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인문학에 묻다 209

품위 있는 죽음, 당신은 준비하고 있나요

[고령사회의 화두, 웰다잉(Well-Dying)] 품위 있는 죽음, 당신은 준비하고 있나요 중앙선데이 입력 2022.06.18 00:21 업데이트 2022.06.18 00:54 고령사회의 화두, 웰다잉(Well-Dying) 최근 방송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옥동(김혜자)은 병원에 입원하는 대신 아들 동석(이병헌)과 함께 고향을 찾고 한라산에 오른다. 제주도 집에 돌아온 옥동은 아들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잠든 것처럼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자신의 의지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연간 사망자 30만명 가운데 80% 이상은 병원이나 기타 복지시설에서 세상을 떠난다. 이들 중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받거나, 질병의 고통에 시달린..

“빅뱅 전엔 무엇이 있었나”

회원전용 “빅뱅 전엔 무엇이 있었나” 저명 천체물리학자 말문 막은 질문 [백성호의 예수뎐] 중앙일보 입력 2021.10.23 05:00 백성호 기자 구독 백성호의 현문우답 구독 [백성호의 예수뎐]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복음 1장 1절) 성서에서는 우주의 출발점을 ‘태초’라고 표현한다. 과학에서는 다르다. 천체물리학자들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표현한다. “태초에 빅뱅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시작되는 출발점을 ‘빅뱅’이라고 부른다. (23)태초에 말씀이 있었나, 아니면 빅뱅이 있었나 저명한 국내 천체물리학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에게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하고 묻자, 그는 그 질문을..

유대교엔 원죄 사상 없어

유대교엔 원죄 사상 없어… “현재에 충실하지 않은 삶이 곧 죄”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36] 한 뿌리서 나온 세 종교,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중)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 입력 2022.05.31 00:30 이슬람교만큼 빠르게 성장한 종교는 없었다. 지금도 이슬람교의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613년 무함마드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장점을 따서 이슬람교를 만들었다. 무함마드는 유대인 디아스포라 공동체와 똑같은 유형의 ‘움마 공동체’를 만들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움마 공동체가 지향하는 정신이 ‘형제애와 평등정신’인데, 이는 유대인 공동체의 체다카(약자를 돌보는 정신), 미슈파트(하늘 아래 모든 사람은 평등)와 동일하다. 이처럼 움마의 중심에는 피보다도 강한 무슬림 ‘형제애..

“밥 사먹기도 어렵네” 무인주문 강의 듣는 어르신들

“밥 사먹기도 어렵네” 무인주문 강의 듣는 어르신들 사지원 기자 입력 2022-05-21 03:00업데이트 2022-05-21 03:00 [토요기획]코로나가 키운 고령층 디지털 격차 비용 절감 위해 업체들 잇단 도입 디지털 문화 못 따라가는 어르신 ‘디지털 배움터’ 전국에 1000개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스마트구로홍보관에서 열린 ‘디지털 배움터’ 무인 키오스크 활용 교육에 참석한 임경희 씨가 메뉴를 살피고 있다. 이날 임 씨는 강사의 지도에 따라 차분하게 버튼을 누른 끝에 키오스크로 도시락을 주문했다. 디지털 배움터는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엄마가 키오스크로 주문할 줄 몰라서 식당을 그냥 나갔대요..

"북한산 없었으면 서울은 싹수없는 도시?"

주역으로 본 세상 [주본세] (34) "북한산 없었으면 서울은 싹수없는 도시?" 중앙일보 입력 2022.05.19 07:01 한우덕 기자 구독 '서울에 북한산, 관악산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폭동이 일어났을 수도 있겠다. 서울 시민들이 주말 산에 올라 푸는 스트레스를 다 합치면 정권 하나는 충분히 날리고도 남을 터다. 그만큼 산은 우리에게 안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준다. 산은 다양한 인생을 끌어들인다. 회사에서 밀려난 중년 직장인은 산에 올라 섭섭함과 울분을 삭인다. 은퇴한 퇴직자는 산과 대화하며 삶의 무상함을 달랜다. 말단 사원은 산에서 부장님과 화해하고, 저 아래 계곡에서 동창회 친구들은 학창시절을 떠들썩하게 소환한다. 갱년기 아내가 살며시 남편 손을 잡는 곳도 산이다. 산이 아니었다면 나..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무엇이 같고 다른가(상)

