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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마라” 덴마크 철학자의 도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2. 13. 23:06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마라” 덴마크 철학자의 도발

스벤 브링크만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입력 2022.02.12 08:01
 
 
 
 
 

한국 얘기 같지만 이 말은 덴마크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스벤 브링크만이 자신의 책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다산초당)에서 쓴 내용이다. 그는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강요하는 사회 흐름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멘토를 좆는 대신 우정을 쌓아라’ ‘소설을 읽어라’ 등. 저자는 이 책이 스토아철학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라고 정의하는데, 기존 자기계발서 일반의 주장을 비판하는 ‘안티-자기계발서’라 흥미롭다.

덴마크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스벤 브링크만'. 그가 2014년 쓴 '스탠드 펌'은 106주 연속 덴마크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었다./위키피디아

 

먼저 그는 긍정심리학과 자기계발서에서 강조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부정한다. ‘진정한 나’ ‘진짜 원하는 일’ ‘진짜 원하는 사랑’ 같은 것에는 실체가 없다고 한다. 그는 “불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려면, 우선 우리 안에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묻는다. “자아 찾기나 자기 탐색이 진짜 우리에게 이로웠는지 물어야 할 때다. 우리 자신을 찾았는가.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기나 한가. 찾으려고 애쓸 가치가 있는가.” 물론 그는 ‘없다’고 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자아 찾기나 ‘정답은 내 안에 있다’ 같은 관념은 1960년대 가부장제에 저항할 때는 일종의 해방감을 줬겠지만 지금은 개개인을 무한 자기계발로 몰아가는 토대가 됐다. 그는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이 아닌,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가치있다”라고 생각을 전환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자기계발이나 자아 탐색에 부정적이다. 멘토나 코치의 조언도 필요치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아를 너무 오래 탐색하다가 사실 내면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지쳐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필요한 건 새로운 멘토나 코칭, 또 다른 자기계발이 아니다. ‘쉼 없고 끝없는 향상’이라는 단골 멘트를 보라. 끝이 없는 계발 속에서 우리는 결코 ‘충분히’ 향상될 수 없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그 주장이 맞는다는 개인의 믿음이 두루 높아지는 시대다. 저자는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자신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젊은이들은 솔깃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믿음 속에서, 어떤 일을 해내지 못할 때는 당연히 자책하게 된다. 일이나 사랑에 실패한다면 그건 당연히 ‘나’의 책임이다. 곧, 모든 실패의 원인이 개인으로 수렴한다.“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은 2017년 국내 번역 출간 된 ‘스탠드 펌’(Stand Firm, 꿋꿋하라)의 전면 개정판이다. 5년이 지났고 한국은 더 빠른 변화와 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더 부지런히 더 계획적으로 사는 ‘갓생(God+生)’을 추구하고 있다. ‘쓴소리’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더 열심히 살도록 마음을 다잡는다는 2030도 많다. ‘그렇게 살아서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저자의 지적이 지금 더 가치있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