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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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열에 아홉 ‘가족사진’ 찍은 적 없어… 카메라 앞에선 마법이 일어나죠

소년범 열에 아홉 ‘가족사진’ 찍은 적 없어… 카메라 앞에선 마법이 일어나죠 [김윤덕이 만난 사람]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종훈 양종훈 사진가는 자비를 들여 제주·서울·안양소년원 세 곳에 소년원을 찾아 가족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몇 년이 지나면 틀림없이 이 아이들이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탈바꿈할 것, 사진 한 장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김윤덕 기자 입력 2024.03.11. 03:00업데이트 2024.03.11. 06:42 작년부터 제주 서울 안양소년원에서 아이들의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양종훈 상명대 교수. 국내 손꼽히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그는 고향인 제주를 베이스캠프로 장수사진, 참전용사 사진, 제주해녀 사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179] 불출악성 (不出惡聲)

[정민의 세설신어] [179] 불출악성 (不出惡聲)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2.10.09. 23:30 연암 박지원이 안의현감으로 있을 때 윤광석(尹光碩)은 이웃 고을 함양 군수였다. 자주 왕래하며 친하게 지냈다. 윤광석이 선대의 문집을 간행하면서 연암의 선조를 잘못된 사실로 모독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뒤늦게 이 일을 안 연암의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윤광석은 자기가 직접 한 일이 아니며, 미처 살피지 못해 일어난 일이니 당장 판을 헐어 새로 찍겠다고 연암에게 사과했다. 막상 딴 데 가서는, 내용이 좋다고 연암이 칭찬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저런다며 힐난했다. 윤광석은 한술 더 떠 지금도 둘 사이가 전처럼 좋고 술자리에서 단란한 정을 나누며 지낸다며 떠들고 다녔다. 연암은 부들부들 치를 떨었..

땅에게 바침

땅에게 바침 당신은 나의 바닥이었습니다 내가 이카루스의 꿈을 꾸고 있던 평생 동안 당신은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온몸을 굳게 누이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고개를 숙이니 당신이 보입니다 바닥이 보입니다 보잘 것 없는 내 눈물이 바닥에 떨어질 때에도 당신은 안개꽃처럼 웃음 지었던 것을 없던 날개를 버리고 나니 당신이 보입니다 바닥의 힘으로 당신은 나를 살게 하였던 것을 쓰러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폭포의 꿈

폭포의 꿈 나는 폭포를 사랑해 아니 나는 폭포와 같은 사랑을 사랑해 저 단호한 번지 점프 차갑고 정갈한 저 얼굴을 어떻게 일획의 붓으로 하얗게 그리고 말겠어 당신은 꿈으로 웃고 있는데 한 줄기 바람이 와르르 늦은 봄날의 벚꽃 잎으로 화폭을 채우네 손길이 닿지 않는 어드메 쯤에서 나는 다시 당신을 그리네 하늘과 맞닿은 고향을 찾아 거슬러 오르는 수 만 마리의 열목어가 이룩하는 용오름 속에 나는 선녀의 옷을 감춘 나무꾼을 그려 넣네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폭포는 하늘을 향해 가는 사다리 나는 폭포를 사랑하네 아니 나는 아무도 모르는 폭포의 꿈을 사랑하네

안부 (2021.12) 2024.03.11

내 유전자 조작해 만든 ‘완벽한 연인’과 사랑하게 될 수도

내 유전자 조작해 만든 ‘완벽한 연인’과 사랑하게 될 수도 중앙선데이 입력 2019.07.27 00:02 업데이트 2019.07.27 16:01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김대식의 ‘미래 Big Questions’ 사랑의 미래는? 조르조 데 키리코, ‘헥토르와 안드로마케’. “눈물의 씨앗”이라고 누군가 노래했던 ‘사랑’. 노래에서만이 아니다. 전설, 신화, 문학, 예술 … 먼 미래에 만약 외계인이 (또는 지구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있을 인공지능이) ‘고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연구한다면, 반드시 질문할 듯하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목숨을 바치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10년간 전쟁을 했다는 걸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분석하고 정의 내리려 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사..

