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혼자 중얼거리다 185

2023년 아듀

생각과 달리 올해는 괴롭고 슬펐다 그 괴로움과 슬픔이 내 시의 밥 나한 羅漢 연작시 108편이 가슴에 얹혀있다 내년은 그 시들을 삶의 징검돌로 삼아 또 걸어가야지 눈물을 먹다 연두도 아니고 보라도 아닌 이 세상 가장 예쁜 사람에게 목걸이로 만들어 주고 싶은 작은 알맹이들 저 예쁜 것들을 땅에 묻으면 무우가 된다 어차피 흙속에 들어가 무우가 될텐데 누가 물과 하늘 빛을 버무린 저 빛깔을 내려줬을까 누군가 내게 생을 물어봤을 때 정답을 모르는 나는 문득 이 생각이 떠올랐을 뿐 무우는 먹는게 아니라 근심이 없어지는 눈물이라고 《시와사람》 2022년겨울호

시인이 따로 없다!

시인이 따로 없다! 거들먹거리며 스스로 시인이라 떠들며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들보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시를 찾아 마음에 담는 사람이 시인이다 송영문은 교사생활을 접고 光州 끄트머리에 카페 마실을 열고 커피를 만들고 섹서폰을 불고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캘리그라피와 그림을 즐기는 자유인이다. 나그네가 되어 카페 마실에서 시이야기를 잠깐 한 일이 아마득한 옛일이다 그가 호명한 시를 더듬어 읽으니 또 마음이 새롭다

king

14년을 함께 한 고양이를 먼저 자 세상으로 보냈다. 이름은 King이다. 고양이를 정말 싫어했는데 태어나자마자 어미가 버린 새끼를 업동설한에 집으로 데려와 마음을 나누었다. 뒷다리 상처를 미처 살피지 못해 절단을 하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2023년 11월 17일 잘 가라 King! 이별의 시간 이제 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하는데 끝내 하지 못했다 마지막이라는 말 그러면 영영 너를 잊어버리고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안녕 그 말은 가슴속에 넣었다 우리는 서로의 주인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보듬고 체온을 나누었다 그러나 우리는 말을 나누지는 못했다 서로의 언어가 달랐으므로 오로지 눈빛으로 오로지 몸짓으로 나이테를 새겼다 기억은 내 옷자락에 묻어있다 무심코 신발에 달라붙는 흙처럼 옷깃에 떼어내지지 ..

50년만의 해후

동해바다도 보고 계곡이 아름다운 두타산도 올랐다 그리고 바다와 산을 품은 고등학교 동창을 50년 만에 만났다 깊은 우울이 가득했던 친구는 신부가 되어 얼굴에는 세월에 다져진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 그가 가장 아끼는 보물이 무었이냐?라고 물었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하잘것 없는 보물의 목록이 너무 많아 쉽게 고르지 못했던 것이다. 친구는 매일 적는 노트가 보물이라고 말했다 하루하루의 사소한 일상 이야기가 자신에게 내리는 고백이고 그 노트는 우리의 삶이 끝나는 순간 완성과 동시에 소멸하는 것이라고 나는 지레짐작했다. 맞는 말인지 아닌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앞으로 몇번이나 다시 만날 수는 없으나 사는 날까지 잊지는 말자고 약속했다 두타산 쌍폭포 삼화사 일주문에서 석광..

한 점 하늘을 우러러 보니 부끄럽다

서정주는 임옥상이 부럽다...‘친일파’ 죽창든 좌파들의 성폭력 침묵 [광화문·뷰] 시대에 굴복한 예술인들 부관참시한 좌파들 ‘성폭력’ 논란된 예술권력 스스로 어떤 단죄 할 건가 박은주 부국장 겸 에디터 입력 2023.07.28. 03:00업데이트 2023.07.28. 09:34 ‘대한민국은 친일파의 나라’라는 선동을 위해 진보는 수많은 문화예술인을 명예살인해왔다. 미당 서정주도 표적 중 하나였다. 2015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공동성명 발표 현장. 오른쪽부터 검은 안경 쓴 이가 고은 시인이다. /오종찬기자 2003년, 시 전문 계간지 ‘시평’에 시인 손진은씨가 ‘서정주가 빠진 국어교과서’라는 글을 썼다. 드물게 나온 ‘서정주 포용론’이었다. “서정주 작품이 빠진 것은… 안목의 ..

벚꽃 지는 날

우이천 벚꽃 벌 ,나비는 오지도 않았는데 벚꽃은 진다! 꽝! 사람들만 신났다. 우이천에 꽃잎 흘러가네 나한 64 - 꽃 이름 외우기 아주 먼 먼 어느 날에 꽃을 보고 이름을 지어주고 꽃말을 가슴에 묻어둔 사람이 있어 그 꽃말 하나가 하나가 모두 내가 배우고 따라야 할 말씀이엇 보고 또 보고 얼굴을 기억해도 고들빼기를 씀자귀라 하고 수국인지 불두화인지 헷갈려 할 때 문득 떠오르는 우리라는 말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어딘가 닮은 그 언제인가 몸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갈래 길에서 머뭇거리던 아주 먼 어느 날이 가여워진다 나는 왜 개망초이고 당신은 왜 망초인가 이제는 꽃 이름을 외우지 않을테다 모든 이름 뒤에 나는 그저 꽃이라는 훈장을 달아줄테다 이 모든 꽃의 꽃말은 외우지 않아도 된다 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