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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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 99 - 뚜벅이

나한 99 - 뚜벅이 자발적으로 허공으로 출근 그때그때 일몰 시간에 없는 집으로 퇴근 노동인지 놀이인지 왔던 길 걷고 되짚어 걷는 일 덥수룩한 생각에 정처가 없어 불심검문의 시대의 검수는 바야흐로 명상가로 빙의 생각을 걷는다 무서워도 피할 수 없어 마주치는 사람들을 무한정 사랑할 수는 없나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23도 기운 어깨 좌에서 우로 오늘도 걷는다 그물에 걸린 바람이 되어 적막강산에 이더러저더러 그림자를 밟지 말라는 디오게네스를 찾아 값을 치루지 않고 외상으로 받아쓴 햇빛에 잠시 기대어 서니 누군가 나를 부른다 뭐꼬! 계간 PS 2023겨울호

부처 태어난 성지 중의 성지 '룸비니'…한국 범종 울리는 까닭

부처 태어난 성지 중의 성지 '룸비니'…한국 범종 울리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3.12.08 00:17 백성호 기자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구독 백성호의 현문우답구독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네팔의 룸비니는 불교의 성지 중 성지다. 2600년 전 부처님이 이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구촌에서 순례객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이다. 룸비니 동산의 땅은 한정돼 있다. 세계 각국이 이곳에 자국의 건축물을 세우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쉽진 않다. 네팔 정부의 허락을 받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 ’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룸비니 동산에서 한국의 전통 누각 낙성식과 범종 타종식이 열렸다. 부처님 탄생지인 마야 데비 사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기와를 얹은 한국의 누각과 범종이 세워졌다. 네팔 정부에서 선묵 혜자 ..

붓다를 만나다 2023.12.08

괴산 산막이길

호수·숲 사이 꽃 품은 길… 상처입은 ‘나’를 껴안다 문화일보 입력 2015-04-22 15:20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의 등잔봉 능선에 오르면 만개한 진달래와 함께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가뭄 때문에 물이 줄어들어 온전한 한반도 모양을 갖추지는 못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길은 풍경을 완성한다. 아무리 삭막한 풍경이라도 길 하나가 들어서는 순간 온기가 깃들기 마련이다. 길은 그리움의 뿌리다. 꼬리를 물며 나지막한 산을 넘어가는 오솔길은, 머릿속에 그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련한지. 길은 사람과 대지가 만나서 나누는 교감의 흔적이다. 길은 또 스스로 망각하는 존재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순간, 빠르게 흔적을 지워 다시 산이 되고 들이 되고 풀과 꽃..

이완근의 詩詩樂樂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02) 안부(安否) 나호열(1953~ ) 안부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 안부는 별 일 없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일 안부는 잘 있다고 이러저러하다고 알려주는 일 산 사람이 산 사람에게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고백하는 일 안부를 기다리는 사람과 안부를 묻는 사람의 거리는 여기서 안드로메다까지 만큼 멀고 지금 심장의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깝다 꽃이 졌다는 슬픈 전언은 삼키고 꽃이 피고 있다는 기쁨을 한 아름 전하는 것이라고 안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날마다 마주하는 침묵이라고 안부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안부는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 험한 길 만리 길도 단걸음에 달려오는 작은 손짓이다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개밥바..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정신없는 소음 vs 숭고하고 초월적… 혹평·찬사 오간 ‘피아노 정점’ [이 남자의 클래식] 문화일보 입력 2023-12-07 09:00 업데이트 2023-12-07 09:27 ■ 이 남자의 클래식 -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슈만에 헌정한 유일한 소나타 전통적 3악장 아닌 단악장으로 고도의 테크닉·실험성 담아내 쉼없는 연주로 스타일 극대화 1811년 헝가리의 외딴 시골 마을 라이딩(Riding)에서 태어나 19세기 음악인 낭만주의 음악 시대를 그야말로 통째로 뒤흔들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프란츠 리스트(1811∼1886)다. 185㎝ 장신의 키와 큰 손이란 압도적인 피지컬과 함께 환상적인 피아노 테크닉을 발판삼아 화려하고 기교적인 피아니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리스트는 지금까지도 ‘피아노의 신’ ..

