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톤에서의 하루(3) 3. 정적 한웅큼 면벽面壁 돌아 왔습니다 침묵 앞으로 적막 속으로 나지막히 인사 합니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얼굴 씻고 흐린 세상 바라본 눈도 꺼내어 씻고 무심코 만졌던 탐욕 두 손을 마지막으로 씻었습니다 침묵 앞에 무릎 꿇습니다 적막 속의 길로 들어섭니다 돌아 왔습니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2) 2. 킹스톤 가는 길 문호리 예배당 청량리에서 한 시간 가슴까지 차 오르는 강이 오르고 내리는 버스를 타면 출렁이는 물 향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 너 장의 편지를 썼다 지우고 억새풀로 흔들리는 잠결에 닿는 곳 가끔, 깊은 산골로 가는 기차가 경적을 울리면 길은 무섭게 한적해진다 건널목 지나 토..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 (1) 킹스톤에서의 하루 나 호 열 1. 촛불을 켜며 촛불을 켜다 밝고 맑은 날에는 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둡고 길 잃어 힘들어질 때 저는 비로소 당신 곁으로 달려가 당신의 발 밑에 엎드리는 작은 불빛입니다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저는 예비합니다 밝고 맑은 날에도 저는 영혼의 심지를 올려 어..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절망, 너에게 쓰는 편지 [ △TOP ] 절망, 너에게 쓰는 편지 -나호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쓴다. 길어야 보름 남짓 지상에서의 짧은 삶을 위해 십 년을 땅 밑에서 보내는 매미의 일생이 처연하리만큼 아름답다. 어디 아름다운 것이 매미뿐이겠느냐. 잠자리, 거미로부터 시작해서 아무 곳에나 풀석풀석 엉덩..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知天命 知天命 나 호 열 너무 오래 걸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쯤에서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을 들여다 보면 영락없이 너구리나 오소리 같은 작은 짐승들의 눈망울이 떠오른다. 이 밀렵의 시대에 , 이 산하 어느 곳에서 창에나 덫에 걸려 온 몸을 결박당한 채 상처를 핥고 있는 가..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7.14
내 자식을 훈계할 자격 내 자식을 훈계할 자격 나호열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늘 착하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그들은 여느 부모들처럼 웅변학원,미술학원이니 하는 곳으로 아이들을 내몰지 않았고 늘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했다. 공부가 싫은 아이들을 억지로 책상 앞..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3.15
냉수한사발 냉수 한 컵 드릴까요? 몇 년 전 일이다. 집으로 돌아온 내게 큰 아이가 내게 물었다. ‘ 냉수 한 컵 드릴까요?’ ‘아니, 물 마시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었지만 기어코 물을 가져다주는 아이는 어딘가 모르게 흥분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알고 보니 오랫동안 사용하던 냉장고 자리에 반짝반짝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3.02
젊은 날의 초상 어느 날 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경제력을 잃은 백수가 되어 있었다. 스산한 겨울 오후의 해는 느리게 고속도로를 덮고 있었다. 주말이면 거품처럼 도로를 가득 메우던 차들은 지금쯤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에서, 거대한 도시의 길거리에서 차가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것이었다. 톨게이트를 지나..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