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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묻다 209

故 최창조 교수, 術을 學으로 높인 풍수학인… “그곳에도 단골술집 있겠죠”

故 최창조 교수, 術을 學으로 높인 풍수학인… “그곳에도 단골술집 있겠죠” 31일 별세 최창조 교수를 기리며 김두규 우석대 교수 추모 기고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입력 2024.02.02. 03:00업데이트 2024.02.02. 06:43 2013년 12월 17일 최창조가 30년 전‘한국의 풍수사상’을 펴낼 때만 해도 광화문 뒤에 일제가 세운 조선총독부 건물(옛 중앙청)이 버티고 있었다. 지금은 헐려 북악산이 훤히 보인다. 그는“일제는 조선사람들의 무덤을 건드리는 대신 왕궁인 경복궁의 목과 입에 해당하는 자리에 건물을 세워 단번에 조선의 기를 누르려했다”고 말했다./이덕훈 기자 풍수쟁이는 많았어도 진정한 풍수 학인은 없었다. 최창조 교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1980년대 상황이다. “지리학”이란 명칭으..

과거·미래에 대한 생각 많은 게 문제, 살길은 현재에 있다

과거·미래에 대한 생각 많은 게 문제, 살길은 현재에 있다 [마음을 찾는 사람들]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 박사 김한수 기자 입력 2024.01.31. 03:00업데이트 2024.01.31. 05:59 전현수 박사가 병원 명상실에서 좌선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생각을 줄여야 합니다. 저희 병원에 오시는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생각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생각이 적은 경우는 못 봤습니다. 생각은 달콤합니다. 그러나 실제가 아니고 과거나 미래로 향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살길은 현재에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67) 박사는 20년 넘게 명상 수행을 하며 정신 치료에 접목하고 있다. 1985년 레지던트 2년 차에 불교를 본격적으로 접한 그는 2003년과 2009년 등 도합 3년간 병원을 닫고 미얀마와 한국..

대한민국 새벽

푸시업 130번 80대, 오늘도 허탕 60대, 눈 탓 눈 못 붙인 50대…대한민국 새벽에 무슨 일이 중앙선데이 입력 2023.12.30 01:30 업데이트 2023.12.30 22:4 김홍준 기자 신수민 기자 원동욱 기자 구독 SPECIAL REPORT 지난 25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차량 기지에서 차만석씨가 헤드라이트를 조정하며 제설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화이트크리스마스였습니다. 차만석(59)씨는 제설 차량(개인 소유)에 올랐습니다. 그는 고양시청 제설 하청을 받은 회사의 직원입니다. 시동을 켜고, 헤드라이트 각도를 조정했습니다. 삼날(제설 차량 앞에 달려 눈을 도로 가장자리로 미는 장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했습니다. 그는 지난밤 11시부터 5시간째 ‘대기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황희 정승과 그의 자녀들

“아들 일은 해소 못 할 고통” 89세에 손자뻘 왕 앞에서 눈물 중앙일보 입력 2024.01.12 00:35 황희 정승과 그의 자녀들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신의 아들이 장물죄를 범해 관직을 삭탈 당한 지 11년이 되었습니다. 신의 나이 지금 89세이니 죽음이 조석(朝夕)에 달려 있습니다. 늙은 소가 새끼를 핥아 주는 심정이고 보니 아들의 일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해소되지 못할 고통이옵니다. 부자의 정은 천성인지라 감히 천위(天威)를 범하고 죽음을 무릅쓰며 아룁니다.”(『문종실록』 1년 2월 2일) 아들의 죄를 구원해달라는 구순의 늙은 아버지는 20년을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서 세종의 시대를 빛낸 명재상 황희(1363~1452)다. 차남 황보신(1401~14..

12월 25일, 예수 탄생일 맞나요?

12월 25일, 예수 탄생일 맞나요?…추기경과 목사님 똑닮은 답 중앙일보 입력 2023.12.22 00:31 백성호 기자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구독 백성호의 현문우답구독 며칠 전이었습니다. 간담회 자리에서 누군가 물었습니다. “12월 25일이 정말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인가요?” 맞은 편에 앉은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짜보다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가 더 중요합니다.” 예수의 탄생일에 대해선 사실 이견이 많습니다. 지금은 지구촌 사람 대부분이 양력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라 부릅니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아기 예수에 대한 미사와 예배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의 유래는 로마의 동짓날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12월 말경 1주일 정도 ..

