“두 날개의 새” 원효대사의 반전…그는 원래 ‘칼의 달인’이었다

“두 날개의 새” 원효대사의 반전…그는 원래 ‘칼의 달인’이었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중앙일보 입력 2022.01.19 05:00 백성호 기자 백성호의 현문우답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건 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와 같다.” #풍경1 한국 불교사에서 우뚝 솟은 봉우리 중 딱 하나를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불교계에서는 원효 대사(617~686)를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원효 대사는 열 두 살 때 부모를 모두 잃었다. 아버지는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전사했다. [중앙포토] (上) 원효 대사는 무예 뛰어난 화랑 출신…“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처럼” 원효(元曉)를 우리말로 하면 ‘첫 새벽’입니다. 그러니 원효 대사는 ‘새벽 대사’였습니다. 『삼국유사』에는 당시 신라인들이 그를 순우리말로 “새벽”이라 불렀다고 ..

시작 詩作은 시작 始作이다.

시작 詩作은 시작 始作이다. 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우리는 노인입니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하였으니 변화 없는 세상이 있겠느냐마는. 그 변화의 너비를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이제는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른바 디지털 문화의 시대로 진입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AI)과 자동화 기술의 확산은 과도한 단순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오는 동시에 이와 같이 고도화되어가는 기술의 편리함으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에서 유래 없는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내면서 우리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지만 정신적 궁핍을 느끼는 세대가 늘어나게 된..

가을 뻘낙지 잡이, 무형문화재 되다

[김성윤의 맛 세상] 가을 뻘낙지 잡이, 무형문화재 되다 뻘낙지 잡는 기술 ‘손낙지’ 등 갯벌어로,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 갯벌은 ‘갯밭’… 괭이로 바지락 갯밭 갈고, 미역 갯바위엔 물 주기도 어촌 공동체 문화 전승 북돋고, 우리 먹거리 지속성 높일 반가운 일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1.10.28 03:00 여름 더위가 수그러들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낙지 생각에 입맛 다시는 이들이 많다. 가을을 대표하는 별미 낙지를 잡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배를 타고 수심 깊은 바다로 나가 통발이나 낚시를 이용해 잡거나, 갯벌에서 손으로 잡는다. 식도락가들이 최고로 치는 건 전통 방식대로 손으로 갯벌에서 잡는 ‘뻘낙지’다. 다리가 가늘고 얇아 ‘세발낙지’라 부르기도 한다. 통발이나 낚시로 잡는 낙지는 깊은 바다..

법정 스님 “행복은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한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법정 스님 “행복은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13 05:00 백성호 기자 백성호의 현문우답 “행복은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한다.” #풍경1 2006년 봄날이었습니다. 당시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이 종종 법문을 했습니다. 강원도 오두막에 살다가 길상사에 와서 대중을 향해 법문을 내놓곤 했습니다. 송광사 불일암에 벗어놓았던 법정 스님의 흰 고무신. 찢어진 고무신 뒤꿈치를 기운 자국이 보인다. 그날 법상에 오른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은 다음에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정작 이 순간의 행복은 놓치고 있습니다.” 길상사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대중은 법정 스님..

마치 경배하듯이…신라 왕 무덤 향해 수그린 소나무들

[더오래] 마치 경배하듯이…신라 왕 무덤 향해 수그린 소나무들 중앙일보 입력 2021.09.03 13:00 조남대 [더,오래] 조남대의 은퇴일기(23) 어느 날 신문을 보다 경주 삼릉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서 있는 소산 박대성 화백의 사진에 매료되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여름 휴가 중에 그 생각이 떠올라 카메라를 휴대한 채 경주로 향했다. 남산 자락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아늑히 자리 잡은 신라 세 임금의 무덤은 평온하고 운치가 있었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4시간을 달려 경주 요금소를 지나자 오른쪽으로 남산이 보인다. 남산은 신라 궁궐인 월성 남쪽에 있는 화강암 바위산으로 경주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왕조의 영산이며 불교의 성지다. 절터를 비롯해 200여 점의 석불과 석탑 같은 불교 문..

통도사·실상사 등 사찰 순례한 英 생물학 권위자 데니스 노블

여든다섯 옥스퍼드 석학은 왜 한국 山寺로 떠났나 [아무튼, 주말 -백수진 기자의 담백] 통도사·실상사 등 사찰 순례한 英 생물학 권위자 데니스 노블 백수진 기자 입력 2021.07.24 03:00 2년 전, 전남 백양사 천진암에서 정관 스님을 만난 데니스 노블 교수(오른쪽). 노블 교수가 독경을 듣고 싶다고 부탁하자 정관 스님은 흔쾌히 허락했다. 노블 교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정관 스님의 금강경 독경을 듣고 명상을 했다"면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 중 하나였다"고 했다. /오래된질문·Noble Asks ‘인생에는 왜 괴로운 일들이 일어나는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 여든다섯의 옥스퍼드 석학에게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가 있었다. 데니스 노블 옥스퍼드대 생리학 명예교수가 삶의..

‘꼰대’로 늙지 않는 법

[장혜수 曰] ‘꼰대’로 늙지 않는 법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31 00:28 수정 2021.07.31 10:18장혜수 중앙일보 콘텐트 제작 에디터 2000년대 초반, 앨범 두 장으로 세계 음악 시장을 놀라게 했던 한 가수가 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1983~2011)다. 아델, 더피 등으로 이어진 2000년대 영국 여성가수 계보의 출발점이 바로 그다. 지난주(7월 23일)가 그의 10주기였다. 그는 2011년 세상을 떠났다. 당시 27세였다. 2015년 영국의 영화감독 아시프 카파디아가 그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에이미’를 내놓았다. 영화에는 생전 그가 개인적으로 찍었던 영상, 그리고 친지, 친구, 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 인터뷰가 담겼다. 6년 전 봤던 영화인데도..

종교학 석학 길희성 교수 "영적 휴머니스트, 예수외 3명 있다"

종교학 석학 길희성 교수 "영적 휴머니스트, 예수외 3명 있다" 백성호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vangogh@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1.07.29 00:37 수정 2021.07.29 01:26 [백성호의 현문우답] 서강대 종교학과 길희성(78) 명예교수가 최근 책을 냈다. 서문에서 그는 “나의 학문 인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저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다소 ‘비장’하고 무거운 심정으로 썼다”고 밝혔다. 922쪽, 두툼한 책의 제목은 『영적 휴머니즘』이다. 실제 그랬다. 어찌 보면 ‘마지막 고백’ 같았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 자리를 내놓고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갔을 만큼, 그는 좋아하는 종교학을 한평생 파고들며 살았다. 그 길의 후반부에서 길 교수가 내리는 마지막 고백과 결론은 어떤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