“심판의 날 구원받으려면 선하게 살라” 야훼도 알라도 똑같은 가르침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35]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무엇이 같고 다른가(상)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 입력 2022.05.17 00:16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유래한 한 뿌리의 종교들이다. 세 종교 모두 아브라함을 자기 종교의 최고 조상으로 섬긴다. 세 종교의 공통점은 유일신을 믿는 종교라는 점이다. 다만 유일신을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유대교에서는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 처음 하느님께서 직접 모세에게 가르쳐 준 이름은 ‘나는 나다(I am what I am)’라는 의미의 ‘에헤으 아세르 에헤으’였다. 히브리 성경에는 신의 이름이 ‘YHWH’라는 4개의 자음으로 기록되어 있다. 유대인들은 성경을 읽다가 신의..

“팔순의 깨달음… 노년에도 이성 친구 필요하다”

“팔순의 깨달음… 노년에도 이성 친구 필요하다” 배우 이호재 무대 인생 60년 기념작 ‘질투’ 내달 27일 개막 박돈규 기자 입력 2022.04.26 03:00 배우 이호재는 대학로 근처 원룸에 혼자 산다. 지난 60년 동안 겪은 연출가들에 대해 묻자 “배우는 실험도구가 아니다”라며 “각 배우의 장단점을 미리 파악해 짧고 굵게 연습하면서도 장점을 뽑아내는 연출가가 최고”라고 했다. /이태경 기자 연극판에는 ‘전무송의 긴장, 이호재의 이완’이라는 말이 있다. 전무송은 느리지만 등장하면 관객을 사로잡을 만큼 빛이 나고, 이호재는 빠른 이해력과 유려한 연기로 관객에게 다가간다는 뜻이다. “전무송은 선천적 배우, 이호재는 후천적 배우”(연출가 임영웅)로도 구분된다. 이호재는 이해랑연극상을 가장 먼저 수상(199..

“군자는 주역을 깊이 명상한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공자가 점치려고 가죽끈 3번 끊어지게 봤겠나…주역은 '명상' 중앙일보 입력 2022.03.23 05:00 “군자는 주역을 깊이 명상한다.” #풍경1 ‘주역(周易)’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 열에 아홉은 “그건 점치는 책 아니야?”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그런 점 치는 책을 안고서 공자는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읽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공자 공자 당시에는 종이가 없었습니다. 대나무를 길쭉하게 쪼갠 조각에다 글자를 쓰고, 구멍을 낸 뒤 가죽끈으로 이어서 묶은 게 ‘죽간(竹簡)’이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으니 공자가 얼마나 주역을 아꼈는지 알만합니다. 그럼 공자는 왜 ‘주역(周易)’을 그렇게 아꼈을까요. 주역이 단순히 점치는 책..

“진화론이냐, 아니면 창조론이냐”

백성호의 현문우답 회원전용 창조론과 진화론…정진석 추기경의 놀라운 대답 [백성호의 한줄명상] 중앙일보 입력 2022.03.09 05:00 업데이트 2022.03.09 08:16 “진화론이냐, 아니면 창조론이냐” #풍경1 고(故) 정진석 추기경은 사제가 되기 전에 공학도였습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다니다가 한국전쟁이 터졌고, 전쟁이 끝나자 신학대에 들어가 사제가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정 추기경은 종교인이면서도 과학적ㆍ이치적 사고를 하는 분이었습니다. 고(故) 정진석 추기경은 공학도 출신에다 사제가 되기 전의 꿈은 과학자였다. [중앙포토] 저는 정 추기경께 ‘진화론’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난감한 질문일 수도 있었습니다. 흔히 창조론과 진화론은 결말이 나지 않는, 영원히 평행을 달리는..

'천년 봉쇄수도원'에서 마음을 연다…봉암사 '간화선 대법회'

[백성호의 한줄명상] '천년 봉쇄수도원'에서 마음을 연다…봉암사 '간화선 대법회' 중앙일보 입력 2022.03.16 05:00 업데이트 2022.03.16 09:39 “티끌이 비치되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풍경1 경북 문경에 봉암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이 사찰은 아주 특이합니다. 글쎄, 별칭이 ‘천년 봉쇄수도원’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1000년 전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진 봉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립특별선원입니다. 다시 말해 조계종단에서 직접 관할하는 특별 선방입니다. 봉암사 결사 60주년 때 조계종 스님들이 봉암사 경내에서 법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소수 정예의 스님들이 1년 내내 수행하는 곳입니다. 일반인의 출입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 1년에 딱 하루, 부처님오신날에만 외부에 산문..

