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혼자 중얼거리다 198

오늘의 결심 1

나도 그랬지만 고마운 시집이나 산문집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다. 감히 평하기가 어려워서 감사의 뜻을 전하지 못하다 보니 왠지 미안해지는 마음을 놓아줄 수가 앖다. 어느덧 종심을 지나고 보니 하냥 붙잡고 있을 수가 없어 한 분의 시나 산문 한 편씩만 글로 남겨두고 또 다른 인연에게 보내주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 오늘의 결심은 계속 진행된다

말의 눈

말의 눈 말을 보았다 진눈깨비 내리는 밤의 아스팔트 길 미끄러운 비탈길을 추억을 만들어가는 몇사람을 싣고 어제 걷던 길을 오늘 다시 걷는다 아침에 걷던 길을 저녁에 다시 걷는다 차라리 말은 길을 끌고 간다 초원을 달려야 할 말들이 노역에 바치는 지푸라기의 하루 말의 눈은 검다 말의 눈은 크다 검고 큰, 기쁨에 바치는 노래보다 슬픔의 가슴에 닿는 고통처럼 터벅거리는 말발굽소리가 가슴을 밟고 지나간다 파랗게 다시 돋아오르는 새싹들 검고 큰 그 눈 시집 《당신에게 말걸기》(2007) 시인이며 화가인 정운자 열번째 개인전은 '말'로 이루어져 있다.그림에 문외한인지라 그의 다양한 테크닉을 논평할 처지는 되지 않으나 '말의 중의성에 유의하면서 감상을 하다가 소품에 눈길이 닿았다. 20년 전 어느 해 겨울 저녁 퀘백..

흘러가는 것들을 위하여

어째든 한 사람이 죽었다. 전 대통령이라 부르기도 하고 전두환씨라고도 불리며, 학살자로 지칭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느 사람은 그가 주도한 쿠테타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비겁함에 울분을 토하고 또 어느 사람들은 그가 이룬 업적에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한다. 그가 누구이든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한 자로서 나는 야망, 꿈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볼 뿐이다. 는 1997년애 발간한 시집 에 수록된 시로서 내 자신에 대한 염결을 기원하며 쓴 시이다. 어제 밤 모 방송에 작은 부분이 인용되었다 하여 다시 상기하여 볼뿐이다. 흘러가는 것들을 위하여 / 나호열 용서해다오 흘러가는 강물에 함부로 발 담근 일 흘러가는 마음에 뿌리내리려 한 일 이슬 한 방울 두 손에 받쳐드니 어디론가..

나는 조기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나는 조기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사람이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어머니로부터 배웠다. 자식 셋을 먹여살리려고 집밖으로 나서야했던 어머니는 '일찍 올 것이니 동생들 간수 잘하고 있으라'고 했는데 밤이 깊어도 올줄을몰랐다. 그 덕분에 조지워싱턴도 만나고 퀴리 부인도 만나고 이순신 장군도 뵈었다. 오늘날의 잡학다식은 국민학교 3학년부터 이루어진 것이다. 요점은 해지면 돌아온다던 어머니가 통행금지 시간 즉 자정이 가까워서야 초인종을 눌렀단 사실이다 . 어머니 말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일찍 터득한 덕에 ~~~~ 누구에게도 믿지 못할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영어로는 빌리브오어낫! 내가 시 비스무레한 것을쓰게 된 이유를 적어보았다 일부러 경어를 쓰지 않았다

도봉옛길

도봉옛길은 조선시대 6대로 중, 두만강가 경흥에 이르는 경흥대로의 도봉구 구간이다. 우이천 쌍문동에서 시작하여 의정부 경계 다락원에 이르는 역 5킬로미터 구간으로서 현재의 도봉로와는 겹치는부분은 거의 없고 이면도로로 숨어 있다. 도봉문화원 도봉학 연구소는 이 도봉옛길을 재조명하여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오늘의 삶을 일깨우는 자원으로 삼고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도봉옛길 길은 보이지 않는 한 권의 책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아무도 가질 수 없어 나눔으로 만나는 마음의 책 길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바람이 쌓인 오래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 수많은 가지들을 이야기로 거느리고 돋아나고 스러진 사람들이 잎으로 살아있는 한 장의 풍경 삼각산 소귀고개에서 흘러온 우이천을 건너면 마을을 알려주는 문 쌍문 금강산 가는 ..

<걷는 사람>

괴로울 땐 걷는게 최고다 이란 시를 썼는데 이란 출판사가 있어 발표해도 되나 망설이고 있다. 걷기 순례코스가 있는데 그곳까지 가려면 왕복 20킬로미터이다. 아이: 저거 뭐야? 아빠: 하늘에 소원편지를 써서 연기로 날려보내는 탑이야 온갖 쓰레기를 태워 열을 만들기 위한 굴뚝인데 나는 그곳까지 가서 오늘의 문명에 경베를 하고는 한다 매일 그래야 하는데 열열 신자가 되지 못하여 일주일에 두 세번 이다.

젊어 황혼이라니

먼데서 자꾸 슬픈 소식이 들려온다. 백세시대라지만 목숨은 그리 녹녹치 않다. 김점용 시인 또한 그렇다. 쾌유를 빈다 황혼 어머니는 자꾸 숨겼다 처음에는 옷장 속에 쌀통 안에 보일러실에 돈을 숨기더니 새로 산 신발을 숨기고 시금치 씨를 숨기고 호미를 숨기고 얻어 온 옆집 똥거름을 숨기고 커다란 빨래 건조대까지 숨겼다 선산에 묻힌 아버지를 숨기고 부산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막내이모를 일본 대마도에 숨겼다가 우리에게 들키자 다시 내 여동생 속에 꼭꼭 숨겼다 하루는 멀쩡한 우리 집을 숨겼다가 경찰차를 타고 들어오더니 자신의 머리카락과 옷을 가위 속에 가스렌지 속에 숨겼다 오늘은 저 바다에 무엇을 숨겼을까 선창가에서 올라오는 어머니 뒤로 서쪽바다가 시뻘건 노을에 뒤덮여 있는데 어머니가 난데없이 숙제를 낸다 내 좀 ..

한 우물을 파라!

우리나라 다이아토닉 하모니카의 정상급 연주자 ㅂ 씨께서 말씀하시길 '이 것 저 것 욕심내지 말고 한 우물을 파야한다'고 일러 주셨다. 마음 속엔 이 것도 잘 하고 싶고 저 것도 잘하고 싶은 욕심을 버릴 수가 없어 눈독을 들인 고가의 하모니카가 눈에 아른거린다. 잘하지 못하면서 연장 탓을 하는 어리석음도 아직 버리지 못했다. 글은 마음을 속일 수 있지만 악기는 소리를 숨기지 않는다. 마침 국산 하모니카 신제품을 스승님께서 하사해 주시니 안되는 시공부는 때려치고 열심히 입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불어볼 생각이다.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뒷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