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분류 전체보기 6374

민들레 이름 되찾은 사연

민들레 이름 되찾은 사연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12.26. 00:00 올해 마지막 ‘김민철의 꽃이야기’는 제가 올 한해 쓴 꽃이야기 25편 중 7편을 골랐습니다. 제가 괜찮게 썼다고 생각하는 형태, 그러니까 제가 쓰고 싶은 형태에 가까운 꽃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더 재미있는 꽃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1. [김민철의 꽃이야기] 토종 민들레가 식물목록에서 사라졌다 토종 ‘민들레’가 우리나라 대표 식물목록에서 사라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20년 자생식물목록을 만들 때 토종 민들레를 삭제해 토종 민들레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려면 ‘털민들레’로 불러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식물에 대한 종 분류 변경이 불가피하면, 학명을 바꿀 때 국명(한 국가에서..

[150] 눈보라

오피니언전문가칼럼 [최영미의 어떤 시] [150] 눈보라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3.12.18. 03:00 일러스트=박상훈 눈보라 들판에서 눈보라를 만나 눈보라를 보내네 시외버스 가듯 가는 눈보라 한편의 이야기 같은 눈보라 이 넓이여, 펼친 넓이여 누군가의 가슴속 같은 넓이여 헝클어진 사람이 가네 그보다 더 고독한 사람이 가네 그보다 더 기다리는 사람이 가네 눈사람이 가네 눈보라 뒤에 눈보라가 가네 -문태준 (1970~) ‘눈보라’로 이런 시도 쓸 수 있구나. 강한 바람에 눈이 날려 시야가 흐려지고 심할 때는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다. 따뜻한 실내에 앉아, 카페의 유리창 밖에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는 것은 기분 좋은 낭만이지만, 세찬 눈보라 치는 바깥을 걸어가는 일은 피하고 싶다. 어릴 ..

공부할 시 2023.12.26

‘문학과지성’ 창립 멤버 김병익

1970년 낸 ‘문학과지성’ 창간호… 네 살 아래 김현 “말 놓자”에 깜빡 넘어갔다 [나의 현대사 보물] [34] ‘문학과지성’ 창립 멤버 김병익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60년대 당시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느 쪽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하는 고민을 시작으로 계간지 을 통해 순수파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첫 번째 보물로 창간호 초판본을 꺼내 보였다. /장련성 기자 이영관 기자 입력 2023.12.26. 03:00업데이트 2023.12.26. 10:49 문학평론가 김병익이 작업실에서 옛 사진이 담긴 앨범을 펼치고 있다. 그는 “1980년대까진 끊임없는 체제의 변란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치적으로 안정됐고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됐다”며 “민족이 치를 수 있는 가장 불행한 역사를 겪었던 만큼 성장·자유·평..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자작나무 숲]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윤선도가 귀양살이 한 양강도… 그곳에서 백석은 양치기로 살아 소련 여성 시인도 윤선도 ‘어부사시사’ 번역하며 체제 칼날 피해 고독했기에 강인했던… 흑백 선택의 시대에 ‘제3의 길’ 간 예술가들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3.12.26. 03:00 일러스트=이철원 최인훈의 1960년 문제작 ‘광장’은 갈림길에 선 인간 이야기다. 좌냐 우냐, 남이냐 북이냐, 이념이냐 사랑이냐, 광장이냐 밀실이냐 사이에서 갈등하던 지식인 청년은 종착지로 ‘중립국’을 택한다. ‘푸른 광장’(바다) 즉 자살로 수렴되는 그의 최종 선택이다. 소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밀실과 광장이 맞뚫렸던 시절에, 사람은 속은 편했다.” 흑백으로 양분된 사회, 그래서 선택이 강요된 ..

문화평론 2023.12.26

참새를 무시하는 고니

참새를 무시하는 고니 중앙일보 입력 2023.12.26 00:40 12월 나만의 하루를 찾아 한강변에 있는 서울숲을 산책했다. 원래 뚝섬경마장이 있던 자리를 개발해 만든 시민공원인데 서울에선 월드컵공원과 올림픽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공원 안에 들어서면 여섯 마리 말이 경주하는 모습의 군마상(群馬像)이 보인다. 군마상 좌우에는 같은 수종의 나무들이 좌우 대칭으로 서 있어 프랑스풍을 뽐낸다. 서울숲은 나무와 호수, 풀과 습지가 잘 어우러져 공원 안으로 들어오면 이내 자연 속으로 빠져든다. 또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곤충식물원과 사슴을 사육하는 우리를 만나게 돼 동식물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든다. 사람과 가까이서 살아온 참새 천적을 피하는 독특한 생존법 작다고 참새를 깔보는 정치인 참새의 지혜를 알고..