빵은 왜 몸이고 포도주는 피인가…동전 양면같은 예수의 정체

백성호의 현문우답 회원전용 빵은 왜 몸이고 포도주는 피인가…동전 양면같은 예수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2.03.05 05:00 [백성호의 예수뎐]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 나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가복음 14장 18절)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나누며 제자들에게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라고 하자, 다들 자신을 아니라며 부인했다.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을 다시 들여다본다. 예수와 12사도. 그림 속에는 정말 13명의 인물만 있을까. 안드레와 베드로의 사이에, 사도 요한과 예수 사이에, 빌립과 마태의 사이에 우리도 앉아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예수에게 묻고 있지 않을까. “그게 저는 아니겠지요..

베드로는 왜 나이프 움켜쥐었나…최후의 만찬, 예수의 그말

백성호의 현문우답 회원전용 베드로는 왜 나이프 움켜쥐었나…최후의 만찬, 예수의 그말 [백성호의 예수뎐] 중앙일보 입력 2022.02.26 05:00 [백성호의 예수뎐] 예수의 마지막 밤, 최후의 만찬은 유월절 저녁이었다. 유월절 저녁부터 7일간은 무교절(無酵節)이다. 무교절의 ‘교(酵)’는 ‘누룩을 넣어 삭히다’라는 뜻이다. 무교절에는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 빵’을 먹는다. 유대인들은 무교절 첫날과 마지막 날에 모여서 예배하고 함께 음식을 먹었다. 예수는 지상에서 보낸 마지막날 밤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졌다. 그날 저녁은 유월절 식사라고 알려져 있다. 예수가 12사도와 함께 음식을 나눈 최후의 만찬도 그랬다. 그날의 만찬은 유월절 저녁 식사로, 유대 달력으로 1월 14일이다. 요즘 우리가 쓰는 태..

30년간 책 10만 권 모아, 책방은 은퇴 후 놀이터다

30년간 책 10만 권 모아, 책방은 은퇴 후 놀이터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2.26 00:21 제천서 헌책방 여는 김기태 교수 김기태 교수. “혼자 힘으로는 10만권을 모으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 수집을 돕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은퇴 후 자영업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년의 이야기는 더이상 뉴스도 아니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 이를 품을 만한 문화의 두터움이 우리에겐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에 제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김기태(59) 교수의 사례가 하나의 참조점이 될지 모르겠다. 30년간 10만 권의 책을 모았다고 했다. 주로 초판본, 그중에서도 1쇄 본이다. 이 귀한 책들을 모신 헌책방 ‘처음책방’을 직장인 세..

절대 고독과 절대 고통의 시간

[밀레니얼 톡] 절대 고독과 절대 고통의 시간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입력 2022.02.21 03:00 눈이 많이 내렸다. 병원 앞 대로에도 눈이 쌓였다. 하얗게 물든 가로수가 왠지 포근해보였다. 문득 응급실 전화기가 울렸다. 몸이 너무 아프다고 직접 신고한 중년의 남성이었다. 구급대원은 그가 좁은 집에 혼자 살고 있었으며 노숙자의 몰골과 비슷하다고 했다. 우리는 그를 위해 격리실을 비웠다. 그는 때묻은 티셔츠와 남루한 운동복 차림으로 실려왔다. 이발과 면도 따위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듯했다. 발바닥은 재를 밟고 지나온 것처럼 검었다. 정돈되지 않은 인간의 오래된 악취가 풍겨왔다. 배는 풍선처럼 부풀었고 전신이 노랬다. 구급대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좁은 집에 엄청난 술병이 ..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마라” 덴마크 철학자의 도발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마라” 덴마크 철학자의 도발 스벤 브링크만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양지호 기자 입력 2022.02.12 08:01 한국 얘기 같지만 이 말은 덴마크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스벤 브링크만이 자신의 책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다산초당)에서 쓴 내용이다. 그는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강요하는 사회 흐름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멘토를 좆는 대신 우정을 쌓아라’ ‘소설을 읽어라’ 등. 저자는 이 책이 스토아철학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라고 정의하는데, 기존 자기계발서 일반의 주장을 비판하는 ‘안티-자기계발서’라 흥미롭다. 덴마크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스벤 브링크만'. 그가 2014년 쓴 '스탠드 펌'은 106주 연속 덴마크 베스트셀러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