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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편지] 멸종된 걸로 알려졌던 ‘라사로분류군’의 특별한 나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3. 4. 12:55

[나무편지] 멸종된 걸로 알려졌던 ‘라사로분류군’의 특별한 나무

   ★ 1,277번째 《나무편지》 ★

   ‘라사로 분류군(Lazarus Taxon)’이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의 ‘라사로’는 짐작하신 것처럼 그리스도교의 신약성서에 나오는 바로 그 인물입니다. 베다니아라는 마을에 살던 라사로는 큰 병에 걸려 죽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라사로의 주검 앞에 찾아온 예수가 “라사로야, 일어나 나오거라”라고 말하자 수의에 덮여있던 라사로는 예수의 말을 따라 살아 일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도교 문화에 익숙한 서구인들은 “한때 완전히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나중에 살아있는 게 발견된 생물 분류군을 ‘라사로 분류군’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나무가 바로 그 ‘라사로 분류군’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PC버전] https://bit.ly/4169z6r <== 미국 서부 답사 참가 신청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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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기 불편하시더라도 지금 딱 2자리 남은 ‘미국 서부 나무 답사’ 이야기를 알려드리고 ‘라사로 분류군’에 속하는 특별한 나무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6월23일부터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인 ‘제네럴 셔먼 트리’를 비롯해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킹스캐년’ ‘브라이스캐년’ 등을 더불어 찾아보는 9박11일의 일정인데요. 몇 차례 말씀드렸듯이 3월 중순에는 참가 신청을 마감해야 하니, 서둘러 신청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다음 《나무편지》에서 다시 또 이 자리에서 알려드리게 된다 해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라사로 분류군에 속하는 오늘의 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울레미소나무’라는 특별한 나무입니다. 호주 고유종인 아라우카리아(Araucariaceae) 종류의 상록성 침엽수에 속하는 이 나무는 소나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소나무와 친연 관계가 없는 종류여서, ‘울레미소나무(Wollemi Pine)’ 대신 울레미아(Wollemia)라고도 부릅니다. 이 나무가 처음 발견된 건 1994년입니다. 호주 시드니 북서쪽 뉴사우스웨일즈의 울레미 국립 공원 구역의 사암 협곡 지대에서였습니다.

   울레미소나무가 발견된 협곡은 매우 좁은데다 가파른 지형이어서, 일반인들의 접근은 쉽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게 이 깊은 협곡에서 울레미소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이었지요. 나무를 발견한 건 그해 9월 10일, 호주의 협곡 탐험가인 데이비드 '데이브' 노블(David 'Dave' Noble, 1965 ~ )에 의해서였습니다. 데이비드 노블이 이 나무를 발견한 때에는 뉴사우스웨일즈 국립공원 야생동물국의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협곡을 찾기 위해 그 지역을 체계적으로 탐사하던 노블이 마이클 카스텔린(Michael Casteleyn), 토니 짐머만(Tony Zimmerman)과 함께 이 특별한 나무를 발견한 겁니다.

   식물 관련 지식이 풍부했던 노블은 한눈에 이 나무가 특별하다는 걸 알아채고 보다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노블은 표본을 채취해 국립공원의 식물학자인 윈 존스(Wyn Jones)와 얀 알렌(Jan Allen)에게 보다 정밀한 동정을 의뢰했습니다. 두 식물학자는 이 나무가 노블의 생각대로 특별한 나무라는 걸 확인하고, Wollemia nobilis W.G.Jones, K.D.Hill & J.M.Allen 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여기의 울레미아는 나무가 발견된 국립공원의 이름에서, 노블리스는 이 나무를 발견한 데이비드 노블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종소명 뒤에 나열된 세 사람은 나무의 정체를 확인한 세 명의 식물학자, 즉 명명자의 이름입니다.

   그 뒤로 국립공원 측에서는 6개월 넘게 협곡에 존재하는 나무 식생을 조사했습니다. 치밀한 조사 결과 이 지역에 살아남은 울레미소나무는 고작 60그루도 안 됐습니다. 이 나무는 1억5천만 년 전쯤에 이 땅에 나타나 번성하다가 10,000 ~ 26,000년 전쯤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았던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의 앞에서 이야기한 ‘라사로 분류군’의 하나라는 이야기입니다. 호주 당국에서는 이 희귀하고도 특별한 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나무의 존재와 그 위치를 비밀에 부쳤습니다. 심지어 이같은 연구와 식생 조사에 동원된 연구자들은 현장까지 눈을 가린 채 이동했을 만큼 철저했다고 합니다.

   울레미소나무는 호주에서 법적인 보호종으로 지정했을 뿐 아니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적색목록(Red List)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해 세계적으로 보호하게 됐습니다. 연구자들은 울레미소나무의 화석 기록을 찾고자 했으나 아직 명확한 기록은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친척 관계를 이루는 종류를 몇 가지 찾기는 했지만 확정적으로 울레미소나무와의 진화적 관계를 규명하지 못한 겁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 나무의 번식 프로그램을 개발해 울레미소나무 표본을 식물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지요. 마침내 2005년부터는 전세계적으로 제공했으며 울레미소나무를 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쓰기에 좋다고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울레미소나무가 들어온 것도 그때입니다. 호주의 로열식물원 경매에서였지요. 이 경매에서 모두 292그루가 팔렸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국립수목원과 천리포수목원에 한 그루씩 들어오게 됐으며, 2008년에는 ‘공룡세계엑스포’를 연 경남 고성에서 ‘공룡 시대를 상징하는 식물’로 이 나무를 더 들여와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아, 참! 울레미소나무와 관련해 한 가지 빼먹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2019-2020년에 벌어진 호주 산불 때 울레미소나무 자생군락지가 위험에 처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국립공원 전문 소방관들이 이 숲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통해 지켜냈다는 이야기는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사진들은 천리포수목원의 온실에서 자라는 울레미소나무입니다. 혹시 이 봄에 천리포수목원에 들르시게 된다면 공룡과 어울리며 살았던 ‘라자로 분류군’ 울레미소나무의 특별한 모습을 살펴보시기 권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3월 4일 화요일 아침에 1,277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