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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나무편지] 봄 오는 소리에 마음 설레는 삼월의 한가운데에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3. 10. 15:16

[나무편지] 봄 오는 소리에 마음 설레는 삼월의 한가운데에서

   ★ 1,278번째 《나무편지》 ★

   지난 해 이맘 때에는 매화 꽃내음을 찾아서 광양 매화마을의 활짝 핀 매화 꽃그늘을 걸었습니다. 올에도 광양시에서는 엊그제 주말에 광양 매화축제를 시작했습니다만, 꽃은 채 피어나지 않았다는 소식입니다. 매화 꽃망울이 봄을 채비해야 하는 길목에서 난데없는 추위가 닥쳐온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진 지난 2월 중의 추위가 유난스러웠던 탓입니다. 매화 뿐 아니라, 벚나무 목련 산수유 등 봄꽃의 개화가 전반적으로 늦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기상청에서 해마다 이 즈음에 발표하는 ‘봄꽃 개화 예상도’에서 예측한 올 봄 꽃들의 개화 시기는 죄다 조금씩 늦은 편입니다.

   기상청의 예측이 과연 맞을까요? 봄마중 채비에 나설 시기에 심하게 추웠던 건 사실이지만, 이제부터의 날씨 변화도 봄꽃 개화에 영향을 미칠 텐데요. 또 다른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는 봄을 느끼기 힘들 만큼 짧고, 4월쯤부터 여름 날씨를 보여서 10월까지 여름 날씨를 이어간다고 예측한다고 했거든요. 어떤 예측이 맞을지 아직은 가름할 수 없지만, 4월부터 여름 날씨를 보인다는 예측대로라면 3월부터 기온은 급격히 올라가야 할 겁니다. 실제로 다음 주초에 최저기온이 섭씨 0도로 떨어진다는 예측이 있기는 해도 이번 주의 기온은 예년에 비해 높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봄이 짧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맞을 듯하다는 생각이 이어지고, 그건 결국 빨라지는 봄의 속도에 맞춰 봄꽃들이 서둘러 피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느 쪽이 맞을지 조마조마합니다.

   지난 해에 전국 여러 지자체의 벚꽃잔치 때에 꽃이 피어나지 않아 주최하는 분들이 무척 힘겨워 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서울도 그랬지요. 서울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은 ‘벚꽃잔치’ 폐막한 뒤에 피어났던 게 떠오릅니다. 봄꽃 개화에 맞춰 축제를 준비하는 담당자들의 조바심과 무관하게 나무들의 봄마중 채비는 음전하게 그러나 활기차게 이어집니다. 천리포수목원의 풀과 나무들도 그렇습니다. 봄의 여러 상징 가운데 하나인 갯버들의 꽃차례 위에도 봄기운은 또렷하게 내려앉았습니다. 《나무편지》에서 전해드린 풍년화 꽃 피어나기 전부터 천리포수목원 곳곳에서 새봄을 노래하는 갯버들 종류의 보솜한 꽃차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려한 노란 색의 꽃술 드러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우리 곁에 스며든 봄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을 대표하는 목련도 그렇습니다. 지난 주부터 ‘목련 축제’ 참가 예약을 시작했습니다. 다음다음 주말인 28일부터 시작하는 목련 잔치입니다. 지난 해 꽃 지고 곧바로 피워올린 목련 꽃봉오리는 무더운 여름을 거쳐 가을과 겨울을 무사히 잘 견뎌냈습니다. 여느 꽃봉오리들과는 다르게 참 긴 시간 동안 키워온 꽃봉오리입니다. 우리의 눈으로 보아서는 한창 추울 때의 꽃봉오리와 봄마중에 나선 향긋한 꽃봉오리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이 즈음의 꽃봉오리 안쪽에서는 개화 직전의 모든 채비를 마친 꽃잎과 꽃술들이 화려한 봄을 위해 꼬무락거리는 중입니다. 겨우내 요긴했던 꽃봉오리 겉을 감쌌던 솜이불은 이제 벗어젖힐 때가 다가왔습니다.

   봄의 활기를 열어젖히는 꽃이 아름다운 건 물론이지만, 목련은 초록 잎 떨군 한겨울, 앙상한 가지 위에 피워올린 꽃봉오리도 눈에 띕니다. 잎을 떨구고 가지만 남긴 거개의 낙엽성 나무들처럼 목련도 잎은 없지만, 새 봄의 화려한 개화를 예고하는 무성한 꽃봉오리들이 나뭇가지 위에서 멈추지 않는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을 느끼게 합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봉오리들이 모두 꽃잎을 열었을 때의 장관을 생각하는 건 겨울 수목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가오는 봄 향한 설렘을 벅차게 품는 사람의 채비입니다.

   설강화, 크로커스, 헬레보루스, 수선화, 복수초. 지금 천리포 앞 바다의 따뜻한 바닷물에서 피어오르는 봄 바람 품고 피어났을 여러 꽃들의 이름을 가만가만 불러봅니다. 꽃봉오리는 진작에 피워올렸지만, 피어나기까지는 따뜻한 바람이 더 많이 필요한 삼지닥나무 꽃도 함께 불러 봅니다. 천천히 피어나서 오래오래 피어있는 꽃입니다. 봄 찾아 떠나는 발걸음, 조금 더뎌도 괜찮을 샛노란 꽃입니다. 활짝 피어난 삼지닥나무 꽃의 향긋한 꽃내음이 한 가닥 한 가닥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까이에 다가왔습니다. 이제 봄입니다. 움츠러들었던 온 몸을 활짝 펴고 봄의 광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야 할 시간입니다.

   끝으로 ‘미국 서부 나무 답사’ 참가 이야기를 마무리에 덧붙이며 오늘의 《나무편지》 여미겠습니다.

   [PC버전] https://bit.ly/4169z6r <== 미국 서부 답사 참가 신청 페이지
   [Mobile버전] https://bit.ly/415CwiM <== 미국 서부 답사 참가 신청 페이지

   두 자리 남은 ‘미국 서부 나무 답사’ 이야기, 한번 더 전해드립니다. 6월23일부터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인 ‘제네럴 셔먼 트리’를 비롯해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킹스캐년’ ‘브라이스캐년’ 등을 더불어 찾아보는 9박11일의 일정인데요. 일단 출발은 확정하고, 항공권은 예매하기로 하면서, 마감은 좀 뒤로 미루었습니다. 좋은 기회이니, 추가로 신청하실 분들을 더 모시고자 합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사진을 알려드립니다. 위에서부터 석 장은 천리포수목원의 갯버들 종류이고요. 다음 두 장은 목련 종류의 꽃봉오리이며, 그 다음 두 장은 삼지닥나무 꽃봉오리입니다.

   고맙습니다.

3월 10일 아침에 1,278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