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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감청과 도청 / 나호열 컬럼/ 데일리서프 기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7. 2. 5. 21:53
 
감청과 도청
입력 :2005-09-01 12:11   나호열 (시인· 인터넷 문학신문 발행인) 
이 시대의 불행이라면 영웅이 없다는 것이다. 눈 씻고 들여다봐도 평생을 우러러 보고 싶은 인물이 없다는 것이 자조 섞인 푸념일 뿐이다. 군부 독재 시절에도 그랬고, IMF 때도 그랬고 지금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다 내 탓이오!' 라고 외친 사람은 없었다.

한탕주의의 고약한 습성은 위정자부터 시작해서 서민들까지 믿을 만한 사람 없이 서로를 증오하고 믿지 못하는 세태로 이어져 우리나라를 불행한 나라로 만들기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이번 불거진 도청과 감청은 지난 반세기의 얼룩진 우리의 자회상이다. 중앙정보부로부터 시작해서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에 이르기까지 정보기관의 속성은 권력에의 맹목적 충성으로 점철되어 왔다.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원대한 이념은 군부독재 정권에 의해서 태어난 굴레 때문에 권력의 이익 여부에 따라 폄훼되어 왔다.

어느 정권도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고 국가의 이익을 창출하는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는 여건을 만들어 주지는 않았다. 정보기관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두루 익히고 투철한 국가관과 정의감을 가진 인물이 수장이 되지 못하고 정권에 코드가 맞는 인사가 아무 거리낌 없이 수장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철새처럼 왔다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떠나는 장수 밑의 군졸들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이번의 도청이나 무분별한 감청의 의혹은 이러한 국가 정보기관으로서의 합당한 근거를 가지지 못한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하고, 국가정보 기관의 실무자들이 긍지를 가지고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자신들의 국가안위에 관련된 사항은 돈 주고 수입할 수도 없다. 자신들의 능력만큼 얻어낼 도리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국가정보원을 철폐하자는 주장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를 태우는 격이다.

국가정보원의 건강성을 찾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멸사봉공의 지표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도청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 될 수 없다. 감청 또한 엄격한 기준에 의해서 시행되어야 하고 자의적인 행사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반드시 공개하여야 한다.

그러나 엄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이번의 사건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불법 도청을 자행하고 그 결과물로 이득을 취하려 했던 행위, 도청 테이프를 금품으로 입수하여 보도한 행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정의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과거의 구린행적을 보인 사람들, 정치인들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번 기회에 한 몫 잡으려는 사람들 또한 정략적으로 이 사건을 이용할 징조가 농후하다면, 또 다른 진실의 왜곡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는 점을 우려한다.

독수독과(毒樹毒果)의 원칙을 옹호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단계에서 완전무결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고 죄지은 자를 벌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완전한 진상 규명도 어렵다.

단 돈 천원을 훔쳐도 영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필요에 따라 시행되는 사면이 힘 있으면서 죄 지은 자들을 위해서는 늘 관대하였으므로 그들을 언제 풀어줄지 아무도 모른다.

이 사건의 전모를 캐내고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이냐 하는 과제를 풀어낼 재간이 없고, 의혹이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면 그 책임은 또 누가 질 것인가?

이번 기회에 국가정보원장은 개혁이니 뭐니 하는 코드를 빼고 순수 정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전문가에게 맡기자.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국가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한다면 불법 도청이니 불법 감청이니 하는 낯부끄러운 일을 누가 하겠는가?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의가 실현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이 정부만은 정의의 편이라고 믿었던 까닭에 절망 또한 너무 크다.

말없는 다수를 계몽하려드는 기득권을 가진 현 정부의 위정자들과 여야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던진 돌이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지 않을까를 염려해야 한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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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armen홈
글쓴이 : 카르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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