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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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묻다 209

운흥사 감로탱.

고통을 치유하는 미술[윤범모의 현미경으로 본 명화] 입력 2021. 05. 18. 03:02 수정 2021. 05. 18. 05:53 운흥사 감로탱. 1730년(영조 6년) 비단에 채색한 작품으로 도상의 배열과 화면의 구성이 조화를 잘 이루었으며 화면 속 다양한 인물과 필치가 그림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화승의 우두머리가 전체 구도와 도상을 배열하면 나머지 승려들이 채색 등을 전담해 분업한 집단 창작 작품이다. 경남 고성군 운흥사 소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바이러스의 시대, 아니 고통의 시대. 팬데믹은 해를 넘기면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물이 이렇듯 인간사회를 흔들 수 있는가.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 3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고 1억6000만 명 이상의 확진자를 만..

동학 사상 풀어낸 도올 김용옥 "우리가 바로 하느님이다"

동학 사상 풀어낸 도올 김용옥 "우리가 바로 하느님이다" 백성호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중앙일보] 입력 2021.05.06 00:37 수정 2021.05.06 13:18 동학의 경전 『동경대전』 2권 출간 고조선부터 이어진 천지인 정신 수운은 여종 둘, 딸과 며느리 삼아 인간 평등이 당시에는 혁명사상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동학의 ‘다시 개벽’ 사상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통나무출판사에서 도올 김용옥(73) 선생을 만났다. 최근 그는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東經大全)’을 풀어서 두 권짜리 두툼한 책으로 출간했다. 소제목이 눈에 띈다. 1권이 '나는 코리안이다', 2권은 '우리가 하느님이다'. 꽤 파격적이다. 도올은 1968년 고려대 철학과에 들어간 뒤 수업시간에 동경대전을 처음 접했다. 그..

“과거제 없었던 일본, 조선과 달리 성리학에 비판적”

“과거제 없었던 일본, 조선과 달리 성리학에 비판적” [중앙일보] 입력 2021.04.26 00:03 ” 강지은 교수 17세기 일본의 성리학자 야마자키 안사이는 제자들에게 “만약 중국이 공자를 대장으로, 맹자를 부장으로 삼아 일본을 공격한다면 공맹(孔盟)의 도를 배운 이들은 어떻게 해야겠는가?”라고 물었다. 제자들이 당황해하자 그는 “무기를 쥐고 그들과 일전을 벌여 공맹을 사로잡고 나라의 은혜에 보답한다. 이것이 공맹의 도”라고 답했다. 『…17세기 조선 유학사』 낸 강지은 “실학은 성리학 반성의 산물 아닌 그 안에서 꾸준히 진행된 학문” 당시 조선에서는 청에게 멸망한 부모의 나라 명나라의 원수를 갚자는 북벌론(北伐論)이 한창 논의되고 있었다. 같은 성리학을 공부했지만 두 나라의 인식은 이렇게 달랐다. ..

불교인 듯 불교 아닌 종교, 원불교

[김한수의 오마이갓] 불교인 듯 불교 아닌 종교, 원불교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1.04.21 00:00 | 수정 2021.04.21 00:00 전남 영광 영산성지의 일원상. 원불교는 성지와 교당 내외에 불상이나 창시자의 초상 대신 진리를 상징하는 일원상을 모신다. 그래서 원(圓)불교다. /원불교 오는 4월 28일은 원불교의 최대 명절인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입니다. ‘크게 깨달아 종교를 연 날’이란 뜻이지요. 원불교는 1916년 4월 28일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1891~1943) 대종사가 오랜 수련 끝에 깨달음을 얻은 날을 최대의 명절로 삼습니다. 원불교는 이날을 기준으로 삼아 원기(圓紀)를 계산합니다. 올해는 원기 106년입니다. 원불교는 수천년 역사가 즐비한 종..

‘퇴계 제자들’ 봉은사서 하룻밤을 묵은 까닭

‘퇴계 제자들’ 봉은사서 하룻밤을 묵은 까닭 “퇴계, 佛書 읽고 스님과 교류도”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1.04.19 03:00 | 수정 2021.04.19 03:00 17일 오전 봉은사를 떠나기 앞서 주지 원명(왼쪽) 스님과 인사를 나누는 퇴계 귀향길 재현 행사 참가자들. /김한수 기자 “여러분의 한 걸음 한 걸음은 퇴계 선생과 우리 역사와 국토의 아름다움을 국민께 알리는 길입니다. 부디 건강하게 다녀오십시오.” 지난 17일 오전 8시 서울 강남 봉은사 법왕루 앞. 승복 입은 스님과 갓·도포 차림의 선비들이 서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나눴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과 ‘제2회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 행사(이하 ‘귀향길’)’에 참가한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등 4명이었다. 귀향길 참가자들은 ..

