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607

돌멩이 하나

돌멩이 하나 길가에 뒹구는 돌멩이를 누구는 발로 차고 손에 쥐고 죄없는 허공에 화풀이를 하네 볼 품이 없어 이리저리 굴러다니지만 엄연히 불의 자손 하늘을 가르며 용트림 하던 그 청춘의 불덩이를 잊지 않기 위해 안으로 얼굴을 감춘 갑각류의 더듬이처럼 엉금엉금 기어서 오늘도 날개를 꿈틀거리는 돌멩이 하나 시와시학 2020년 겨울호

양구 楊口

양구 楊口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슬픔으로 자라나는 나무를 만날거라고 누가 나에게 강을 일러주었나 옛길은 승천하듯 물길과 함께 분명 홀연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잊힘으로 버려진 아버지처럼 죽음 저 너머 너울거리는 신기루임을 채 알아채기도 전에 북녘으로 향하는 아득한 외길을 걸었다 아무도 나를 검문하지 않는 숲을 지나서 한낮에도 인적이 드문 마을을 지나서 슬픔으로 자라는 나무는 어디에도 없음을 믿어야 하는 나이쯤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강을 만났다 슬픔의 통증을 놓아주기에 부끄럽지 않은 곳 양구라고 하였다

사막의 꿈

사막의 꿈 나 호 열 어느 사람은 낙타를 타고 지나갔고 순례자는 기도를 남기고 사라져 갔다 그때마다 화염을 숨기고 뜨거워졌다가 밤이면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별빛으로 얼음 속에 가슴을 숨겼다 나에게 머무르지 않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침묵과 고요 속에서 태어난 바람으로 지우며 육신의 덧없음을 일깨우곤 했다 오늘도 낙타의 행렬과 순례자들이 끝없이 지나갔지만 나는 꿈을 꾼다 그 사람이 오고 백년 만에 비가 내리고 백년 만에 내 몸에서 피어나는 꽃을 어쩌지 못한다 안녕이라는 꽃말을 가진 사람 * 두레문학 게제 (2020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