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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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묻다 209

"누가 오나요?"는 오해...무연고 사망 장례식, 붐비는 이유

"누가 오나요?"는 오해...무연고 사망 장례식, 붐비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12.29 00:01 업데이트 2022.12.29 08:34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김민석나눔과나눔 팀장 나는 고발한다. J’Accuse…!구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인의 이름 앞에 ‘무연고 사망자’라는 수식이 붙는 순간 사람들은 그의 삶이 외롭고 쓸쓸했다고 오해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수식이 내포하는 뜻이 ‘아무런 연고가 없음’이니까. 이 단어는 매우 직관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고인의 삶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그를 대표하게 된다. 개인의 역사를 지우고, 혼자로 만들어버린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통해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하..

유대인의 경전 토라와 탈무드

오피니언전문가칼럼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53] ‘하지말라’가 365개, ‘하라’가 248개… 십계명을 삶에 확장하다 유대인의 경전 토라와 탈무드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 입력 2023.01.31 00:20 히브리 성경 도입부 처음 다섯 권인 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는 모세가 저술했다는 전승에 따라 ‘모세오경’이라 하며, 유대인들은 토라라 부른다. 유대인에게 토라 공부는 가장 중요한 종교 행위이자 평생 공부해야 할 거룩한 대상이다. 지난 2014년 8월 랍비 아브라함 이삭 쿡(1865~1935)의 예루살렘 생가에서 열린 토라 헌정식에서 참석자들이 두루마리에 적힌 토라의 구절을 보며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레우벤 리블린 당시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스라엘 정부 공보국 유대 민족..

서울의 최대 경쟁력은 산과 강, 무위자연을 품다

서울의 최대 경쟁력은 산과 강, 무위자연을 품다 중앙일보 입력 2023.01.20 00:40 업데이트 2023.01.20 07:22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매력도시 한양 김정탁 노장사상가 우리나라 행정지명에는 산천과 관련한 게 많다. 이런 식 이름짓기는 다른 나라에 없는 드문 일이다. 산(山)과 관련해선 부산, 울산, 군산, 익산, 안산, 괴산, 아산, 예산, 논산, 경산, 양산이 있다. 하천(川)과 관련해선 인천, 춘천, 부천, 동두천, 이천, 포천, 화천, 제천, 진천, 서천, 옥천, 영천, 합천, 사천이 있다. 들판(原)과 관련해선 수원, 철원, 창원, 남원이 있고, 땅의 평평함(平)과 관련해선 가평, 양평, 증평이 있다. 이처럼 전국에 산과 강과 들이 널려 있어 한국인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

"예수는 언제 행복했을까…묻지 않는 신앙은 위험합니다"

"예수는 언제 행복했을까…묻지 않는 신앙은 위험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3.01.12 00:46 지면보기 백성호의 현문우답구독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9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최원영(68) 작가를 만났다. 그는 2년 전 『예수의 할아버지』라는 장편 소설을 내놓으며 화제가 됐다. 신학계에서 치열하게 오갔던 논쟁을 소설을 통해 대중에게 과감하게 제시했다. 당시 소설가 김훈은 추천사에서 “하느님과 교회를 교리로부터 해방시켜서 현세의 생활 속에서 살아 있게 한다”고 평할 정도였다. 최근 최 작가가 두 번째 소설 『예수님의 폭소』(좋은땅)를 내놓았다. ‘예수’와 ‘폭소’를 합한 제목. ‘예수의 할아버지’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이유부터 물었다. 최원영 작가는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우는 대목은 나오는..

‘홍길동전’ 허균 집안의 비극

신분제 조롱한 붓끝, 끝내 못다 핀 ‘하늘이 내린 괴물’ 중앙일보 입력 2023.01.06 01:07 업데이트 2023.01.06 08:45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홍길동전’ 허균 집안의 비극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나와 내 누이의 글을 챙겨 훗날을 도모해다오!” 역적 누명을 쓰고 형장으로 가는 허균(1569~1618)이 딸과 사위에게 남긴 마지막 부탁이다. 허균은 역사에 다시 없는 ‘괴물’로 목이 잘리고 몸이 찢어진 주검이 되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을 딸에게 못다 한 꿈을 맡겼다. 아비가 역모 죄인이라 하더라도 시집간 딸의 경우는 목숨까지 내놓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진 허균이니만큼 그 죽음 또한 혁명과 반역을 넘나들며 소설 같은 여운을 남겼다..

