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66

똥이 밥이 되던 시절 1 / 윤석산

똥이 밥이 되던 시절 1 윤석산 아주 오래 전 서울 주택가에는 똥을 퍼 나르는 트럭이 일주일에 한 번씩은 왔었다. 동네 어귀에는 똥차가 세워졌고 똥지게를 짊어진 사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똥 퍼요, 똥퍼요. 를 외쳐댔다. 똥이 그들에게는 똥이 아니다. 똥은 입으로 들어가는 밥이었다. 똥이라도 퍼서 날라야 밥이 생기는데. 바짓가랑이에 똥이 묻어도 “똥이 뭐 대수여.” 조금도 개의치 않고 똥과 땀이 범벅이 된 바지춤에 젓가락을 씩씩 문질러 닦고는, 맛있게 퍼먹는 고봉밥. 우리의 그 시절 똥은 그렇게 우리의 밥이 되곤 했었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던 정화조라는 시설이 없던 시절, 도시의 산동네 마다 공동화장실이 있어 매일 아침이면 친구도 만나고 동네 아저씨도 만나고 몰래 사모하던 옆집 여학생도 만나 얼굴 붉히던..

취업일기/문성해

취업일기 문성해 한전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주부검침원 자리를 부탁하려고 이력서를 들고 간다 그래도 바짝 하면 월 백이십에 공휴일은 쉬니 그만한 일자리도 없다 싶어 용기를 낸 길, 벌써 봄이라고 이 땅에 뿌리를 박는 민들레 제비꽃 들, 그 조그맣고 기대에 찬 얼굴에 대고 조만간 잔디에 밀려나갈 것이라고 나는 말해줄 수 없다 그에 비하면 밀려날 걱정 없이 남의 뒤란에 걸린 계량기나 들여다보면서 늙는 것도 괜찮다 싶다가도 그래도 뭔가 좀 억울하고 섭섭해지는 기분에 설운 방게처럼 옆걸음질 치는데 명동성당 앞에는 엊그제 돌아가신 추기경님 추모 행렬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대통령 앞에서도 할 말 다했다는 추기경님도 이 땅에서는 임시직이셨나, 그나저나 취업이 되더라도 일이년은 기다려야 한다는데 그동안은 앳된 얼굴의 ..

세월의 과녁 / 정 양

세월의 과녁 정 양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잘만 돌아가던데 학살인지 교통사곤지 생목숨들 생수장(生水葬 )시킨 세월은 맹골수도에 거꾸로 처박힌 채로 유신시대로 삐라시대로 서북청년단시대로 한반도의 새월을 무식하게 되감는다 옛날에 눈 질끈 동여매고도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리던 신궁(神弓)이 있었다던가 수사권도 기소권도 없이 백성들은 되감기는 세월의 과녁을 정확하게 쏜다 이게 진상이냐 이게 구조냐 이게 루머냐 이게 불온이냐 이게나라냐이게나라냐이게나라냐 바다도 비좁다고 파도는 몸부림치고 꽂히는 화살마다 부르르 떤다 그 일이 그대의 일이었다면 어떤 일이든 결과가 있다면 반드시 그 결과의 원인이 되는 일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 당연하다고 생각 되는 삶의 이치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그것은 “날..

詩가 대중을 떠났다

여는 글 詩가 대중을 떠났다 경향이라는 명분으로 잘 쓴 시라는 타이틀을 달고 어려운 시에 대한 평론가들의 현란한 논리를 타고 시는 고속으로 떠났다 시인들 속에서만 회자 되는 시는 시가 아니다 독자들과 함께 뒹구는 시 쉽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 편안하지만 딴지를 거는 시 그런 시의 프리즘으로 세상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 시가 대중들에게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