문화평론 2023.12.07

[제42회 중앙시조대상]

[제42회 중앙시조대상] 학대 피해 아이들 위로…어른으로서 속죄하는 마음 담아 중앙일보 입력 2023.12.07 00:01 홍지유 기자 김서원 기자 구독 중앙시조대상 고래 이태순 비 내리는 기차역 물이 출렁거리고 눈이 슬픈 아이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커다란 푸른 고래가 기차역에 들어왔다 칸칸마다 불빛을 따스하게 매달고 아이를 부르는 고래의 비린 노래 바닷가 역으로 떠날 고래가 멈추었다 가냘픈 영혼 되어 어둔 방을 벗어난 아이야 고래 타고 바닷가 역에 가자 피멍이 얼룩진 아이 야윈 손이 차갑다 ◆이태순 이태순 시인은 “시조란 삶의 군더더기를 없애고 성찰하는 일”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경북 문경 출생. 2005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오늘의시조 시인상(2007), 중앙시조신인상(201..

[43] 마음 챙김의 예술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43] 마음 챙김의 예술 신수진 한국외대 초빙교수 입력 2022.12.02. 03:00 장태원, Remains003, 2014.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듯이 마음에도 규칙적인 보살핌이 필요하다. 마음을 건강하게 하려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태도가 유행을 넘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함께 겪은 팬데믹이나 경기 침체, 줄을 잇는 사건 사고 등의 영향인지 어느새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나 보다. 2018년 이후에 출시된 명상 애플리케이션만도 2000개가 넘는다고 하니, 바야흐로 마음 챙김의 시대이다. 유독 수양하듯이 완성되는 작품들이 있다. 장태원의 ‘리메인즈(Remains)’ 연작도 그렇다. 제목이 말하는 ‘남은 것들..

[169] 심장불로 (深藏不露)

[정민의 세설신어] [169] 심장불로 (深藏不露) 정민 한양대교수·고전문학 입력 2012.07.31. 23:28업데이트 2012.08.01. 01:59 초나라 장왕(莊王)이 즉위했다. 첫마디가 이랬다. "간언은 용서치 않는다." 즉시 국정은 내팽개치고 3년 넘게 주색잡기에 빠졌다. 보다 못한 오거(伍擧)가 돌려 물었다. "초나라 서울에 새 한 마리가 있습니다. 3년을 울지도 않고 날지도 않습니다. 무슨 새일까요?" "보통 새가 아니로구나. 3년을 안 날고 안 울었으니 한 번 날면 하늘로 솟고, 한 번 울면 사람을 놀라게 하리라." 오거가 빙긋 웃고 물러났다. 왕은 그 뒤로도 계속 방탕했다. 이번엔 대부 소종(蘇從)이 직간했다. 왕은 화를 내며 죽고 싶으냐고 소리 질렀다. 소종은 초나라가 이대로 멸망의 ..

거대 도시 신전이 정글에 파묻힌 이유

거대 도시 신전이 정글에 파묻힌 이유 중앙선데이 입력 2023.12.02 00:01 기후변화 세계사 1, 2 기후변화 세계사 1, 2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기후변화는 이 책의 일부일 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인 지은이는 자연 환경이 어떻게 문명을 만들고 황폐화시켰는지를 보여준다. 화산 폭발부터 가축 길들이기와 수자원 통제,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까지 폭넓은 자연 환경을 종횡으로 다룬다. 한국인의 인기 관광지 앙코르와트를 보자. 동남아시아는 인도와 중국을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9~10세기 교역으로 번성했다. 중국 도자기와 인도 청동제품, 자바 광택거울에 이집트 유리공예품까지 오갔다. 크메르(현재 캄보디아)에는 거대 도시 앙코르가 들어섰다. 이 도시는 정교한 수자원 관리..

