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611

나한 99 - 뚜벅이

나한 99 - 뚜벅이 자발적으로 허공으로 출근 그때그때 일몰 시간에 없는 집으로 퇴근 노동인지 놀이인지 왔던 길 걷고 되짚어 걷는 일 덥수룩한 생각에 정처가 없어 불심검문의 시대의 검수는 바야흐로 명상가로 빙의 생각을 걷는다 무서워도 피할 수 없어 마주치는 사람들을 무한정 사랑할 수는 없나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23도 기운 어깨 좌에서 우로 오늘도 걷는다 그물에 걸린 바람이 되어 적막강산에 이더러저더러 그림자를 밟지 말라는 디오게네스를 찾아 값을 치루지 않고 외상으로 받아쓴 햇빛에 잠시 기대어 서니 누군가 나를 부른다 뭐꼬! 계간 PS 2023겨울호

한 걸음 더디게

한 걸음 더디게 늘 그랬다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 걸음 더디게 꽃 진 자리에 당도하여 섬광이 사라진 가지를 잡아보거나 그리하여 다음 해의 부질없는 약속을 중얼거렸다 바람이 목덜미를 간질일 때 저 바람도 이곳에 닿기 전까지 시간의 육탈을 견디며 달려온 누구였음을 안타까운 포옹으로 허공에 그려보는 것이었다 계간 시와 산문 가을호

노고단 가는 길

노고단 가는 길 빠른 길 일부러 놓치고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눈길 한번 주지않고 흘러가는 냇물이 마음을 씻어주고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씻어주고 비탈진 돌길 오르다 언뜻보이는 하늘 한자락 잡아 흐르는 땀을 씻었다 花蛇화사 한 마리가 느긋하게 몸과 마음 사이를 가로질러가자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소름이 돋았다 노고단은 몇 송이 붉은 원추리를 보여주었지만 아랫녘 세상은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구름 타고 놀라고 꿈 깨면 아득하게 멀어지라고 빠른 길 걸어왔던 몇몇은 피기도 전에 져버렸는지 화사가 이번엔 마음에서 몸으로 가로질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