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603

봉선사 종소리에 답함

오래 전부터 탑을 보러다니다가 곁들여 사찰의 종소리에 맛을 들였다. 큰 절이라고 모두 범종 소리가 아름답지는 않다. 그 중에서 공주 마곡사와 남양주 봉선사 종소리는 그윽하고 맑다. 특히 봉선사 범종은 불타버린 양양 낙산사 동종과 같은 시기에 같은 스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내 생각) 의미가 깊다. 그런데 봉선사 동종은 오래된 탓에 타종이 어려워 새로 주조 되었다. (봉선사 종루는 그래서 2층 구조이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저녁 무렵 듣는 봉선사 종소리는 내게는 위로의 말씀과도 같다 김재진 시인과의 인연으로 김나은 시낭송가가 영상으로 꾸며 주셨다. 2024년 첫 선물을 받았다 봉선사 종소리에 답함 봄밤 아득하게 피어나 홀로 얼굴 붉히는 꽃처럼/ 여름 한낮 울컥 울음 쏟아내고 가는 소나기처럼/ 가을이 ..

나한 99- 뚜벅이

나한 99 - 뚜벅이 자발적으로 허공으로 출근 그때그때 일몰 시간에 없는 집으로 퇴근 노동인지 놀이인지 왔던 길 걷고 되짚어 걷는 일 덥수룩한 생각에 정처가 없어 불심검문의 시대의 검수는 바야흐로 명상가로 빙의 생각을 걷는다 무서워도 피할 수 없어 마주치는 사람들을 무한정 사랑할 수는 없나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23도 기운 어깨 좌에서 우로 오늘도 걷는다 그물에 걸린 바람이 되어 적막강산에 이더러저더러 그림자를 밟지 말라는 디오게네스를 찾아 값을 치루지 않고 외상으로 받아쓴 햇빛에 잠시 기대어 서니 누군가 나를 부른다 뭐꼬! 계간 PS 2023 겨울호

나한 24-네가 있던 자리

나한 24 -네가 있던 자리 아직은이란 말 속에는 언젠가라는 일방의 약속이 숨어 있다 아주 먼 곳에서 아직 살아 있다고 꽃 지듯 걸어온 소식에 언제나 주어가 되지 못한 뒷길의 서성거림이 흔들리는 것인데 아직은과 언젠가 사이에 놓인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고 있다 아직은 살아 있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품고 있는 눈물 한 방울 삼십 년 은행나무 하늘을 머리에 이고 땅 밑 송수관을 뿌리로 감싼 죄로 한나절 지나 사라졌다 아직은 과 언젠가 그 넓은 공터에 PS 2023 겨울호

봄에 관한 시들

봄날, 119 잠드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꽃 피는 소리는 안들려도 만리 밖 꽃 지는 소리는 왜 그리 서운한지 걸어서 한 시간이면 닿는 길을 이리 돌고 저리 돌아 한 시간 걸리는 다정한 초록버스는 기다려도 오지 않네 환청으로 들리는 일일구 귀 어두운 친구가 어디 아프냐고 묻네 아냐아냐 일일일구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니까 초록버스가 지나가네 봄날을 싣고 휑하니 지나가네 저 앞에 내가 달려가네 십 년 후의 내가 기우뚱 보이네 - 계간 《시인정신》 2023년 여름호 새싹을 노래함 눈이 있는가 굳센 팔이 있는가 어디 힘차게 디딜 다리 힘이 있는가 견고한 땅을 밀어내며 얼굴을 내미는 새싹은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봄으로 말미암아 땅의 틈새가 벌어지기를 기다렸던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얼음..

나한 99 - 뚜벅이

나한 99 - 뚜벅이 자발적으로 허공으로 출근 그때그때 일몰 시간에 없는 집으로 퇴근 노동인지 놀이인지 왔던 길 걷고 되짚어 걷는 일 덥수룩한 생각에 정처가 없어 불심검문의 시대의 검수는 바야흐로 명상가로 빙의 생각을 걷는다 무서워도 피할 수 없어 마주치는 사람들을 무한정 사랑할 수는 없나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23도 기운 어깨 좌에서 우로 오늘도 걷는다 그물에 걸린 바람이 되어 적막강산에 이더러저더러 그림자를 밟지 말라는 디오게네스를 찾아 값을 치루지 않고 외상으로 받아쓴 햇빛에 잠시 기대어 서니 누군가 나를 부른다 뭐꼬! 계간 PS 2023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