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백 걸음 걸어 멈추는 곳
은행나무 줄지어 푸른 잎 틔어내고
한 여름 폭포처럼 매미 울음 쏟아내고
가을 깊어가자 냄새나는 눈물 방울들과
쓸어도 쓸어도 살아온 날 보다 더 많은
편지를 가슴에서 뜯어내더니
한 차례 눈 내리고 고요해진 뼈를 드러낸
은행나무 길 구 백 걸음
오가는 사람 띄엄한 밤길을 걸어
오늘은 찹살 떡 두 개 주머니에 넣고
저 혼자 껌벅거리는 신호등 앞에 선다
배워도 모자라는 공부 때문에
지은 죄가 많아
때로는 무량하게 기대고 싶어
구 백 걸음 걸어 가닿는 곳
떡 하나는 내가 먹고
너 배고프지 하며 먹다 만 떡 내밀 때
그에 목이 매어 냉수 한 사발 들이키고마는
나에게는 학교이며
고해소이며 절간인 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