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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과의 대화 289

이씨 왕실 족보 왜곡과 1537년 경회루에서 벌어진 막장 사대(事大) 대참사

주상 앞에서 중국 사신들은 심야까지 기생을 희롱하였다 [박종인의 땅의 歷史] 320. 이씨 왕실 족보 왜곡과 1537년 경회루에서 벌어진 막장 사대(事大) 대참사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10.26 03:00 경복궁 경회루에서는 왕이 주재하는 연회가 수시로 열리곤 했다. 그런데 중종 때인 1537년 봄날, 명나라 사신인 한림원 수찬 공용경(龔用卿)과 호과 급사중 오희맹(吳希孟)은 배석해 있던 조정 신하들이 온몸을 떨며 분통을 터뜨릴 정도로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평상복을 입고 나타나는가 하면 중종을 끌고 궁궐을 두루 구경하는가 하면 기녀들에게 음란한 춤을 추게 하고 먹물을 얼굴과 옷에 뿌리는 행패도 보였다. 하지만 고려 때 ‘역적 이인임’이 전주 이씨 조상이라고 기록된 명나라 문서를 고치기 위해서, ..

유물과의 대화 2022.10.27

고종, 왕비릉 이장을 위해 조말생 묘를 강제로 옮기다

고종, 왕비릉 이장을 위해 조말생 묘를 강제로 옮기다 [박종인의 땅의 歷史] 319. 고종-민비 묻힌 홍릉과 남양주 조말생 묘의 비밀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10.19 03:00 경기도 남양주 수석동에는 세종 때 문신 조말생 묘가 있다. 원래는 남양주 금곡리에 있었는데 1900년 고종이 3년 전 왕비 민씨를 묻은 청량리 홍릉을 금곡리로 천장하면서 수석동으로 강제 이장 당했다. 금곡리에는 조말생 문중 묘 110여 기는 물론 전주 이씨 왕족묘도 허다했다. 세종 막내아들 영응대군 부부 묘 또한 그때 경기도 시흥으로 이장됐다. ‘매천야록’에 따르면 홍릉 이장으로 금곡리에 있던 무덤 2만여 기가 이장됐다. 금곡리로 천장지가 결정되는 과정도 복잡했고, 결정 후 실제 천장에는 19년이 더 걸렸다. 사진은 조말..

유물과의 대화 2022.10.21

선정릉 옆 봉은사에 벌어진 조선불교 대참사와 승려 백곡처능

성리학 관료들에 의해 사라질 뻔했던 강남 봉은사 [박종인의 땅의 歷史] 318. 선정릉 옆 봉은사에 벌어진 조선불교 대참사와 승려 백곡처능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10.12 03:00 성종 부부가 묻힌 선릉과 중종이 묻힌 정릉을 합쳐서 선정릉이라고 한다. 사진은 정릉이다. 봉은사(奉恩寺)는 성종릉인 선릉을 수호하는 사찰이었다. 성리학을 교조적으로 신봉했던 일반 선비와 달리 조선 왕실은 불교를 믿었다. 원래 견성사라 불렸던 봉은사는 명종 때 고양에 있던 중종릉을 선릉 옆으로 옮기면서 지금 위치로 옮겨 중창됐다. 그러자 조선팔도 유생들이 일어나 선종 사찰인 봉은사, 교종 사찰인 봉선사를 없애자고 주장했다. 폐불 운동이 극에 달했던 효종과 현종 때, 성리학을 공부했던 승려 백곡 처능이 한자 8000자가..

