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창으로 터지는 꽃망울 2월의 창으로 터지는 꽃망울 나호열 2월이 오면 나는 창 하나를 갖는다. 신기루와 같이 멀리서 다가와서는 겨우내내 앓고 있던 시력을 점차 회복하게 하는 창. 그 창은 맑은 하늘처럼 투명하지도 넓지도 않다, 오히려 안개보다 더 희미하고 불가시적이다. 창 앞에 서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7.04.02
사실과 진실의 혼돈을 극복해야 사실과 진실의 혼돈을 극복해야 나호열 우리의 의식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냉소가 스며들어 있다. 과거 군부독재시절의 법은 반민주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의 저항은 마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7.01.26
시인의 위상과 품격 시인의 위상과 품격 나호열 소나기처럼 지나간 일을 돌이켜 본다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지난 여름 잠시나마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육당 최남선과과 춘원 이광수 문학상 제정을 둘러싼 문제를 생각해 본다. 춘원과 육당이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효시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으나 유..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6.11.06
내 마음 속에 제일 높은 산 내 마음 속에 제일 높은 산 나호열 우리 땅의 높은 산은 다 올라가 보았어도 내게 남산만큼 높은 산은 없다. 남산의 동쪽 기슭 필동에서 공기 맑은 북한산 기슭 정릉으로 이사한 이후 육십 년을 북한산을 바라보며 살았으나 정작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산은 남산이었다. 아버지의 병고 病..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6.10.04
시대정신 時代精神과 작가정신 作家精神 시대정신 時代精神과 작가정신 作家精神 나호열 SNS (Social Network Service)는 정보의 전파와 확산과 공유를 통하여 사회의 여러 풍경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사실과 진실이 뒤섞이기도 하고 풍문이 진실이 되기도 한다. 요사이 우리 문단에 떠도는 풍문들이 사실과 진실의 갑론을박에..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6.08.23
따로 국밥의 비밀 따로 국밥의 비밀 갈비탕이든, 설렁탕이든 국과 밥은 따로 나온다. 그러나 이 따로 국밥이 과거 양반문화의 유산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종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 李裕元(1814 ~ 1888)의 임하필기 林下筆記에 이런 이야기가 적혀 있다. 어느 날 날이 저물어 산골 마을에 갔을..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5.12.31
슬픈 행복 슬픈 행복 오래 전 얘기다. 무대는 대게로 유명한 울진 강구항 쯤으로 하자. 제철이라지만 대게는 비싼 음식. 으리번쩍한 차 한 대가 음식점 앞에 서더니 명품으로 온몸을 두른 일군의 성공한 가족이 들어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리 식구가. 먹을 만큼 주세요'(대게가 도대체 몇마..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5.02.12
오늘 내가 생각하는 것들 오늘 내가 생각하는 것들 "나는 나에게 총을 쏜 사람과, 그의 아내와 모든 친구들, 그리고 그의 집까지 모두 불살라 버리겠다" _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클린트이스트우드의 대사 "이슬로 와서 이슬로 사라지는 몸이여,오사카의 화려했던 일도 꿈속의 꿈이런가" _ 도요토미 히데요시..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5.02.08
좌고우면左顧右眄을 넘어서 좌고우면左顧右眄을 넘어서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성장통을 앓고 있다. 개념조차 정리되지 않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가 편을 가르고 승자독식의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논리학에서 말하는 모순개념으로 나뉜 진영 논리는 허망한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한 편에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4.07.04
신두리에 가다 신두리에 가다 나호열 신두리에 갔다. 품이 넓은 바다와 넓게 펼쳐진 백사장이 있고, 사막을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먹먹한 그리움을 주는 곳, 정확히 말하자면 태안 해안 신두사구를 보러 간 것이다. 이미 2001년에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된 이곳은 백 여 군데가 넘었던 해안사구가 무..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4.06.02
문학은 자유와 치유를 위하여 존재한다 문학은 자유와 치유를 위하여 존재한다 나호열 (시인, 경희대학교 교수) 인문학의 위기가 심심하지 않게 거론되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인문학은 문학과 철학 그리고 역사를 아우르는 말인데, 즉시적인 실용적 가치가 떨어지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음은 전 세계적..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4.06.01
지혜는 경험의 겸손함에서 온다 주덕현은 만학도이다. 그는 대학에서 외식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강의실에서였고 한 학기동안 그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삶을 알차고 보람있게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 세상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기뻐했다. 교언영색하는 정치인들, 관료들, 탐욕에 찌든 1%의 가진 자..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4.02.02
길에게 길을 묻다 길에게 길을 묻다 길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떠올려 봅니다. 길을 가다보면 무수히 많은 표지판을 만나게 됩니다. 표지판이 없으면 수월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표지판은 지나온 길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이 길을 걸어가는 나와 이 길의 저쪽에서 오는 사람은 오직 자..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4.02.01
시비 是非의 나라, 詩碑의 나라 시비 是非의 나라, 詩碑의 나라 茶山은 목민심서 束吏에서 목민의 책무를 맡은 자가 송덕비나 선정비를 살아 생전에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였다. 물론 민중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떠난 이의 행적을 기리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제법 큰 고을 한 모퉁이에 말라 비틀어진 대나..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3.11.09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살기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살기 나호열 (시인) 아파트가 산업화시대의 완결된 상징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의 형편에서 편리성을 갖춘 아파트는 도시적 삶의 향유뿐만 아니라 부의 축적수단으로 인식된 나머지 대도시를 벗어..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13.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