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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천천히…… 쉬엄쉬엄…… 더 좋은 나무 이야기를 찾아갑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2. 21. 12:44

 

[나무 생각] 천천히…… 쉬엄쉬엄…… 더 좋은 나무 이야기를 찾아갑니다.

설 잘 쇠셨나요? 이번 설날은 여느 때보다 조용히 지났습니다. 아쉬움 없지는 않았지만, 연휴만큼은 무척 달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흘 동안, 오랜만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푹 쉴 수 있었습니다. 하루도 쉬지 못했던 지난 가을 추석 명절 치 휴식까지 한꺼번에 몰아서 쉬었습니다. 쉬면서 올에는 무엇보다 정말 화급하게 재우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습니다. 누구나 다 하는 새해 계획 중에 제가 가장 먼저 집어든 화두는 ‘천천히’ 무슨 일을 하든 ‘쉬엄쉬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스물 두 해 동안의 프리랜서 생활은 늘 분주했습니다. 어쩌면 해마다 ‘천천히 하자’는 식의 다짐은 했던 듯합니다. 물론 그 동안의 생각은 언제나 실제 결과는 달랐지요. 하지만 올해는 꼭 그러렵니다. 해가 바뀌었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지난 해에 마감 날을 전제하고 진행한 프로젝트는 몸보다 마음을 더 많이 힘들게 했거든요. 물론 그렇게 재우치는 바람에 나무 작가로 살아온 여느 해에 비해 훨씬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아직도 더 많은 나무를 찾아보고 나무 곁에 더 오래 머무르기 위해서라면 더 이상 지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처음 띄우는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천천히 오래 살아온 나무에서 수굿이 내려앉은 세월의 켜를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수피, 즉 줄기 껍질을 바라봅니다. 누구보다 느릿이 살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나무의 흔적은 줄기 껍질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늙고 오래 된 나무를 만날 때면 언제나 나무 줄기 껍질에서 세월의 켜를 바라보게 됩니다. 가만가만 한참 바라보면 굵은 줄기 표면에 겹겹이 쌓인 얇은 줄기 껍질이 무얼 말하는지 알 만도 합니다. 그가 더불어 살면서 바라보았던 숱하게 많은 사람살이, 혹은 모든 생명의 살림살이를 하나 둘 드러내는 것이지요.

아직 추위는 몇 차례 더 찾아오겠지만 날씨가 철모르고 따뜻해졌습니다. 겨우내 묵혀두었던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며 봄길잡이에 나서는 농부들처럼 다시 가방의 먼지를 털어내고, 신발 끈을 조이겠습니다. 올해에도 큰 나무를 찾아 떠나는 나무 답사는 쉼 없이 이어가겠습니다. 다시 길 위에서 만나게 될 숱하게 많은 이 땅의 나무들을 생각하며 가슴 설레는 겨울의 끝자락입니다. 지난 해에 답사하고 미처 전해드리지 못한 나무 이야기와 함께 새로 만나는 아름답고 큰 나무들 이야기, 더 성실히 전해드리겠다는 인사 말씀으로 소띠해에 띄우는 첫 《나무편지》, 가볍게 마무리합니다.

그 동안 그러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오래오래 《나무편지》를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2021년 2월 22일 아침에 신축년 소띠 해를 편안히 맞이하며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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