유물과의 대화 2022.10.13

가정집 빨래판으로 전락한 청나라 황제 푸이의 휘호

가정집 빨래판으로 전락한 청나라 황제 푸이의 휘호 [박종인의 땅의 歷史] 316. 친일 귀족 윤덕영의 경기도 구리 별장터 비석의 비밀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09.21 03:00 경기도 구리시 구리시청 뒷산에 있는 한 가정집에는 진귀한 빨래판이 누워 있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가 쓴 휘호가 새겨진 비석이다. 이 집이 들어선 골짜기에는 식민시대 대표적 매국 귀족 윤덕영의 별장 강루정이 있었다. 윤덕영은 서울 옥인동에 벽수산장이라는 집을 지어 살면서 이곳에도 별장을 만들었다. 비문은 ‘선통제’라는 황제 호칭이 완전 폐지된 1924년 이전 인왕산 아래 살던 윤덕영이 푸이로부터 받아온 휘호다. 당시 윤덕영 동생이자 순종 비 윤씨 아버지인 윤택영이 중국에 있었는데, 윤택영을 통해 받아왔을 확률이 높다...

유물과의 대화 2022.09.22

서울 종로구 화동 2번지 정독도서관 땅의 팔자

혁명가 김옥균의 흔적 위에 서 있는 매국 귀족 박제순의 돌덩이 [박종인의 땅의 歷史] 315. 서울 종로구 화동 2번지 정독도서관 땅의 팔자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09.14 03:00 서울 종로구 화동2번지 정독도서관 본관 뒤편 언덕에는 정체불명인 돌덩이가 보존돼 있다. 안내판을 봐도 정체가 도무지 불명이다.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보존한다’라고 적혀 있다. 사실은 이 돌덩이는 1905년 을사조약 대표서명자인 외부대신 박제순 집터에 있던 우물돌이다. 새겨진 글자들은 박제순이 썼고, 정독도서관 부지 절반이 박제순 집터였다. 집터는 1884년 갑신정변 주역인 김옥균 집터와 겹친다. 김옥균 집터는 이 언덕 아래 잔디밭 부근이었다. 정변을 함께 한 서재필 또한 이곳에 살았다. 두 사람 집터에는 훗..

유물과의 대화 2022.09.16

거기, 北村 골목길에 남은 거인의 발자국

거기, 北村 골목길에 남은 거인의 발자국 [박종인의 땅의 歷史] 314. 친일 귀족들 땅에 조선인촌을 만든 정세권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09.07 03:00 서울 북촌한옥마을. ‘북촌5경’과 ‘6경’이 있는 북촌로11길 옆 골목 ‘북촌로11라길’이다. 골목 끝에 보이는 모퉁이부터 반대편 출구까지 10여m 도로는 1920년대 식민시대 친일귀족들이 대저택을 짓고 살던 이곳에 조선인 한옥마을을 건설한 정세권 명의로 남아 있다. 북촌은 물론 익선동과 삼청동에도 정세권 이름으로 등기된 토막난 땅들이 남아 있다. 일신 영달을 위해 나라를 외세에 넘긴 고관대작들 친일 행각 흔적도 물론 남아 있다. 이 사진은 정세권 손녀 정희선 작품이다. * 유튜브 https://youtu.be/hHmkIDZmXdA 에서 동..

유물과의 대화 2022.09.08

공덕동 빌딩 숲에 숨어 있는 권력의 쓸쓸함

공덕동 빌딩 숲에 숨어 있는 권력의 쓸쓸함 [박종인의 땅의 歷史] 313. 서울 공덕오거리에 서 있는 흥선대원군 별장 금표비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08.31 03:00 | 수정 2022.08.31 03:00 * 유튜브 https://youtu.be/0EmC0OrqvO0 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은 용산과 함께 새로운 도심으로 떠오른 지역이다.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도로는 넓다. 주변보다 지대가 높아서 옛날부터 만리재, 애오개 두 길과 새로 뚫린 백범로 모두 언덕길이다. 그 세 길이 합류하는 지점이 공덕오거리인데, 이 로터리에서 지하철 6호선도 만난다. 사통팔달한 땅 위로 빌딩 숲이 울창하다. 그 지하철 공덕역 3번 출구 옆에 공원이 있는데 공원 모퉁이에는 작은 비석이 ..