김대식의 과학 2024.03.08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해변에서 ​ 박유빈 ​ ​눈이 간지러워서 해변으로 갔다 화창한 날씨 눈부신 바다 환한 사람들 수평선만큼 기복 없는 해변의 감정 너무 밝다 ​ 해변을 산책하던 나는 반짝이는 모래알 사이에서 보았다 그것은 눈알 실금 없이 깨끗한 눈알 바다에서 떠밀려온 유리병도 아니었고 피서객이 흘리고 간 유리구슬도 아니었다 파도가 칠 때마다 움찔거리는 그것은 오점 없이 깨끗한 눈알 ​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햇살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제 화창하지 않다 내가 만든 그늘서 눈알은 부릅뜨기 좋은 상태 그러나 내 뒤로 사람들이 지나갈 때 눈알은 움찔거렸다 ​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해초처럼 누워서 왔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유언일지도 모르고 ​ 그때 배운 것 같다 사랑..

예법에 맞선 정약용 집안 여인들

“나는 아들이 없습니다…” 다산 뒤흔든 형수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2024.03.08 00:30 예법에 맞선 정약용 집안 여인들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아주버니여, 나를 살려주시오. 아주버니여, 나를 불쌍히 여기시오. 나를 돕지는 못할망정 어찌 차마 나에게 그러십니까. 자산(玆山)은 아들이 있으나 나는 아들이 없습니다. 나야 비록 아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청상과부인 며느리는 아들이 없으니, 청상의 애절한 슬픔에 예가 무슨 소용이겠소. 예에는 없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데려오겠소.”(叔兮活我. 叔兮矜我. 雖不助我, 胡寧忍我. 玆山有子, 我則無子. 我雖有子, 孀婦無子. 情之絶悲, 禮於何有. 禮雖亡矣, 我則取之.) 형수의 편지를 받은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천 마디 만 마..

카테고리 없음 2024.03.08

사막의 꿈

사막의 꿈 어느 사람은 낙타를 타고 지나갔고 순례자는 기도를 남기고 사라져 갔다 그때마다 화염을 숨기고 뜨거워졌다가 밤이면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별빛으로 얼음 속에 가슴을 숨겼다 나에게 머무르지 않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침묵과 고요 속에서 태어난 바람으로 지우며 육신의 덧없음을 일깨우곤 했다 오늘도 낙타의 행렬과 순례자들이 덧없이 지나갔지만 나는 꿈을 꾼다 그 사람이 오고 백년 만에 비가 내리고 백년 만에 내 몸에서 피어나는 꽃을 어쩌지 못한다 안녕이라는 꽃말을 가진 사람

안부 (2021.12) 2024.03.07

사후에 재평가된 율곡 이이

[뉴스 속의 한국사] 백성 부담 줄이려 '공납'을 쌀로 받자… 30년 뒤 실현 입력 : 2024.03.07 03:30 사후에 재평가된 율곡 이이 ▲ 우리나라 5000원권 지폐 앞면에 실린 ‘율곡 이이’ 초상화. 화가 김은호가 1965년 그렸어요. /한국은행 지난달 14일 파주시와 해군이 조선 시대 인물인 '율곡 이이'를 함께 기리자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해요. 두 단체와 율곡 이이는 어떤 접점이 있을까요? 대한민국 해군의 두 번째 국산 이지스함 이름이 바로 '율곡이이함'이에요. 임진왜란을 내다보고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 율곡 이이의 정신을 해군이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이름 붙였다고 해요. 또 경기 파주는 율곡 이이의 아버지 본가가 있는 곳이에요. 이이의 호인 '율곡'도 아버지 본가의 마을 이름..

구례 화엄사

사진대회에 영화제에… 놀러가는 사찰로 바꾼 주인공 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김한수 기자 입력 2024.03.06. 03:00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이 각황전 옆의 홍매화 가지를 가리키고 있다. 화엄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마련해 방문객이 찾아오는 사찰로 각광받고 있다. /김한수 기자 “화엄사 홍매화는 항상 저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향기와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는 고마움을 전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간단한 음악제와 사진 콘테스트를 기획했는데, 마침 코로나 때여서 그런지 국민들이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각황전 옆 홍매화 가지마다 고운 꽃망울이 맺히던 지난주,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만난 주지 덕문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화엄사는 오는 9일..

