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그 편지는, 어김없이, 내 앞에 놓여져 있다. 발신인이 없는 편지는 수상하다. 나는 한번도 그 내용을 들여다 본 적이 없다. 되돌려 보낼 주소가 없으므로 투덜대다가 아예 그것을 잊어버리기로 한다. 집요하게 달려드는 흡혈귀처럼 날카로운 송곳니가 밀봉의 틈새로 언뜻 비치기도 한다. 장독대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2.28
낙엽에게 낙엽에게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햇빛과 맑은 공기를 버무리던 손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들숨과 날숨의 부질없는 기억의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슬픔이 감추고 있는 바람, 상처, 꽃의 전생 그 무수한 흔들림..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2.28
길을 찾아서 길을 찾아서 옷고름 여미듯이 문을 하나씩 닫으며 내가 들어선 곳은 어디인가 은밀하게 노을이 내려앉던 들판 어디쯤인가 꿈 밖에 떨어져 있던 날개의 털 길 모퉁이를 돌아 더러운 벤치에 어제의 신문을 깔고 누운 사람이여 어두운 계단을 점자를 읽듯이 내려가며 세상 밖으로 쫓기듯 떠나가고 있는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