“과도한 세금, 백성 착취하던 시대 돌아본 건…”

“과도한 세금, 백성 착취하던 시대 돌아본 건…” [중앙일보] 입력 2021.03.29 12:02 강혜란 기자 31일 개봉하는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흑산도로 유배간 조선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동명의 바다 생물 도감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흑백 영상에 담았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사극 장인’ 이준익(62) 감독이 영화 ‘자산어보’(31일 개봉)에 닿는 길은 서해의 절해고도 흑산도처럼 멀고 험했다. “사극을 계속 찍으면서 조선의 근대에 대해 명확하게 그려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근대를 접근하려 보니 동학이 보였는데, 그 앞에 서학이 있더라.” 서학을 탐색하러 그는 충북 제천 베론 성지까지 갔다. 긴 시놉시스를 썼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19세기 정약전의..

사자·얼룩말, 10㎝ 차로 운명 갈려…사소한 게 승부 좌우

사자·얼룩말, 10㎝ 차로 운명 갈려…사소한 게 승부 좌우 [중앙선데이] 입력 2021.02.27 00:02 수정 2021.02.27 01:51 |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무명 가수들이 출전한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꽤 자주 나왔던 장면이 있다. 맞붙은 두 가수의 실력이 막상막하가 되면 심사위원 8명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비튼다.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까닭이다. 괴로워하다 결국 한 사람을 선택하는데 나오는 결과에 자신들도 깜짝 놀란다. 박빙이 아니라 7대 1이나 8대 0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 때문이다. 분명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인데 왜 이런 극단적인 결과가 나타날까? 지구력 약한 사자, 근거리서 기습 얼룩말은 사력 다해 더 뛰면 살아 ..

좋은 죽음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좋은 죽음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나는 ‘죽음학 교수’ 유은실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죽음’을 주제로 유튜브 시작 최연진 기자 입력 2021.02.23 03:19 | 수정 2021.02.23 03:19 “죽는 순간만 죽음이 아니에요. 죽음을 준비하고, 실제로 그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죽음이라고 봐야 해요. 그때 그 순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는 게 ‘좋은 죽음’이 아닐까요.” 최근 서울 서촌의 한 한옥에서 유은실(64)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를 만났다. 한 시간 내내 ‘죽는 얘기’만 했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무섭다’는 생각부터 했죠. 그런데 그게 아니에요. 우리 모두 툭 터놓고, 어릴 때부터 죽음을 얘기해야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요.” 작년 8월 의료 일선에서 물러난 그가 죽음..

"삶의 불편 수용할 때 삶이 편해지더라"

고진하 목사 "삶의 불편 수용할 때 삶이 편해지더라" 백성호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vangogh@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1.02.11 00:30 수정 2021.02.11 10:48 “살아보니 한옥의 주인은 내가 아니더라. 나무와 흙과 제비들. 그런 자연이더라.” 70년 한옥에서 13년째 살아보니 삶의 불편 수용하는 지혜 생겨나 한옥에서 읽어내는 자연의 경전 완전함보다 원만함이 삶의 지향 설을 앞두고 3일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에서 고진하(68) 목사를 만났다. 그의 집은 70년 된 시골 한옥이다. 이곳에 산 지는 13년째다. 대문 위에는 ‘不便堂(불편당)’이라고 쓴 당호가 걸려있다. 그러니 이 집의 이름은 ‘불편한 집’이다. 왜 그럴까. 시인이자 기독교 영성가인 고 목사에게 한옥에 ..

그 많던 성황당은 어디로 갔을까

“산신님, 단군님…” 그 많던 성황당은 어디로 갔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1.02.08 00:03 수정 2021.02.08 07:26 민간신앙의 대상인 지리산 성모상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여신상이다. [중앙포토] “나는 이 나라 어디에도, 혹은 서울 내의 어디에도 우상이나 우상을 모신 사원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놀라웠다. 사람들은 우상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았고, 신들을 위한 사원을 세우지 않는 것 같았다.” 고려말 유생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 세종 “요사한 귀신” 신상파괴 시초 1885년 서울을 방문한 성공회 선교사 J. R. 울프가 남긴 기록의 일부다. 서양인들의 눈에 ‘이방 종교’의 전형적 특징인 ‘우상’이 보이지 않는 것이 기이했던 것. 그런데 고려 때 송나..