풍요로운 나무와 함께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무편지] 풍요로운 나무와 함께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211번째 《나무편지》 ★ 성탄절, 즐거이 잘 보내셨는지요. 마침 성탄절이 월요일이어서 토일요일에 이어서 사흘 내내 쉴 수 있었던 풍요로운 연휴를 보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2023년 한해가 다 지나갑니다. 며칠 안 남은 2023년의 며칠 동안은 아마도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기보다는 다가오는 새해를 어찌 맞이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데에 더 많은 생각을 들여야 하겠지요. 언제나 지나온 것을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것을 계획하고 대비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올 한해의 《나무편지》도 오늘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다음 주에 띄우게 될 다음 《나무편지》는 2024년 새해 첫 편지가 되겠지요. 그러니까 〈진천 신척리 ..

그 시절 ‘온천 성지’의 퇴장… 해가기 전 추억 찾으러 오세요

그 시절 ‘온천 성지’의 퇴장… 해가기 전 추억 찾으러 오세요 [박경일기자의 여행] 문화일보 입력 2023-12-14 09:10 업데이트 2023-12-14 10:59 ■ 박경일기자의 여행 올해 마지막날 한화콘도 폐쇄… 그래도 ‘백암온천’은 계속 흐른다 신혼·효도·가족여행의 끝판왕 명동땅 1평 1억4000만원일때 온천 주변땅 1평 1억1908만원 한창땐 연150만명 관광객 북적 최근엔 10분의 1로 줄어 ‘쇠락’ 나이트클럽만 5곳 성업하기도 고요하지만 여전히 푸근한 온천 과거 평민들도 목욕 허용됐던 곳 수많은 선비들이 격찬 시문 남겨 온천품은 백암산 뒤편 신선계곡 흰 바위와 금강송 즐비해 절경 후포항 위판장선 대게경매 구경 경북 울진의 백암산 아래 백암온천 전경. 숲속에 앉아 있는 오른쪽 흰 건물이 19..

나한 99- 뚜벅이

나한 99 - 뚜벅이 자발적으로 허공으로 출근 그때그때 일몰 시간에 없는 집으로 퇴근 노동인지 놀이인지 왔던 길 걷고 되짚어 걷는 일 덥수룩한 생각에 정처가 없어 불심검문의 시대의 검수는 바야흐로 명상가로 빙의 생각을 걷는다 무서워도 피할 수 없어 마주치는 사람들을 무한정 사랑할 수는 없나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23도 기운 어깨 좌에서 우로 오늘도 걷는다 그물에 걸린 바람이 되어 적막강산에 이더러저더러 그림자를 밟지 말라는 디오게네스를 찾아 값을 치루지 않고 외상으로 받아쓴 햇빛에 잠시 기대어 서니 누군가 나를 부른다 뭐꼬! 계간 PS 2023 겨울호

나한 24-네가 있던 자리

나한 24 -네가 있던 자리 아직은이란 말 속에는 언젠가라는 일방의 약속이 숨어 있다 아주 먼 곳에서 아직 살아 있다고 꽃 지듯 걸어온 소식에 언제나 주어가 되지 못한 뒷길의 서성거림이 흔들리는 것인데 아직은과 언젠가 사이에 놓인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고 있다 아직은 살아 있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품고 있는 눈물 한 방울 삼십 년 은행나무 하늘을 머리에 이고 땅 밑 송수관을 뿌리로 감싼 죄로 한나절 지나 사라졌다 아직은 과 언젠가 그 넓은 공터에 PS 2023 겨울호

