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83

토마스네 집

토마스네 집 나호열 누군가 ‘토마스!’라고 불렀다. 돌아보니 몇 년 전 나와 함께 예비교리를 받던 교우였다. ‘그래, 토마스였지. 내가!’ 역병으로 인한 봉쇄로 교회가 멀어지다 보니 까마득해진 이름이었는데 교우의 호명에 울컥 초심의 그 때가 되살아났다. 평생 무신론자인 내가 어찌 천주교도가 되었는가? 이순이 넘어가면서 불신과 증오가 창궐하는 시대에 대한 환멸, 늙어감의 한숨과 안식에 대한 열망이였다고 해두자. 아무튼 사월에 시작한 교리 학습은 장장 팔 개월이 지난 12월이 되어서야 끝났다. 오십이 갓 넘은 주임신부는 열정으로 가득 찬 분 이었다. 멋진(?) 사회생활을 하던 중에 삼십이 되어 신학교에 들어갔다고 한다. 뒤늦게 사제가 되었지만 현대인에게 왜 종교가 필요하며 신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아직도 창동 살아요 !

아직도 창동 살아요 ! 나호열 고향이 어디야? 그게 뭔데? 오래 전 생활문화사 시간에 ‘현대문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소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소련(지금의 러시아)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몽고에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유목민들에게 거의 자급자족의 형태로 영위되었던 목축이 재산 축적의 수단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들이 기르던 양(羊)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초지가 부족해지고 풀이 자라던 지역이 사막화되면서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황사가 심해졌다는 이야기 끝에 몽고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아마도 수 천 년 동안 유목민들은 한 곳에 정주하기보다는 게르(Ger)나 빠오(包)라는 이동천막에서 생활하였기에 풀이 있는 곳, 광대한 자연이 그들의 고향이고 집이..

사랑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나호열 1. 사랑은, 그것을 잃어버리는 순간부터 비로소 완성된다. 2. 나는 수없이, 계속해서 가혹하게 죽어가고 있다. 으슥한 골목에서, 익명으로, 공중전화 박스에서 몰매를 맞고, 갑자기 의문의 칼에 찔리면서, 뺑소니차에 버려지면서, 불심검문을 받고 절해고도에 유폐되면서, 멍텅구리 배에 선원이 되기도 하고 아, 나는 선택이 없는 계급투쟁의 제물이 되면서 나는 수없이, 계속해서 죽어가는 것만큼 나는 수없이 헛발질을 하면서 더 참혹한 모습으로 외계인처럼 점점 더 흉측한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나는 왜 이렇게 사육되어야 하는 걸까? 왜 나는 하루만큼 죽어가고 그만큼 새로이 태어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가면의 시대 대면하고 있는 서로에 대하여 우리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스스로 믿..

외유내강 外柔內剛의 순박한 나무꾼 시인- 오만환 시인에게

외유내강 外柔內剛의 순박한 나무꾼 시인 - 오만환 시인에게 나호열 (시인) 45 년 전 이군요. 처음 오 시인과 처음 만났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약관에서 훌쩍 이순을 지났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생생하게 그 날의 장면이 선명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불량학생이었던 나는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