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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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방바닥에서 찾은 우주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3] 방바닥에서 찾은 우주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입력 2023.06.23. 03:00   집은 누군가의 우주가 시작되는 곳이다. 집에서 수집되는 감각은 온전히 ‘나다움’을 만드는 기억이 된다. 집 안엔 거창하거나 특별하기보다 사소하고 일상적이어서 의미 있다고 여기기 어려운 순간이 쌓인다.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 창문을 열 때 밀려드는 바람 냄새, 사각거리는 이불의 촉감. 하루도 같은 날은 없지만 다름을 알아채기 어려운 시간이 오늘도 집에 흐른다.전장연, 주워온 밤(Night Square, 2019)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 일상의 기억은 지금의 나를 만든 출발점이며, 먼 훗날 어쩌면 사무치게 그리워할지 모르는 오늘에 대한 비망록이다. 전장연(1982~)은..

21년만에 다시 달리는 교외선 (1)

기형도 시 읊고 강산에 노래하던… ‘청춘의 해방구’로 기차가 떠난다[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5-01-09 09:11 원릉역에서 일영역 구간을 시험 운행 중인 교외선 열차. 교외선은 양방향 열차가 하나의 선로를 이용하는 단선구간이다. 단선의 철로를 전철이 아닌 디젤기관차가 달린다. 오래전 교외선 열차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겠다는 배려 같지만, 단선 선로 유지나 디젤기관차 투입 등은 순전히 경제성 측면의 선택이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의정부 ~ 고양… 21년만에 다시 달리는 교외선 (1)1979년 유신체제 몰락 대혼란기, 백마역 철로변에 들어선 주점 ‘화사랑’신촌역서 가는 낭만의 문화살롱… 2015년 폐업뒤 우상호 등 단골들 ‘복원’의기투합4월 재개장… 김지하 육필 원고·80여권 방명록·..

경북 안동 병산서원(屛山書院)

[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2번 등재…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았죠병산서원유석재 기자기획·구성=윤상진 기자입력 2025.01.09. 00:50  최근 KBS 드라마 제작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 병산서원(屛山書院) 건물 일곱 군데에 무단으로 못질을 해 경찰에 고발됐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제작진은 당초 훼손 현장을 목격하고 항의하는 사람에게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으니 괜찮다’고 했는데, 촬영을 허가받았을 뿐 못질까지 허가받은 것은 아니었어요.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경북 안동에 있는 병산서원 전경. 병산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으로도 평가받아요. /병산서원 병산서원은 ‘..

유물과의 대화 2025.01.09

동아일보 2025 신충문예 중편소설 당선작

[신춘문예 100주년/중편소설 당선작]남아있는 사람입력2025.01.01. 오전 1:43 김준현일러스트레이션 갈승은 atg1012@donga.com 《‘너’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으며 ‘나’는 그걸 부고가 아닌 SNS 추모 계정 표시를 통해 알게 되었다.죽기 직전의 마지막 말까지 거짓이라는 건 슬픈 일이다.‘너’한테 진심이라는 게 있긴 있었니.‘나’는 늘 좋아요, 만 누르던 ‘너’의 게시물에 첫 댓글을 남긴다.》남아있는 사람 ‘나’는 두 달 전 서울에서 내려온 ‘너’의 연락을 받는다. 직전의 만남 때 별다른 말도 없었고 데면데면하게 굴었던 ‘너’였기에 반가우면서도 그 연락이 낯설다. ‘근교 촌캉스’를 검색해서 밀양의 한 독채 펜션을 찾아낸 ‘나’는 ‘너’와 거기서 만나기로 한다. 밀양에서 만난 ‘너’는 ..

동아일보 2025 신춘문예 당선시

[신춘문예 100주년]시가 되는것들은 기쁨과 멀어, 그런데도 시를 쓰는건 ‘기쁨’동아일보업데이트 2025-01-01 02:222025년 1월 1일 02시 22분 시● 당선소감크게보기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장희수 씨기쁘지만 겁도 난다면 배부른 소릴까요. 그래도 배고픈 것보단 나은 거겠죠? 당선 소식에 광막해지는 기분입니다. 이제부턴 네 글을 읽는 게 누군지 모를 수도 있어,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 이제가 지금이고요. 99.99%의 확률로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무나 붙잡고 말해볼 겁니다. 읽어줘서 고마워요. 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한때는 천재로 불리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어요. 일필휘지, 촌철살인, 영감과 미문. 근데 따라 해 봐도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2024. 서울 지역학 페스타의 의미와 성과

2024. 서울 지역학 페스타의 의미와 성과 나호열 (도봉학연구소장)   도봉문화원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문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의 향토 사료 발굴과 전승에 머물렀던 문화원의 역할을 탈피하고 지역의 유, 무형의 문화자산을 아카이빙(archiving), 즉 체계적으로 보관함으로써 향후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렇게 아카이빙 구축과 생활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대 간의 소통과 문화 향유의 통로를 넓히는 지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체계가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도봉문화원은 부설기관으로 도봉학연구소를 개설하여 교수, 학술활동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활동가 등 유능한 여러 분야의 연구위원들을 초빙하여 매년 학술지 『도봉학..