유물과의 대화 2022.08.31

복원된 궁궐 속에 온갖 시대가 뒤엉켜 흐른다

[박종인의 땅의 歷史] 복원된 궁궐 속에 온갖 시대가 뒤엉켜 흐른다 312. 광화문광장 개장에 맞춰 점검해보는 궁궐 복원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08.24 03:00 경복궁 근정전과 월대. 임진왜란 이래 폐허였던 경복궁은 1865년부터 3년 동안 흥선대원군에 의해 재건됐다가 식민시대에 만신창이가 돼 현재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복원 기준 시점은 중건이 완료된 1888년이다. 역사적 기념물 복원에 관한 ‘베네치아헌장’(1964)은 ‘추측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복원은 멈춰야 한다’고 선언했다. ‘대한민국 문화유산헌장’(2020)도 ‘문화유산의 원래 모습과 가치를 온전하게 지킨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복궁 복원에는 숱한 추측과 원칙 파괴가 개입됐다./박종인 기자 * 유튜브 https://youtu.b..

유물과의 대화 2022.08.25

北 왕건왕릉·南 정몽주 묘역... 남과 북 고려문화제, 사진으로 만나다

北 왕건왕릉·南 정몽주 묘역... 남과 북 고려문화제, 사진으로 만나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05 20:40 김성룡 기자 구독 남북의 고려시대 문화재가 한자리에 모였다. 개성의 왕건왕릉과 대구의 신숭겸 유적이 만나고, 용인의 정몽주 묘역과 개성의 숭양서원이 만났다. 이미지크게보기 개성 왕건 왕릉. 사진 유수 작가 이미지크게보기 용인 정몽주 묘역. 사진 유수 작가 임진각 전망대 3층 전시실에서《고려 the Corea 남과 북, 고려문화재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경기도(도지사 김동연)와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이 마련한 이번 전시는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고려시대 문화재를 한곳에 모으는 특별한 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장의 위치도 고려의 수도인 개성과 지척인 파주 문산이다. 이미지크게보기 '고..

유물과의 대화 2022.08.18

한국사 시작 알린 고조선 유물, 중국은 왜 부정하나

한국사 시작 알린 고조선 유물, 중국은 왜 부정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2.08.12 00:30 지면보기 비파형동검의 비밀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비파형동검(琵琶形銅劍). 우리가 중·고교 역사 시간에 배운 고조선을 대표하는 청동기 유물이다. 모양이 동아시아 전통 현악기 비파를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한국문화의 중심지인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에도 전시돼 있다. 박물관 고조선실 비파형동검 가운데 휘어지고 부러져서 관람객 대부분이 주목하지 않는 것이 있다. 한데 이 동검에는 놀라운 사연이 숨겨져 있다. 20세기를 달군 고조선 역사전쟁을 촉발시켰다. 이 유물은 약 60년 전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시 근처에서 북한과 중국의 학자들이 공동 조사한 고조선 무덤에서 출토됐다. 1964년 북한·중국 다롄..

유물과의 대화 2022.08.12

‘헤이그 밀사 이준 할복자살’은 대한매일신보의 가짜뉴스였다

‘헤이그 밀사 이준 할복자살’은 대한매일신보의 가짜뉴스였다[박종인의 땅의 歷史] 311. 모두가 쉬쉬했던 ‘미화된 역사’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08.10 03:00 1962년 10월 국사편찬위원회가 발간한 ‘이준열사사인조사자료’.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파견됐다가 현지에서 죽은 이준의 사인 논란에 대해 자살설과 분사설에 대한 각종 기록과 증언을 취합한 문건이다. 위 81~83페이지에 “신채호와 양기탁, 베델이 민족 긍지를 위해 ‘대한매일신보’ 기사를 조작했다”는 증언이 수록돼 있다. ‘할복자살’과 ‘분사(憤死)’로 대립하던 이준의 죽음에 대해 국사편찬위는 ‘순국(殉國)’이라는 용어로 타협을 봤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유튜브 https://youtu.be/y4vZresOHjc ..

