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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밥이 되던 시절 1 / 윤석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5. 2. 15:30

똥이 밥이 되던 시절 1

윤석산


아주 오래 전 서울 주택가에는 똥을 퍼 나르는 트럭이 일주일에 한 번씩은 왔었다. 동네 어귀에는 똥차가 세워졌고 똥지게를 짊어진 사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똥 퍼요, 똥퍼요. 를 외쳐댔다.

 

똥이 그들에게는 똥이 아니다. 똥은 입으로 들어가는 밥이었다. 똥이라도 퍼서 날라야 밥이 생기는데. 바짓가랑이에 똥이 묻어도 “똥이 뭐 대수여.” 조금도 개의치 않고 똥과 땀이 범벅이 된 바지춤에 젓가락을 씩씩 문질러 닦고는, 맛있게 퍼먹는 고봉밥. 우리의 그 시절 똥은 그렇게 우리의 밥이 되곤 했었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던

 

정화조라는 시설이 없던 시절, 도시의 산동네 마다 공동화장실이 있어 매일 아침이면 친구도 만나고 동네 아저씨도 만나고 몰래 사모하던 옆집 여학생도 만나 얼굴 붉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더러는 마당에 화장실이 있어 “똥지게를 짊어진 사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똥 퍼요, 똥퍼요. 를 외쳐”대는 소리를 들었었지요. 똥을 푸는 날이면 동네는 온통 똥냄새로 가득했고, 골목마다 뚝뚝 떨어진 똥물로 얼룩지기도 했었습니다.

어느 시절이던 누군가는 회피하는 일들을 직업으로 밥을 버는 이들이 있습니다. 직업을 가지고 사람의 귀천을 따지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어떤 일을 하던 전문직으로 인정하려는 사회적 풍조가 자리 잡혀 가고 있지만 인류가 멸망하는 날까지 누군가는 누군가가 회피하는 직업을 가지고 밥벌이를 할 것입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그들 나름대로 적잖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자동차까지 무인운행이 가능한 시대에서 사라져 가는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 보다 많고, 원하는 일자리 보다 원하지 않는 일자리에 억지로 내몰리는 현실도 언젠가는 “우리의 그 시절 똥은 그렇게 우리의 밥이 되곤 했었다”는 말처럼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겨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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