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 62 -텅 빈 새벽이 오기도 전에 거칠지만 겸손한 손으로 온갖 쓰레기를 거두어가는 당신이 없었다면 모두들 큰 길을 찾아 몰려갈때 혼자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당신이 없었다면 왼손이 하는 일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누추한 나의 허물을 기꺼이 자신의 옷으로 갈아 입는 당신이 없었다면 이 텅 빈 세상이 쓸쓸하기도 하여 화르르 피어 스르르 지는 봄꽃 같이 하염없이 울었으리 오체투지의 낮은 자세로 하늘을 우러르는 일을 알려주는 저 먼 지혜로 숨어있는 텅 비어 가득 찬 희망이라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