문화평론 2024.03.07

어머니를 걸어 은행나무에 닿다

어머니를 걸어 은행나무에 닿다 구백 걸음 걸어 멈추는 곳 은행나무 줄지어 푸른 잎 틔어내고 한여름 폭포처럼 매미 울음 쏟아내고 가을 깊어가자 냄새나는 눈물방울들과 쓸어도 쓸어도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편지를 가슴에서 뜯어내더니 한 차례 눈 내리고 고요해진 뼈를 드러낸 은행나무 길 구백 걸음 오가는 사람 띄엄띄엄 밤길을 걸어 오늘은 찹쌀떡 두 개 주머니에 넣고 저 혼자 껌벅거리는 신호등 앞에 선다 배워도 모자라는 공부 때문에 지은 죄가 많아 때로는 무량하게 기대고 싶어 구백 걸음 걸어 가닿는 곳 떡 하나는 내가 먹고 너 배고프지 하며 먹다 만 떡 내밀 때 그예 목이 메어 냉수 한 사발 들이켜고 마는 나에게는 학교이며 고해소이며 절간인 나의 어머니

소박한 개별자

소박한 개별자 글: 정병근 (시인) 나호열 시인은 1986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후 올해로 시력 38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20여 권의 시집을 상재하면서 쉼 없는 시 인생을 노정하고 있다. 그와 나는 중랑천을 사이에 둔 이웃이다. 나는 노원구에 살고 그는 도봉구에 산다. 우리는 가끔 만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중랑천을 산책한다. 그는 만날 때마다 당신이 살아온 세월만큼 다채롭고 재미있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군대 이야기에서부터 전국의 지리와 인물에 대한 촌평에 더하여 지역별 부동산 시세까지 꿰뚫는 탁견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물 반 물고기 반 시절의 낭만이 그립기도 하다. 나호열 시인의 시를 한 마디로 가벼이 말하는 것은 누가 될 듯하다. 칠순에 이른 인생의 깊이와..

“오늘 너를 무죄로 석방한다”

“오늘 너를 무죄로 석방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4.03.07 00:32 업데이트 2024.03.07 01:55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박석무 다산학자, 우석대 석좌교수 1797년 음력 윤 6월 2일 다산 정약용은 황해도 곡산(谷山) 도호부사로 임명되었다. 생애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목민관 생활, 조선이라는 나라로서는 참으로 역사적인 날이자 『목민심서』라는 위대한 고전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1799년 음 4월 24일 부사직을 마치고 내직으로 들어오기까지의 1년 11여개월 간의 목민관 생활은 다산에게 『목민심서』를 저술할 경험과 지혜를 제공하는 결정적인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곡산 목민관으로 부임한 다산 맨 먼저 억울한 백성 석방부터 관 횡포 항의 주동자 무죄 판결 “형벌 두려워 ..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난 봄꽃의 향연을 찾아 길 위에 오르며 …

[나무편지]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난 봄꽃의 향연을 찾아 길 위에 오르며 … ★ 1,221번째 《나무편지》 ★ 삼월, 새 봄의 첫 편지입니다. ‘봄’이라는 절기가 달력의 숫자로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아직 겨울 옷을 채 내려놓지 못한 이 즈음이라면 무엇에서라도 봄의 기미를 끌어당기고 싶은 게 긴 겨울을 보낸 사람의 성마름이지 싶습니다. 삼월의 일정표는 벌써 숨가쁘게 채워져 있습니다. 대학의 강의도 시작해야 하고, 봄꽃 마중도 떠나야 하며, 나무가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를 기다리는 분들도 찾아뵈어야 합니다. 수두룩하게 들어찬 삼월 달력입니다. 봄이니까요. 삼월의 첫 월요일을 큰 설렘으로 맞이합니다. 남녘에서는 매화의 개화 소식이 달려옵니다. 주말에는 광양 매화마을에서 매화잔치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지난 해와 ..

'명품'으로 출발한 솔올미술관, 강릉 '문화력' 시험대에 올려놨다

'명품'으로 출발한 솔올미술관, 강릉 '문화력' 시험대에 올려놨다 중앙일보 입력 2024.03.04 16:51 업데이트 2024.03.04 17:29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이은주 기자 구독 2월 14일 개관한 솔올미술관. 마이어 파트너스에서 설계를 맡았다. [사진 솔올미술관] 솔올미술관 2층에서 내다보이는 강릉 시내 풍경. [사진 솔올미술관] 루치오 폰타나의 설치 작품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를 위한 네온 구조'. [사진 솔올미술관] 미국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89)와 이탈리아 미술가 루치오 폰타나(1899~1968). 건축과 미술에 한 획을 그은 두 해외 거장이 국내 예술 애호가들을 지금 강릉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개관한 강릉의 새로운 공공미술관 '솔올미술관'. 지난 3·1절 연휴에 3..

문화평론 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