5·18 왜곡시 쓴 철학자 최진석

[고정애의 직격인터뷰] 민주화 세력의 자아도취가 나라 멈추게 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15 00:42 수정 2021.01.15 01:10 | 5·18 왜곡시 쓴 철학자 최진석 고정애 논설위원 그는 ‘생각하는 것으로 여태껏 밥 먹고 살고 있다’는 철학자다. 2017년 18년간 섰던 강단을 떠났는데 58세의 나이였다. 사람들은 “무림(武林)으로 이동했다”라고도 “강단 학자가 강호 학자”가 됐다고도 했다. 실상은 세상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였는데 한 방송에서 강의하면서 이른바 ‘스타 인문학자’가 됐다. 큰 범주로 보면 반야심경·노자·장자였다. 문 대통령, 민족·진영 대표로 인식 민주화 세력, 성공 기억 잡고 완장 낡은 좌파와 낡은 우파만 남았다 생각 없는 국민…생각 없는 정치 2019년 7월 한 일..

지하철에서 만나는 최고의 풍경 5

청담역 터널 벗어나자 ‘빛의 나라’… 오, 한강이었다 [당신의 리스트] [1] 서현 - 지하철에서 만나는 최고의 풍경 5 서현 서울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1.01.05 03:00 서울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을 출발해 긴 터널을 지나온 열차가 복층 교량 청담대교를 타고 한강에 돌입하고 있다. 이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것은 드넓은 한강. 어두운 굴 속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쯤 별안간 허공에 떠 가는 기분을 맛보게 되는 초현실적 공간 체험이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신년 기획 ‘당신의 리스트’를 시작합니다. 문화는 선별과 여과의 오랜 역사. 클릭 한 번이면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리스트를 제출하느냐는 것. 조선일보가 신뢰하는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리스트를 제출합니다. 1회는 ..

노파의 치장은 허영…본질 외면 ‘껍데기 미’는 끔찍하다

노파의 치장은 허영…본질 외면 ‘껍데기 미’는 끔찍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0.11.21 00:20 [미학 산책] 스트로치 ‘바니타스 알레고리’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바니타스 알레고리’. 장미를 든 노부인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다. [모스크바 푸쉬킨미술관] 베르나르도 스트로치(Bernardo Strozzi)라는 화가의 그림 가운데 ‘바니타스 알레고리’(1635)라는 작품이 있다. 여기에는 한 노파가 거울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옆으로 드러나는 그녀의 어깨와 가슴과 목덜미의 피부는 쭈글쭈글하다. 치장한 머리에는 붉은 리본이 두세 갈래로 매어져 있고, 귀에는 진주 귀고리도 세 개나 달려 있다. 이런 그녀 앞에서 한 하녀는 거울을 세워 그녀를 비춰 보이고, 그 옆에 선 하녀..

괴테, 뉴턴 광학이론 넘어서려 20년 걸쳐 ‘색채론’ 완성

괴테, 뉴턴 광학이론 넘어서려 20년 걸쳐 ‘색채론’ 완성 [중앙선데이] 입력 2020.11.21 00:02 수정 2020.11.21 00:07 바우하우스 이야기 〈48〉 괴테 일대기를 다룬 영화 ‘괴테’ 속 베르테르의 복장. 파란색 연미복과 노란색 조끼 차림이다. 19세기 초반,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베르테르 복장’을 하는 것이 금지됐다. 괴테(1749~1832)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이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소설 속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내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여전히 많았기 때문이다. 이때 ‘베르테르 복장’이란 파란색 연미복에 노란색 조끼를 뜻한다. “색은 밝음과 어두움 만남서 생겨” 인간의 감각과 무관한 색채 부정 현대물리학서 괴테 이론 재발견 ‘베르테르 옷’ 파란 연미복..

"살아보니 열매 맺는 60~90세 가장 소중"

100세 철학자 김형석 "살아보니 열매 맺는 60~90세 가장 소중" [중앙일보] 입력 2020.09.28 00:45 수정 2020.09.28 08:05 1920년 4월 23일 평안북도 운산군에서 태어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47년 월남한 '원조 탈북 실향민'이다. 85년 퇴직 이후 35년간 강연과 집필 활동으로 인생 이모작을 일궈 왔다. 자신과 주변의 100세 사례를 근거로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철학자이자 수필가로 유명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00세를 맞은 지난 4월 『백세 일기』를 펴냈다. 코로나19 때문에 초유의 '비대면 추석'을 앞두고 있다. 풍성한 한가위여야 하는데 이번엔 고향에 가기가 꺼려지고 부모와 형제자매 얼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