유물과의 대화 2022.08.10

310. 남대문 괴담과 사라진 국보 번호

가토 기요마사가 통과해서 남대문이 ‘총독부 보물’이 됐다고? [박종인의 땅의 歷史] 310. 남대문 괴담과 사라진 국보 번호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08.03 03:00 서울 남대문은 국보1호였다. 2021년 문화재청이 문화재 관련법을 개정해 지정번호 표기를 없애면서 ‘국보 남대문’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 가토 기요마사 부대가 남대문으로 입성해 한성을 함락시켰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조선총독부가 남대문을 보물1호로 등재시켰다는 이야기가 초래한 결과다. 찬찬히 뜯어보면, ‘일본 전승 기념을 위한 남대문 보물 지정’설은 앞뒤가 맞지 않는 괴담이다. /박종인 기자 * 유튜브 https://youtu.be/xdrfm8uSAwE 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2월 10일 밤..

유물과의 대화 2022.08.04

추억의 공중전화 부스, ATM·충전소로 변신 중

추억의 공중전화 부스, ATM·충전소로 변신 중 중앙선데이 입력 2022.06.25 00:02 업데이트 2022.06.25 16:15 윤혜인 기자 박물관으로 간 공중전화 1980년대 공중전화 이용 모습. [중앙포토] “공중전화요? 어렸을 때는 많이 사용했죠. 삐삐가 오면 곧장 공중전화로 달려가 확인하고 통화해야 했으니까요. 중간에 전화가 끊기지 않게 옆에 동전도 쌓아두고요.” 대전에 사는 손대승(44)씨는 최근 초등학생 아이의 등굣길에 공중전화를 보고 반가움을 느꼈다. 과거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를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개인 통신 수단이 많지 않았던 시절, 손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공중전화는 대체할 수 없는 통신수단이었다. 가족 또는 친구에게 전하는 안부, 사랑하는 사람..

유물과의 대화 2022.07.26

복원한다는 광화문 월대, 있기는 했나?

[박종인의 징비] 복원한다는 광화문 월대, 있기는 했나?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2.07.17 15:20 | 수정 2022.07.18 03:20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 사진. 광화문 앞 월대가 훼손돼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지난 17일 서울시는 서울 광화문 앞을 가로지르는 사직로 도로 모양 변경 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까지 추진하는 ‘광화문 월대 복원’에 앞서서 직선형인 광화문 앞 도로를 곡선형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선행돼야 할 일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복원할 월대’가 과연 존재했는가. 둘째, 복원할 가치가 있는가. 월대(月臺)는 주요 궁궐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이다. 경복궁 근정전 주변 월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경복궁 광화문 앞 월대에 관한 역사적인 기록은..

유물과의 대화 2022.07.18

청와대 옛 관저 뒷산 ‘천하제일복지’ 암각의 비밀

가짜뉴스를 만들어서라도 가지고 싶었던, 권력 [박종인의 땅의 歷史] 308. 청와대 옛 관저 뒷산 ‘천하제일복지’ 암각의 비밀 청와대 옛 대통령 관저 뒷산 기슭에 새겨져 있는 ‘天下第一福地(천하제일복지)’ 여섯 글자. 1990년 청와대 신축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이 글자는 ‘청와대 명당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물증이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이 글자는 1850~1860년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던 시기에 누군가가 새겨넣은 글자로 추정됐다. 궁궐 중건이라는 대규모 공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왕권에 정통성을 주려는 의도였다. 당시 ‘기이하게도’ 자하문 부근 땅 속에서는 ‘을축년(1865년) 흥선대원군이 이 잔을 받으리’라고 새긴 구리 그릇이 발굴되기도 했다. 각자가 됐든 구리 그릇이 됐든 도참과 풍수를 ..

유물과의 대화 202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