필기구는 뇌의 조력자, 명품백 1% 값에 세상 다 얻은 기분

필기구는 뇌의 조력자, 명품백 1% 값에 세상 다 얻은 기분 중앙선데이 입력 2023.12.09 00:01 정영재 기자 국내 최다 필기구 수집가 이상민씨 40여년간 모은 수천 점의 필기구가 빼곡히 들어찬 울산시 무거동 자택을 처음으로 공개한 이상민씨는 “요즘도 주 1~2회 당근마켓 등을 통해 필기구를 사들인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울산광역시 남구 무거동의 한 아파트. ‘미스터 필기구’의 안내로 그의 방에 들어섰다. 벽면 하나가 온통 필기구로 꽉 차 있다. 남대문시장 초입의 국내 최대 문구점 ‘알파문구’ 필기구 판매대에 온 느낌이다. 차이가 있다면, 알파문구에는 같은 종류의 펜이 수십 개씩 채워져 있지만 무거동에는 대부분 다른 종류의 필기구 수천 점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의 ICT융합..

17세 때 만난 도산 안창호…104세 김형석, 그때 인생 바뀌었다

17세 때 만난 도산 안창호…104세 김형석, 그때 인생 바뀌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3.10.27 00:33 백성호 기자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구독 백성호의 현문우답구독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독립운동가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다 1938년에 옥사했다. 85년 전이다. 그러니 도산 선생을 직접 만났던 이들 중에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104세 철학자’ 김형석(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김 교수의 어릴 적 꿈은 기독교 목사나 신학자였다. 그런데 17세 때 도산 선생의 설교를 눈앞에서 듣고서 삶의 방향을 틀었다. 그는 철학을 중심으로 신학과 역사학, 문학과 예술까지 아우르는 ‘인문학자’가 되고자 했다. 무엇이었을까. 기독교인인 도산의 어떤 면모..

여행을 떠나는 당신의 이유

자아를 찾아 떠난다고? 딱딱하게 굳은 ‘나’부터 돌아보자 중앙일보 입력 2023.07.18 00:52 여행을 떠나는 당신의 이유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1925년, 이광수는 ‘잊음의 나라로’라는 글에서 떠나는 청년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아아 조선아! 조선에 있는 모든 사람아 모든 물건아! 하나도 남지 않고 죄다 내 기억에서 스러지어 버려라! (…) 나는 잊어버릴 양으로, 오직 모든 것을 잊어버릴 양으로, 그리하고 다시는 다시는 아주 기억도 아니 가질 양으로 특별히 산과 나물과나 짐승과나 벌레와 이 세상에 무슨 물건과나 정이 들지 아니할 양으로 잊음의 나라, 허무의 나라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오직 이렇게만 알라.” 전염병 이후 다시 떠나는 여행 타 문화권과의 경계 느끼게 돼 너무나 열심히 ..

한·일 유학교육, 같고도 다른…

사서오경에 빠진 명륜당, 영어·공학 가르친 명륜관 중앙일보 입력 2023.07.07 01:16 한·일 유학교육, 같고도 다른… 김정탁 노장사상가 서울 성균관에는 명륜당이 있고, 일본 하기(萩)에는 명륜관이 있다. 하기는 관부연락선 일본 쪽 종착지인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떨어진 해안가의 작은 도시다. 명륜(明倫)은 ‘인륜을 밝힌다’라는 의미여서 이 이름이 들어가면 대개 유학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명륜이란 간판을 똑같이 내걸었어도 명륜당과 명륜관에서 가르친 내용이 크게 다르다. 서울의 명륜당 교육이 관념 차원에서 머물렀다면 하기의 명륜관 교육은 이론을 넘어서 응용으로 이어졌다. ‘인륜을 밝힌다’는 최고 교육기관 관념과 실용 대비, 양국 미래 갈라 나라보다 개인, 주자 숭상한 ..

“힐링하란 말이 일하란 말로 들려요”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57] “힐링하란 말이 일하란 말로 들려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3.06.27. 03:00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한 CEO가 리더 회의에서 ‘앞으로 저녁 8시 넘어서까지 직장에 절대 남아있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발언 후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리더 대부분이 퇴근 시 저녁 8시경 주차장에서 서로 만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고 한다. CEO의 이야기가 ‘이중 구속(double bind)’의 소통이 된 셈이다. 소통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진심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표면적인 소통의 메시지와 ‘메타 소통(meta communication)’이 주는 메시지가 다를 때이다. 뉘..