준비 없이 장수하면 형벌, 감사 마음 갖고 ‘소식다동’ 해야

준비 없이 장수하면 형벌, 감사 마음 갖고 ‘소식다동’ 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2.12.31 00:01 업데이트 2022.12.31 00:05 정영재 기자 [지혜를 찾아서] ‘국민 정신건강 주치의’ 이시형 박사 서울 강남구 세로토닌문화 연구실에서 만난 이시형 박사는 “요즘도 시간을 쪼개 써야 할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박종근 기자 “중학생 때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어요. 우연히 이시형 박사님이 쓴 『배짱으로 삽시다』를 읽고 마음을 바꿨죠. 제 생명의 은인이신 박사님께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주세요.” ‘국민 정신건강 주치의’ 이시형 박사를 만나러 간다고 하자 지인이 이런 부탁을 했다. 지인은 강남에서 건실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시형 박사는 대한민국을..

‘양평아트로드’

[아무튼, 주말] 江에서 영감, 山에서 표정 읽어 탄생한 예술… ‘양평아트로드’를 아세요? 크리스마스에 가볼 만한 양평 ‘강상강하 아트페어’ 이혜운 기자 입력 2022.12.24 03:00 0 경기 양평군 강하면 복합문화공간 카포레 1층에 전시된 김경민 작가의 작품./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투명하게 얼어버린 남한강 수면 위로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그 뒤로 눈 덮인 매봉산이 보인다. 설산(雪山)과 설강(雪江)의 조화.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이다. ‘뽀드득 뽀드득’. 강변에 자리한 ‘강하예술공원’을 걷는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처음 발자국을 내는 기분이 설렌다. 그런데 왜 예술공원일까. 대로 위로 올라가니 답이 나온다.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267에 위치한 투박한 주황색 건물인 ‘기흥성 뮤지엄’ 앞 ..

최백호 “청춘이 아름답다지만, 나는 일흔의 내가 좋아요”

최백호 “청춘이 아름답다지만, 나는 일흔의 내가 좋아요” 새 앨범 ‘찰나’ 펴낸 가수 최백호 인터뷰 윤수정 기자 입력 2022.12.08 03:00 5일 저녁, 가수 최백호(72)의 서울 여의도 원룸 아파트 작업실. 거실 책상에는 자신이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최원봉 전 국회의원)의 사진과 최백호가 그 사진을 보고 직접 그린 아버지 초상화가 놓여 있었다. 그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아버지가 내겐 늘 신화 같은 존재였다”고 했다. “학창 시절 아버지에 대한 풍문을 많이 듣고 자랐죠. 어딘가 살아서 숨은 채로 날 지켜보는 것만 같았어요. 내겐 든든했고, 자존심이었고, 자존감이었죠.” 5일 서울 여의도의 원룸 아파트 작업실에서 만난 가수 최백호. 작업실 방 안은 그의 '인생..

이해란 무엇인가

공감하라→분석·종합하라→경우의 수를 상상하라 중앙일보 입력 2022.12.08 00:40 업데이트 2022.12.08 01:39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이해란 무엇인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많은 경우, 이해란 공감을 뜻한다. 그러기에 “난 널 이해해”란 말은 위로가 된다.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해서 외롭던 처지라고 해보자. 누군가 저 말을 해주면, 협착 상태에 있던 자아는 활짝 기지개를 켠다. 나는 나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었구나. 다른 사람 속에도 내가 있구나. 이처럼 이해란 타인과 내가 잠시나마 하나 되는 체험이다. “난 널 이해해.” 혹은 “난 널 알아.” 이 말은 상처도 된다. 날 이해한다는 타인의 말이 나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선언일 때, 나는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 수 있다..

울진 월송정과 무신 박원종

“재화는 행실을 그르치나니…” 조선조 ‘금수저’의 최후 중앙일보 입력 2022.11.25 00:36 지면보기 울진 월송정과 무신 박원종 김정탁 노장사상가 조선에서 가장 팔자 좋은 삶을 산 사람은 누구일까. 세속적 기준에서 보면 성종과 연산군 시대를 거쳐 중종 시대를 살다간 박원종(朴元宗)에 필적할만한 사람은 없다. 그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부와 권력이 그의 곁에서 한 번도 떠나지 않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삶을 누리고 갔다. 박원종은 성희안·유순정과 함께 중종반정을 일으킨 세 대장으로 유명하다. 반정 당시 무력을 책임졌기에 공신 중에서도 으뜸을 차지했는데 그때 나이 39살이었다. 그리고 세 대장 중에 가장 먼저 정승에 올라 우의정이 됐고, 곧이어 좌의정으로 승진했다. 42살에는 영의정에 올랐는데 병조판서..

