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낡은, 혹은 구두 고흐의 낡은, 혹은 구두 고흐의 <구두>라는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암스테르담이 생각난다.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운하들, 그 사이를 떠다니는 작은 유람선들, 안개 자욱한 유람선에 늙은 한 쌍의 남녀가 램프 불에 서로의 얼굴을 비추어보고 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한 사람이 웃으면 같이 웃고,..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9.01.01
해돋이 해돋이 다시는 아침에 눈 뜨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간절하게 아침이 오지 않기를 기도 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어도 예쁜 악마같이 해는 솟아오른다 눈을 가린다고 햇빛을 막을 수 없고 저녁과 새벽 다음에는 어김없이 아침이 온다 어느 사람은 바다에서 어느 사람은 높은 산정에서 불끈 솟구치..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01.01
무정한 세상 무정한 세상 권채운 보여 주시죠. 나는 의자에 미동도 없이 앉아서 심사위원들을 무구한 눈길로 바라본다. 내 눈길 저 편에는 궁금해서 몸살이 나는 청중이 있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갑자기 청중 속에서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 지른다. 나는 미동도 않는다. 이봐요 김성택 씨, 연기를 하라니.. 산문 읽기(소설과 수필) 2009.01.01
잼 잼 ․ 전 예 숙 ․ 소설가 지원은 의자에 앉자마자 컴퓨터부터 켠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자 판매 상담원 어플리케이션 화면이 물결무늬 춤을 추며 열린다. 지원은 화면 상단 우측에 자신의 이름과 내선번호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깊은 숨을 내쉰다. 백여 명의 상담원들 중에서 가장 .. 산문 읽기(소설과 수필) 2009.01.01
청기와 암자 청기와 암자 김경 그믐날 밤이다. 어둠은 하늘만 분간하기 어려울 뿐, 경내는 그 어느 대낮보다 더 밝다. 요사채의 방문이 열리면서 황색 행자복 차림의 여행자(女行者)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소리 없이 배롱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줄줄이 대웅전을 향한다.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좁장한 계단은 금세 황.. 산문 읽기(소설과 수필) 2009.01.01
한 해의 위로 - 어느 학생의 편지 안녕하세요, 교수님, 한학기동안, 교수님 강의를 열심히 들었던 환경응용화학부 05학번 김다영 입니다. 철학사상의 이해라는 과목이, 학부 마지막 학기에, 의미있는 수업을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수강정정기간에 수강신청 했던 과목인데,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여느 전공과목보다, 더 유익하고 즐거운..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08.12.30
알곤퀸 파크 Algonquin Park 알곤퀸 파크 Algonquin Park 나 호 열 알곤퀸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세시간 쯤 걸리는 곳에 있는 자연공원이다. 서울 면적의 서너 배쯤 되는 넓이에 이천 오백 개가 넘는 크고 작은 호수와 삼 백 마리의 늑대, 이 천 마리의 검은 곰과 무스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곳을 설명한다는 것.. 길 따라바람따라(여행기) 2008.12.27
시와 산문의 경계 시와 산문의 경계 우리가 글을 쓰면서 무심코 지나가는 상식적인 생각중의 하나가 시와 산문의 구별이다. 글의 길고 짧음을 구별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고, 시와 산문의 기능적 요소를 놓고 가름을 하기도 하며 다루고 있는 주제의 복합성 여부로 시와 산문을 나누기도 한다. 시의 요소가 언어의 압..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8.12.26
선과 마그리트 선 禪과 마그리트 Rene Magritte 이 승 훈 (시인, 한양대 교수) 1. 그림 속에 그림이 있다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는 1898년 11월 21일 벨기에 출생의 초현실주의 화가로 1967년 타계한다. 대체로 이런 글을 쓸 때는 나도 그렇지만 많은 필자들이 출생년도만 밝히지 이렇게 태어난 달까지 밝히지는 않는다. 그렇.. 철학 강의실 2008.12.26
외물(外物) 외물(外物) "질그릇을 내기로 걸고 활을 쏘면 잘 쏠 수 있지만, 허리띠의 은고리를 내기로 걸고 활을 쏘면 마음이 흔들리고, 황금을 걸고 활을 쏘면 눈앞이 가물가물하게 되느니라. 그 재주는 마찬가지인데 연연해 하는 바가 생기게 되면 외물(外物)을 중히 여기게 되니, 외물을 중히 여기는 자는 속마..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08.12.24
그 길 구 백 걸음 걸어 멈추는 곳 은행나무 줄지어 푸른 잎 틔어내고 한 여름 폭포처럼 매미 울음 쏟아내고 가을 깊어가자 냄새나는 눈물 방울들과 쓸어도 쓸어도 살아온 날 보다 더 많은 편지를 가슴에서 뜯어내더니 한 차례 눈 내리고 고요해진 뼈를 드러낸 은행나무 길 구 백 걸음 오가는 사람 띄엄한 밤..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8.12.24
시쓰기와 사진찍기 사진작가 박흥순은 풍경 사진을 찍고자 하는 이들에게 "풍경은 많이 간 사람에게 좋은 풍경을 보여준다." "자주 마음의 문을 열고 자연을 볼 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과 마음을 통하지 않은 채 쓰여지는 시는 공허한 말놀음이다.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08.12.23
순간을 포착하다 순간을 포착하다 나 호 열 12월호의 원고를 받아드니, 마침 김기택의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옵니다. 달포 전, 문학회 행사에서 그를 만나고 저녁을 함께 하고 이런저런 한 두 시간을 같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며칠 후 회기 역에서 우연히 또 한 번 그를 만났었는데, 지금 막 두메산골 어디메쯤..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8.12.23
옆 집 옆 집 벽에 가로 막히고 기둥으로 숨겨진 숫자로만 문을 여는 아득하게 은하계 저 건너편 먼 옆집도 있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주인 몰래 들어가 낮잠도 자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은은하게 가슴을 맞댈 수 있는 그런 먼 옆집도 있다 멀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등을 맞대지 않고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옆..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8.12.22
[생물학에서 생각하는 진화와 우연] [생물학에서 생각하는 진화와 우연] 현재와 동일한 생명의 역사는 재현될 수 없어 정민걸 공주대·생태유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루키포스(Leucippus)는 “아무것도 우연히(random) 일어나지 않고 모든 것은 이유와 필요가 있어서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행운이나 우연이 매일 일어나.. 철학 강의실 2008.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