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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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고우면左顧右眄을 넘어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7. 4. 22:31

 

좌고우면左顧右眄을 넘어서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성장통을 앓고 있다. 개념조차 정리되지 않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가 편을 가르고 승자독식의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논리학에서 말하는 모순개념으로 나뉜 진영 논리는 허망한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한 편에 귀속시키고 편싸움에 몰두하는 형국인 것이다. 흑黑 과 백白이 그 사이에 무수한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닌 똘레랑스를 가진 반대개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와 필요에 따라서 좌로 갈수도 있고 우로도 갈 수 있음에도 한 번 정한 길을 가지 않으면 변절로 치부되는 착란이 거듭될수록 말도 안되는 어깃장 속으로 함몰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인데도 자신이 진보라고 외치는 사람은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이고 보수라 칭하면 그 뒤에 골통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당신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진보인가? 아니면 보수인가?

 

그래서 【시사저널】과 노무현의 적자라 불리는 충남도지사 안희정과의 인터뷰는 신선했다. 좌와 우 사이에서,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어쩌면 재미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하는 무더운 여름 밤이다.

 

 

20세기의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의 틀에서 벗어나 이를 버전업(version-up)시키자는 게 첫 번째다. 20세기의 진보는 민족 해방과 계급 착취라는 두 가지 개념에 사로잡혔다. 20세기의 보수 역시 오로지 반공 이념 하나로 갔다. 오늘날, 계급 착취와 제국주의 침략이 있나. 또 동서 냉전이 무너진 상태에서 자유시장경제와 사적 소유권을 부정하는 세력이 있나. 전혀 없는 현실을 놓고 서로 상대방의 그림자를 향해 싸우는 꼴이다. 이런 20세기 진보와 보수의 낡은 틀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 너무 소모적이지 않나. 두 번째는 행태와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다. 마치 앞으로 서로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원수 취급하지 말고, 대화를 해야 한다. 어떻게 서로 안 볼 수 있겠나. TV 앞에만 나오면 그렇게 싸우면서, 나중에 따로 만나면 또 서로 악수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주권자들은 '아, 정치는 쇼구나' 하는 불신감만 쌓일 것이다. 우클릭이 아니라,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이를 정치공학적으로 우클릭한다고 하면 솔직히 속이 좀 상한다.

 

시사저널 | 감명국 기자 | 입력 2014.07.04 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