문화평론 2025.01.07

'칼럼계 아이돌' 김영민 교수, 이번엔 '중국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

'칼럼계 아이돌' 김영민 교수, 이번엔 '중국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중앙일보입력 2021.02.17 16:12 업데이트 2021.02.18 23:36『중국정치사상사』를 쓴 김영민 서울대 교수. 14일 오후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지난해 에세이집 『공부란 무엇인가』를 통해 '공부란 무엇인가?'를 물었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이번엔 '중국이란 무엇인가?'라는 새 질문을 들고 돌아왔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국의 정치사상의 방대한 역사를 다룬 학술서 『중국정치사상사』(사회평론아카데미)를 펴냈다. 중국 사료뿐 아니라 한국, 일본, 서양 학계의 다양한 문헌을 넘나들며 중국 정치사상의 긴 흐름을 포착한 학술서다. 책은 총 900여쪽, 이 중 말미에 첨부한 주석..

김영민 칼럼 2025.01.07

[209] 세심방환(洗心防患)

[정민의 세설신어] [209] 세심방환(洗心防患)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5.07. 23:06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갑과 을의 논란이 전에 없이 뜨겁다. 늘 있어온 일인데 갑들의 잇단 안하무인 격 폭력과 횡포가 드러나면서 이참에 제대로 공론화가 될 모양이다. 힘센 갑이 약한 을 위에 군림하며 함부로 굴어온 관행이 빚은 결과다. 함께 건너가는 공생의 파트너를 천한 아랫것 다루듯 하니, 돈 버는 문제 이전에 인간적 모멸을 견딜 수가 없다. 천민 자본주의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명나라 때 설선(薛瑄)은 '종정명언(從政名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낮은 백성이 억울한데도 그 억울함이 풀리지 않는 것은 윗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위를 지닌 자는 절대로 번거롭고 싫은 일을 마다하면..

친칠라취급주의 - 이상하

친칠라취급주의 - 이상하[2025 신춘문예]문화일보입력 2025-01-02 09:20업데이트 2025-01-02 10:13■ 2025 신춘문예 - 소설“누니가 하은이를 힘들게 한대”현서에게 들은 하은 씨는 제게 그런 사람이었어요. 아무 말이나 쉽게 뱉는 사람.현서는 하은 씨를 사랑으로 견디며 달래는 사람.“가만 보면 임여진, 너도 하은이랑 비슷한 데가 있어”현서가 재간이 좋거든요. 자주 가출했던 현서는 항상 거부할 수 없는 말로 저를 찾았죠.현관문을 열기 전부터 그만두어야겠다고 이미 다짐했는지도 몰라요. 오늘 낮에 지인으로부터 친칠라에 대한 말을 들어서겠죠. 하은 씨라고, 과장님께 말한 적은 없을 거예요. 하은 씨와 마주했던 두 시간 남짓을 되짚어보며 저는 집 현관문 앞에 섰습니다. 도어록 번호를 누르고..

202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구인〉 광명기업 / 김용희

202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구인〉 광명기업 / 김용희박숙인 2025. 1. 4. 17:35     〈구인〉 광명기업                김용희  외국인 친구를 사귀려면 여기로 와요 압둘, 쿤, 표씨투 친해지면 각자의 신에게 기도해줄 거예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글로벌 회사랍니다 요즘은 각자도생이라지만 도는 멀고 생은 가까운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해요 매운맛 짠맛 단맛 모두 준비되어 있어요 성실한 태양 아래 정직한 땀을 흘려봐요 투자에 실패해 실성한 사람 하나쯤 알고 있지 않나요? 압둘, 땀 흘리고 먹는 점심은 맛있지? 압둘이 얘기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입맛이 없어요 농담도 잘하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봐요 쿤과 표씨투가 싱긋 웃습니다    서서히   표정을 잃게 되어도..

초고령사회 첫해, '이기적 결정' 하라는 원로 제안

[태평로] 초고령사회 첫해, '이기적 결정' 하라는 원로 제안연명의료 등록자는 큰 폭 증가존엄하고 아름다운 마무리 위해장례 등 스스로 결정할 일 많아"나를 위한 결정, 가족·사회에 좋아"김민철 기자입력 2025.01.01. 00:10업데이트 2025.01.01. 01:27  2023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삼성동 강남힐링센터에서 참석자들이 웰다잉 특강 도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을 배우고 있다. /오종찬 기자지난해 봄 고향에 내려가니 팔순이 넘은 부모님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했다고 알려주셨다. 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참여했는지 궁금했다. 자주 가는 마을회관, 게이트볼장에서 편안한 임종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퍼진 모양이었다. 자식들에게 알리는 것도 상담 과정에서 교육..

오 헨리 '마지막 잎새'에서 얻는 식물 지식 몇 가지

오 헨리 '마지막 잎새'에서 얻는 식물 지식 몇 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5.01.07. 00:05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는 내용 소개가 필요할까 싶지만 간단히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난한 화가 존시는 폐렴에 걸려 삶의 희망을 잃고 창밖으로 보이는 담쟁이덩굴 잎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존시는 남은 담쟁이 잎을 셉니다.마지막 한 잎이 남은 밤, 북풍이 사납게 몰아쳤지만 다음 날도 그 잎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본 존시는 다시 삶의 의욕이 생겨 병이 낫지만 아래층에 사는 늙은 화가가 폐렴으로 죽습니다. 그 마지막 한 잎은 존시의 이야기를 들은 늙은 화가가 밤새 몰래 그려놓은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