宰相이란 무엇인가?

조선 재상 열전 1 宰相이란 무엇인가? 글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 교장 ⊙ “재상이란 위로는 천자를 보좌하여 음양을 다스리고… 안으로 백성들이 서로 친목하게 하고, 경대부로 하여금 각자 그 맡은 자리에서 충실하게 일하게 하는 자”(진평) ⊙ 재상은 청절한 절의와 법치에 대한 확고한 의식 그리고 큰 계책을 정할 줄 아는 술가의 면모를 고루 갖춰야 ⊙ 조준(趙浚), 황희(黃喜), 신숙주(申叔舟), 이준경(李浚慶) 등이 國體에 이른 최상급 재상 ⊙ “마음대로 자기 뜻에 맞는다고 사람을 쓰게 되면 반드시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소순) 이한우 1961년생. 고려대 영문학과 졸업, 同 대학원 철학과 석사,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박사 과정 수료 / 前 《조선일보》 문화부장, 단국대 인문아카데미 주임교수 역임 조선..

백수 韓信과 ‘가붕개’의 세상

[유석재의 돌발史전] 백수 韓信과 ‘가붕개’의 세상 유석재 기자 입력 2023.04.14. 00:00업데이트 2023.04.14. 12:40 유석재의 돌발史전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79194 고우영(1938~2005) 화백의 만화 '초한지'에 등장하는 한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30년 전만 해도 경주나 해운대로 수학여행을 가면 기념품을 파는 아주머니들과 여러 번 마주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온갖 시(詩)를 조잡하게 적어놓은 열쇠고리나 책받침 같은 것이 매달려 있었죠. 그런데 그 ‘시’ 중에는 유독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의 이런 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퇴직하면 뭘 하지?” 80대 선배들이 알려준 지금 해야 할 3가지

“퇴직하면 뭘 하지?” 80대 선배들이 알려준 지금 해야 할 3가지 [행복한 노후 탐구] 은퇴 3대 불안은 건강·통장·고독 인생 대선배들의 금쪽 해결법 이경은 기자 입력 2023.03.27. 14:03업데이트 2023.03.27. 16:05 “퇴직하면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아무리 유능하고 성실한 직장인이라도 언젠가는 마주쳐야 하는 정년. 약간의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때가 닥친다. 불안하고 막막한 퇴직 이후의 삶,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나보다 앞서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조언이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80대 선배들이 “퇴직하고 나서 이걸 하길 참 잘했다, 시간을 되돌려도 이것만은 꼭 하겠다”고 추천하는 건 무엇일까? 일본 잡지 프레지던트가 이달..

시비 거는 노인, 백안시하는 청춘…세대갈등 최전선 된 지하철 1호선

[민주화·산업화의 상징 58년 개띠] 시비 거는 노인, 백안시하는 청춘…세대갈등 최전선 된 지하철 1호선 중앙선데이 입력 2023.02.18 01:15 업데이트 2023.02.18 01:42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윤혜인 기자 원동욱 기자 SPECIAL REPORT 지난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를 향해 걷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무임수송에 대한 기획재정부 지원이 이뤄지면 대중교통 요금 인상 폭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야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연초부터 지하철 무임승차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 지하철 이용 요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노인을 대상으로 처음 ..

“암 이대로 놔둡시다” 이어령 웰다잉 택한 그날

“암 이대로 놔둡시다” 이어령 웰다잉 택한 그날 중앙일보 입력 2023.02.24 00:24 최철주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최철주의 독거노남 지난해 2월 26일 별세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그는 항암치료 대신 웰다잉을 택했다. [중앙포토] 2017년 6월의 세 번째 월요일 저녁.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하 존칭 생략)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도착한 J박사와 이야기 중이었는데 분위기가 어두웠다. 이어령은 한 달 전 서울 평창동 그의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내게 이런 부탁을 했다. “속 시원하게 설명해 줄 만한 좋은 의사 없을까요. 내가 암 투병 중이오.” 신문사 퇴직 후 이곳저곳에서 웰다잉 강의를 하러 다니던 중 나는 그가 앓고 있다는 소문을 전해들은 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