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와 예술인 지역문화와 예술인 나호열(시인, 한국문화예술위워회 지역문화위원) 문화의 시대. 지역문화나 지역균형발전이니 하는 말들은 어느덧 우리 귀에 친숙한 말들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지역’의 의미가 무엇이고, ‘문화’가 무엇이냐고 되물어 볼 때 얼마나 많은 이해의 차이와 곡해가 있는지 알아채..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8.05.05
간절한 소망 당신에게 말 걸기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은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8.01.21
교만驕慢을 버리다 교만驕慢을 버리다 저녁을 먹고 난 후 근육통이 생기더니 갑자기 이가 저절로 딱딱 부딪치면서 오한이 몰려왔다. 두꺼운 이불을 세 개나 덮고도 발이 시려워 양말을 껴 신었는데, 거기다가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식구들은 다 잠들고, 약을 몇 알 삼켜도 오한과 두통, 그리고 열기는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8.23
배신에 대하여 배신에 대하여 어제 저녁 나는 한 편의 시를 썼다. 우울하고, 침울한 마음이 행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그 시를 쓰고 난 후, 나는 심한 오한과 발열상태에 빠져 온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맑은 시냇물을 본다는 것이 그만 나를 들여다보고 말았다 무작정 우회도로를 지나고 있다는 느낌 교회의 첨..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8.22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 다섯 편의 시와 한 편의 산문 한강 유람선 위에서 저기, 고행자가 지나간다. 고행자는 한결같이 일그러진 얼굴과 퀭한 눈과 헝클어진 머리칼과 약간은 썩은 냄새를 풍기는데, 고행자는 한결같이 굶주림의 미소와 약간의 빵 굽는 냄새의 평화를 보여준다. 저기, 고행자..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5.02
예술가의 초상 예술가의 초상 나호열 예술가는 불멸을 꿈꾼다. 아니 모든 사람이 불멸을 꿈꾼다. 단지, 예술가임을 자각하는 사람들은 불멸에 대한 열망이 좀 더 강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짐멜이 Simmel 이 단순한 생명의 연장 more life 이 아니라 그 본능을 넘어서는 more than life 열망을 가진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4.28
[스크랩] 감청과 도청 / 나호열 컬럼/ 데일리서프 기고. 감청과 도청 입력 :2005-09-01 12:11 나호열 (시인· 인터넷 문학신문 발행인) 이 시대의 불행이라면 영웅이 없다는 것이다. 눈 씻고 들여다봐도 평생을 우러러 보고 싶은 인물이 없다는 것이 자조 섞인 푸념일 뿐이다. 군부 독재 시절에도 그랬고, IMF 때도 그랬고 지금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다 내 탓이오..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7.02.05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저기, 고행자가 지나간다. 고행자는 한결같이 일그러진 얼굴과 퀭한 눈과 헝클어진 머리칼과 약간은 썩은 냄새를 풍기는데, 고행자는 한결같이 굶주림의 미소와 약간의 빵 굽는 냄새의 평화를 보여준다. 저기, 고행자가 지나간다, 고행자는 사라지고 있는데, 한 번도 고..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9.09
킹스톤에서의 하루(5) 5. 촛불을 끄며 742호의 촛불 불을 당기면 가만가만 어둠을 밀어내는 손이 보인다 멀리도 말고 손끝에서 발름대는 향기 스치듯 호접란이 방금 날개를 펼치듯 펄럭이는 긴 소매 속에서 한 타래의 이야기가 둘둘 풀린다 누구를 생각할 때나 혼자서 술잔을 기울일 때나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혼자 식탁에..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4) 4. 사랑하기 위하여 가을 호수 나 이제 가을 호수가 되었습니다 그리움의 들 물길이 외로움의 날 물길보다 깊어 나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없습니다 길이 없어 흰 구름만이 철새처럼 발자국을 남기고 눈도 씻고 가는 곳 당신의 얼굴 가득히 담아 바람은 가끔 물결을 일렁이게 하지만 당신이 놓아준 작은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3) 3. 정적 한웅큼 면벽面壁 돌아 왔습니다 침묵 앞으로 적막 속으로 나지막히 인사 합니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얼굴 씻고 흐린 세상 바라본 눈도 꺼내어 씻고 무심코 만졌던 탐욕 두 손을 마지막으로 씻었습니다 침묵 앞에 무릎 꿇습니다 적막 속의 길로 들어섭니다 돌아 왔습니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2) 2. 킹스톤 가는 길 문호리 예배당 청량리에서 한 시간 가슴까지 차 오르는 강이 오르고 내리는 버스를 타면 출렁이는 물 향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 너 장의 편지를 썼다 지우고 억새풀로 흔들리는 잠결에 닿는 곳 가끔, 깊은 산골로 가는 기차가 경적을 울리면 길은 무섭게 한적해진다 건널목 지나 토..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 (1) 킹스톤에서의 하루 나 호 열 1. 촛불을 켜며 촛불을 켜다 밝고 맑은 날에는 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둡고 길 잃어 힘들어질 때 저는 비로소 당신 곁으로 달려가 당신의 발 밑에 엎드리는 작은 불빛입니다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저는 예비합니다 밝고 맑은 날에도 저는 영혼의 심지를 올려 어..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절망, 너에게 쓰는 편지 [ △TOP ] 절망, 너에게 쓰는 편지 -나호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쓴다. 길어야 보름 남짓 지상에서의 짧은 삶을 위해 십 년을 땅 밑에서 보내는 매미의 일생이 처연하리만큼 아름답다. 어디 아름다운 것이 매미뿐이겠느냐. 잠자리, 거미로부터 시작해서 아무 곳에나 풀석풀석 엉덩..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知天命 知天命 나 호 열 너무 오래 걸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쯤에서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을 들여다 보면 영락없이 너구리나 오소리 같은 작은 짐승들의 눈망울이 떠오른다. 이 밀렵의 시대에 , 이 산하 어느 곳에서 창에나 덫에 걸려 온 몸을 결박당한 채 상처를 핥고 있는 가..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