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서천신문 기사입력 2025-02-14 10:12
미나리도 꽃이 핀다 ---정희경
개망초 흐드러져 둔덕에 꽃이 피고
베이고 베인 몸 미나리도 꽃이 피네
흰 물결 출렁이는 팔월 뭇별들이 내렸나
발목을 담근 물에 베인 자리 싹이 올라
속 비운 투명의 피 초록의 저 몸부림
기다림 흰 꽃으로 피네 미나리도 꽃 피네
돌봄을 받지 않아도, 관심을 두지 않아도 때가 되면 대지를 하얗게 수놓는 꽃이 있다. 학술적으로 개화시기가 6월에서 7월까지라지만 반년 이상은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대접받지 못하지만 참 끈질긴 꽃 개망초다.
요즘 새롭게 생겨난 풍자 단어 하나가 ‘키세스단’이다. 영하의 아스팔트 위에서 알루미늄 은박지를 몸에 두르고 자신의 뜻을 온몸으로 부르짖는 분들을 초콜릿 제품에 비유한 것이다. 판박이다.
싹을 자르고 몸을 가둬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새순을 올리고 흰 꽃을 피운다는 믿음은 우리들 DNA 속에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속 비운 투명의 피 초록의 저 몸부림”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기다림 흰 꽃으로” 필 수밖에 없다. [문철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