말다툼 시끄럽던 마을, 욕설·비방 땅에 묻은 사연

말다툼 시끄럽던 마을, 욕설·비방 땅에 묻은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22.09.30 00:49 지면보기 경북 예천 말무덤〈言塚〉 김정탁 노장사상가 경상북도 도청에서 멀지 않은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 입구에 말 무덤이 있다. 말(馬) 무덤이 아니고 말(言) 무덤, 즉 언총(言塚)이라 생소하다. 이 무덤은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1990년에 비석을 세우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50여 년 전쯤만 해도 여기서 제사를 지냈다고 하니 한대마을 사람들이 이 무덤의 존재를 소중히 여긴 듯하다. 그러면서 말싸움이 얼마나 치열했으면 말 무덤이 생겨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개가 짖어대는 형상, 주둥개산 이 마을에는 김녕 김씨, 김해 김씨, 진주 유씨, 밀양 박씨, 인천 채씨, 경주 최씨 등이 살았는데 이들 문..

지진아 아인슈타인 깨운 3가지… 나침반·바이올린·토론

지진아 아인슈타인 깨운 3가지… 나침반·바이올린·토론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42) 인류 최고의 과학자는 어떻게 역경 극복했나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 입력 2022.08.23 00:01 아인슈타인은 1879년 독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말 배우는 것이 늦어 세 살까지 한마디도 못 했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독일어가 어눌하고 약간의 자폐 증상이 있어 왕따가 되었다. 다섯 살 무렵 입원한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무료해하는 아들에게 ‘나침반’을 사주었다. 아인슈타인은 나침반 바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움직임을 관찰하며 바늘을 끌어당기는 우주의 힘이 숨어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는 우주의 힘이 어떻게 자기한테까지 오는지 궁금했다. 아인슈타인은 학업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 지진아로 분류되었다. 담..

스위스 로잔엔 '법계사'가 있다…성철스님 화두 쥔 영국 스님

회원전용 스위스 로잔엔 '법계사'가 있다…성철스님 화두 쥔 영국 스님 [백성호의 한줄명상] 중앙일보 입력 2022.07.20 05:00 업데이트 2022.07.20 10:09 백성호 기자 구독 백성호의 현문우답 “모든 것이 완전하다!” #풍경1 스위스 로잔에는 법계사라는 법당이 있습니다. 그 절을 세운 이가 무진(無盡ㆍ73) 스님입니다. 푸른 눈을 가진 비구니 스님입니다. 무진 스님의 아버지는 영국 사람입니다. 저명한 식물학자이자 대학교수였습니다. 무진 스님의 어머니는 캐나다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진 스님의 국적은 영국과 캐나다입니다. 그런데도 무진 스님의 한국 사랑,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 불교에 대한 사랑은 참 대단하고, 또 각별합니다. 한국 불교의 무엇이 그를 그토록 매료시켰던 걸까요. #풍경2 어..

나는 왜 아직도 '낄끼빠빠'가 안 될까?

[주역으로 본세상] (40) 나는 왜 아직도 '낄끼빠빠'가 안 될까? 중앙일보 입력 2022.07.13 18:11 한우덕 기자 구독 세상 모든 일 '타이밍(timing)'이다. 시의적절 행동해야 '매너 있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지 않으면 '무례하다', '푼수 같다'라는 뒷말이 돈다. 심하면 주변으로부터 따돌림당할 수도 있다. '낄끼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라는 뜻. '타이밍의 예술'을 표현한 요즘 세대 말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카드 유 대리에게 맡기고 갈 테니, 다들 더 놀다 가.' 젊은 직원들이 원하는 말은 이거다. 그러나 대표는 기어코 노래방까지 직원들을 따라간다. 뭐 그리할 말은 많은지, 쉼 없이 얘기한다. "나 때는 말이야..." 그러니 '꼰대'라는 얘기를 듣는다. '..

'천하의 잡놈'이 부처로 보일 때까지…45년간 무식하게 찾아간 곳

회원전용 '천하의 잡놈'이 부처로 보일 때까지…45년간 무식하게 찾아간 곳 [백성호의 한줄명상] 중앙일보 입력 2022.07.06 05:00 백성호 기자 구독 백성호의 현문우답 구독 “부처님 만나는 심정으로 교도소 찾아갑니다.” #풍경1 경북 울진의 불영사(佛影寺)는 천년 고찰입니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 대사가 창건한 절입니다. 지금은 비구니 사찰입니다. 1984년 겨울, 불영사 선방에는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 비구니 수좌들이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겨울 석 달간 산문 출입을 금한 채 선방에서 좌선만 하며 수행하는 걸 동안거라고 부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정현 스님은 45년 넘는 세월 동안 교도소 법회를 이어오고 있다. [중앙포토] 그해에 선방 스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