문화평론 2023.12.05

그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 어떻게 살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2023.12.05 00: 황주리 화가 기분이 막막해지는 날이 있다. 어른이 되면 이런 기분은 없어질 줄 알았다. 세상의 논과 밭의 풍경이 놀이터였다는 내 친한 친구가 어린 시절이 늘 행복했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늘 신기한 생각이 든다. 앞이 확 트인 논밭 풍경이나 바다를 마당으로 둔 아이들은 막다른 골목을 놀이터로 둔 아이와 행복감이 다를 것도 같다. 광화문 한복판의 골목길에서 인생을 배우기 시작한 나는 그 깊은 골목의 막막함을 먼저 배웠다. 집을 나서면 골목길에 다리가 성하지 않은 아버지와 어린 딸이 동냥하고 있는 풍경, 다운 증후군을 앓는 사내아이가 웅얼거리며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던 뒷모습, 길게 느껴지던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길로 한참 걸어가면 의수와 의족을..

분단이 만든 남북 최전방 대결 상징… 5년만에 복원돼 긴장감 고조

분단이 만든 남북 최전방 대결 상징… 5년만에 복원돼 긴장감 고조 [10문10답] 문화일보 입력 2023-12-05 09:02 업데이트 2023-12-05 09:06 북한의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로 5년 만에 복원을 앞둔 강원 고성 ‘829(옛369)GP’. 문화재청은 군사합의 체결 직후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 문화재로 등록해 보존하기로 했지만 북한의 GP 재건에 대한 상응조치로 군 당국은 병력과 장비 재투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 10문10답 - 비무장지대 ‘작은 철옹성’ GP 9·19 합의뒤 양측 11개씩 철거 북한 지상침투·무인기 감시 약화 월남·월북 은신처로 활용되기도 북한 합의 파기한 뒤 병력 재투입 무반동 총 등 중화기까지 반입 우리 군도 ‘고성829’ 복원 추진 전방 과학화 경계시스템 보..

카테고리 없음 2023.12.05

영화 ‘서울의 봄’이 묻다, 쿠데타란 무엇인가

영화 ‘서울의 봄’이 묻다, 쿠데타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2023.12.05 00:47 업데이트 2023.12.05 09:07 1979년 12·12와 한국 정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에 일어난 군사 반란을 다룬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이후 계엄 상황에서, 전두환이 이끄는 세력이 계엄사령관을 연행하고, 마침내 대통령의 사후 재가를 얻어냄으로써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 권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숨 막히는 과정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은 실화에 기반하긴 했어도 실제가 아니라 극적 재현(representation)이다. 그래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서울의 봄’은 12·12를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패하면 ..

김영민 칼럼 2023.12.05

무등 無等의 세상을 꿈꾸며

무등 無等의 세상을 꿈꾸며 오래 전 팔공산 동쪽 자락에 있는 거조사(居祖寺)에 간 적이 있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진 사찰에는 나한전이 있게 마련인데 거조사 영산전(靈山殿)에 모셔진 오백나한상은 그 규모로 보아 으뜸이라 할 만하였다. 석가모니의 제자 중에 중생들에게 복락을 베풀고 소원성취를 이루게 한다는 아라한(阿羅漢)의 숭배는 기나긴 환난의 시간을 거쳐온 우리 민중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주로 고려 말, 조선 초에 유행한 맞배지붕 주심포(柱心包) 양식은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봉정사 극락전에서 볼 수 있는데 거조사 영산전 역시 기둥 하나에 공포를 얹은 주심포 양식의 단아한 형식미가 돋보이는 정면 7칸 옆면 3칸 규모로 각기 다른 형상의 근엄한 오백나한을 모시는데 모자람이 없어 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