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愚衆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들소 우중愚衆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들소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다. 금세기초 스페인의 산탄데르 州에 사는 한 젊은 기사 技師는 사냥꾼이 발견한 부근의 한 동굴에 깊은 흥미와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첫 번째 답사에서 그는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소학생들의 서투른 솜씨 같은 그림 몇 개를 동굴..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8.06.11
梅花를 생각함 梅花를 생각함 또 한 발 늦었다/ 일찍이 남들이 쓰다버린/ 쪽박 같은 세상에/ 나는 이제야 도착했다/북서풍이 멀리서 다가오자/ 사람들이 낮게 낮게 /자세를 바꾸는 것을 바라보면서 / 왠지 부끄러웠다 / 매를 맞은 자리가 자꾸 부풀어올랐다 / 벌을 준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玄齋 沈師正의 파교심매..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8.06.06
6월의 기억 6월의 기억 나호열(시인)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 6월 나는 푸른 제복을 벗었다. 미제 GMC 트럭을 타고 의정부를 지나고 동두천 너머 한탄강을 건너고 하염없이 비포장도로를 북으로 달려갈 때, 남녘 출신 훈련소 동기 이등병은 눈물을 쿨럭거리며 연신 먼지 내려앉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는데, 그 친..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8.05.28
아다지오 칸타빌레 adagio cantabile 아다지오 칸타빌레 adagio cantabile 나 호 열 모든 것이 느려지고 있다. 한 인생의 완성이 죽음에 있다면 그 걸음은 더 한껏 느려져도 좋을 것이다. 한껏 느려진다는 것은 속도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것, 이를테면 마라톤 경주에서 42.195㎞를 누가 빨리 달려갈 수- 혹은 달려올 수- 있는가에 내기를 건다는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8.05.24
원칙에 대한 예의 원칙에 대한 예의 - 사랑은 , 그것을 잃어버리는 순간에 완성된다. 수석이 취미인 사람이 있었다. 쉬는 날이면 그는 어김없이 배낭을 매고 돌을 주으러 먼 길을 떠났다. 좋은 돌이 있다는 소문이 도는 곳이면 어느 곳이던 마다 않고 단걸음에 달려가곤 했다. 처음엔 배낭 가득히 이상하고 신기롭기 조차..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8.05.06
지역문화와 예술인 지역문화와 예술인 나호열(시인, 한국문화예술위워회 지역문화위원) 문화의 시대. 지역문화나 지역균형발전이니 하는 말들은 어느덧 우리 귀에 친숙한 말들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지역’의 의미가 무엇이고, ‘문화’가 무엇이냐고 되물어 볼 때 얼마나 많은 이해의 차이와 곡해가 있는지 알아채..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8.05.05
간절한 소망 당신에게 말 걸기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은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8.01.21
교만驕慢을 버리다 교만驕慢을 버리다 저녁을 먹고 난 후 근육통이 생기더니 갑자기 이가 저절로 딱딱 부딪치면서 오한이 몰려왔다. 두꺼운 이불을 세 개나 덮고도 발이 시려워 양말을 껴 신었는데, 거기다가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식구들은 다 잠들고, 약을 몇 알 삼켜도 오한과 두통, 그리고 열기는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8.23
배신에 대하여 배신에 대하여 어제 저녁 나는 한 편의 시를 썼다. 우울하고, 침울한 마음이 행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그 시를 쓰고 난 후, 나는 심한 오한과 발열상태에 빠져 온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맑은 시냇물을 본다는 것이 그만 나를 들여다보고 말았다 무작정 우회도로를 지나고 있다는 느낌 교회의 첨..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8.22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 다섯 편의 시와 한 편의 산문 한강 유람선 위에서 저기, 고행자가 지나간다. 고행자는 한결같이 일그러진 얼굴과 퀭한 눈과 헝클어진 머리칼과 약간은 썩은 냄새를 풍기는데, 고행자는 한결같이 굶주림의 미소와 약간의 빵 굽는 냄새의 평화를 보여준다. 저기, 고행자..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5.02
예술가의 초상 예술가의 초상 나호열 예술가는 불멸을 꿈꾼다. 아니 모든 사람이 불멸을 꿈꾼다. 단지, 예술가임을 자각하는 사람들은 불멸에 대한 열망이 좀 더 강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짐멜이 Simmel 이 단순한 생명의 연장 more life 이 아니라 그 본능을 넘어서는 more than life 열망을 가진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4.28
[스크랩] 감청과 도청 / 나호열 컬럼/ 데일리서프 기고. 감청과 도청 입력 :2005-09-01 12:11 나호열 (시인· 인터넷 문학신문 발행인) 이 시대의 불행이라면 영웅이 없다는 것이다. 눈 씻고 들여다봐도 평생을 우러러 보고 싶은 인물이 없다는 것이 자조 섞인 푸념일 뿐이다. 군부 독재 시절에도 그랬고, IMF 때도 그랬고 지금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다 내 탓이오..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2.05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저기, 고행자가 지나간다. 고행자는 한결같이 일그러진 얼굴과 퀭한 눈과 헝클어진 머리칼과 약간은 썩은 냄새를 풍기는데, 고행자는 한결같이 굶주림의 미소와 약간의 빵 굽는 냄새의 평화를 보여준다. 저기, 고행자가 지나간다, 고행자는 사라지고 있는데, 한 번도 고..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9.09
킹스톤에서의 하루(5) 5. 촛불을 끄며 742호의 촛불 불을 당기면 가만가만 어둠을 밀어내는 손이 보인다 멀리도 말고 손끝에서 발름대는 향기 스치듯 호접란이 방금 날개를 펼치듯 펄럭이는 긴 소매 속에서 한 타래의 이야기가 둘둘 풀린다 누구를 생각할 때나 혼자서 술잔을 기울일 때나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혼자 식탁에..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4) 4. 사랑하기 위하여 가을 호수 나 이제 가을 호수가 되었습니다 그리움의 들 물길이 외로움의 날 물길보다 깊어 나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없습니다 길이 없어 흰 구름만이 철새처럼 발자국을 남기고 눈도 씻고 가는 곳 당신의 얼굴 가득히 담아 바람은 가끔 물결을 일렁이게 하지만 당신이 놓아준 작은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