[210] 가능하면 다냐

[양해원의 말글 탐험] [210] 가능하면 다냐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23.12.15. 03:00 올 것이 왔다. 승강기 한 달 공사. 통로 하나뿐인 아파트라 꼼짝없이 18층까지 걸어 다녀야 한다. 여덟 계단 내려가 뒤로 돌고, 또 여덟 계단 내려가 돌고. 차라리 오를 때는 헉헉대느라 어지러워할 겨를이 없다. 그래 봐야 몇 분, 남들은 마라톤도 하는데. 앙상한 종아리며 허벅지가 공짜 헬스장 삼으란다. 그래, 이참에 너희를 우람하게 키워주마. 가능할까? ‘중재 요청하면 원만한 해결이 가능하다’ ‘세금 정보를 환히 공개할 때 부패 감시가 가능하다’…. ‘불가능은 없다’를 증명하고픈지 ‘가능(可能)’이란 말 참 흔히 쓴다.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 ‘부패를 감시할 수 있다’ 하면 자연스러울 텐데. ‘..

[119] 사랑과 용서

[이동규의 두줄칼럼] [119] 사랑과 용서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3.12.15. 03:00 강한 사람들은 복수한다 더 강한 사람들은 용서한다 “용서란 때론 누구를 단죄하는 것만큼이나 오만한 일이다.” 얼마 전 인기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다. 사랑보다 어려운 게 용서다. 용서에서 ‘서(恕)’는 ‘여(如)’와 ‘심(心)’이 합친 글자로 상대와 같은 마음이 된다는 뜻이다. 동양에선 인간 수양의 최고 단계로 ‘서(恕)’를 꼽는다. 그러나 은인은 잊어도 원수는 절대 못 잊는 게 사람이라 복수 혈전에 열광한다. 물론 응징은 때론 중요한 저항과 교정 수단이 된다. 그러나 길게 보면 상처 준 그들을 잡고 있는 것보다 놓아주는 것이 오롯이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진실을 사랑하고 실수를 용서하라..

올곧은 선비의 모델 최수성

출세보다 지조 “바람에 휩쓸리는 낙엽처럼 살 건가” 중앙일보 입력 2023.12.15 00:29 올곧은 선비의 모델 최수성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사 인물로 그리움의 대상이 된 자들은 대개 세속적 성공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당대 최고의 권력자로 또는 부귀영화로 일세를 호령했을지언정 기억의 세계에서는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역사는 어떤 사람을 그리워하고 기억하는가. 원정(猿亭) 최수성(崔壽峸·1487~1521)은 그 자신의 독특한 행보로 이목을 끌었지만 가족사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함축하는 인물이다. 우선 그는 ‘매질구명(賣姪求名)’이라는 고사를 탄생시킨 주연으로 숙부 최세절(1479~1535)이 그를 팔아 출세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가족 관계와..

카테고리 없음 2023.12.15

조광조, 정말 ‘走肖爲王’ 나뭇잎 때문에 죽었을까

조광조, 정말 ‘走肖爲王’ 나뭇잎 때문에 죽었을까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12.12. 00:00업데이트 2023.12.12. 00:46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4년 전 가을 서울 교보빌딩 광화문글판엔 ‘나뭇잎이/벌레 먹어서 예쁘다/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별처럼 아름답다’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생진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 따온 문구였습니다. 그런데 벌레가 나뭇잎에 글씨까지 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조선 중종 때 젊은 개혁정치가 조광조(趙光祖·1482~1520)는 기묘사화로 사약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발단이 벌레가 나뭇잎에 쓴 글씨 때문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

[170] 감취비농 (甘脆肥濃)

[정민의 세설신어] [170] 감취비농 (甘脆肥濃)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2.08.07. 23:31 송대 마단림(馬端臨)이 말했다. "우리의 도는 괴로운 뒤에 즐겁고, 중생은 즐거운 후에 괴롭다."(吾道苦而後樂, 衆生樂而後苦) 묵자(墨子)가 말했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하고자 하는 바를 얻는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하기 싫은 것을 면한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爲其所難者, 必得其所欲. 未聞爲其所欲, 而能免其所惡者也) 간결한 말 속에 통찰이 빛난다. 고통 끝에 얻은 기쁨이라야 오래간다. 좋은 것만 하려 들면 나쁜 것이 찾아온다. 괴롭고 나서 즐거운 것은 운동이 그렇고, 학문이 그렇다. 처음엔 몸이 따라주지 않고, 공부가 버겁다. 피나는 노력이 쌓여야 안 되는 게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