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 無何有之鄕 세월에 말뚝을 박으면서 얼음 속에 깊이 박혀있는 불꽃을 보거나 공허속에 가득찬 적막을 끌어안으며 여기까지 왔다 더럽혀질까 흐르는 물에 씻고 또 씻고 뼈 드러나도록 바람에 말리웠던 한마디 말은또 흔적이 없다 구름은 훌쩍 저 산을 넘어가고 있고문이 닫힌 길 위에 나는 서 있다 1993.. 칼과 집 1993 2011.07.15
춘천 가는 길 춘천 가는 길 / 나호열 속으로 울음 감추고서 울음 꼬옥 껴안고서 약속도 없이 천천히 걸어가는 거라고 떠밀리는 대로 등 내어주며 쉬임 없이 무엇이 될 거라고 큰 일을 할거라고 중얼중얼 흘러가다가 불끈 고개 치켜들고 오던 길 되짚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물살 헤치며 태어난 곳 찾아가는 가쁜 ..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7.15
여행길 2 / 나호열 여행길 2 / 나호열 가난은 대개 큰 길에서 벗어나 있다. 가난은 항상 그래 왔다, 평범한 여행자는 간선도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오늘날 그는 각 州로 연결된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는 30년대의 웨일즈 지방을 묘사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마을들이 즐비한 팬실배니아 계곡에 들르지 않는다. 그는 열..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7.15
여행길 1 / 나호열 여행길 1 / 나호열 그 가족은 에어컨, 자동 핸들, 자동 브레이크가 장치된 연분홍색 차를 타고 포장이 엉망이고 쓰레기, 남루한 건물, 벌써 오래 전에 땅 밑에 설치했어야 할 전봇대 등에 의해 더러워진 도시를 통과하여 피크닉을 떠난다. 그들은 상업광고에 의해 대부분 풍경이 가려진 시골을 통과한다..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7.15
자서 自序 / 나호열 지난 세월의 흔적을 모아놓고 보니 남루일 뿐이다. 눈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깨버리는 도공들의 형 형한 눈빛을 그리워하며 다시 하나의 약속을 한다. 조용히 적막 앞에 무릎 꿇기로, 함부로 말을 버리지 않 기로 한다. 아직도 떫거나 시다. 더 벌을 서야 한다. 1999년 초겨울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1.07.15
발간 시집 목록 1989 『담쟁이 넝쿨은 무엇을 향하는가』도서출판 청맥 1990 사진 시집『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도서출판 예진 (비매품; 1000부 한정판) 1991 『망각은 하얗다』도서출판 예진 1992 3인 시집 (나호열, 이재호, 최준)『집에 관한 명상 또는 길찾기』소담출판사 1994 『칼과 집』시와시학사 1999 『우리는 서.. 나의 시집 목록 2011.07.15
마지막 잎새 마지막 잎새 / 나호열 아름다운 추락을 생각하고 있었다 가장 우아한 자세로 우울의 깊이를 짚으며 마지막 한 순간 강하고 단호한 바람과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완벽한 죽음을 위해 연습은 허용되지 않았다 망각은 하얗다 1991 2011.07.14
사진적 기억의 문학적 재현 사진적 기억의 문학적 재현 오강석 ■TV드라마와 기억 상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TV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다수 있었을 것이다. 키워드는 ‘기억상실’이다. 한국의 TV드라마에서 기억상실증은 이제 하나의 트랜드trend가 되어버린 듯하다. 드라마 작가나 제작진들이 매스.. 문화평론 2011.07.14
호박밭의 파수꾼 호박밭의 파수꾼 김나정 호박은 햇빛과 물, 흙으로 몸을 살찌운다. 며칠 째 비가 안 왔다. 깔쭉깔쭉한 호박잎 가장자리는 축 쳐졌다. 흙덩이는 푸슬푸슬 부셔졌다. 이규는 손바닥을 털고 1.5ℓ페트병 두 개를 들고 텃밭 옆에 마련된 인공 연못으로 향했다. 폭이 1미터쯤 되는 연못은 화강암으로 둘러쳐.. 산문 읽기(소설과 수필) 2011.07.14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어, 지금이 내 인생 '9월의 이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어, 지금이 내 인생 '9월의 이틀'" 초등학교 교사하다가 환갑 넘어 도보여행가 된 황안나(71)씨 40년간 아이 가르치다 '나' 위한 삶 찾아 퇴직 지리산 종주이어 국토 종주 도보여행 맛들여 한반도 해안일주까지걷다 보면 '아름다운 세상' 몸으로 느낄 수 있어 그해 내 나이 쉰여덟, 199..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11.07.14
소쉬르의 언어학 [불교와 지성] 11.소쉬르 Saussure 불교 영향 관계 중심의 사유 새 지평 열어 언어 너머에 있는 무의식 구조 통찰 당대 최고의 산스크리스트어 전문가 이도흠 ( 한양대 국문과 교수) “언어는 사회적 규칙의 총체” 가르쳐 서양은 그리스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실체 중심의 사유를 해 왔다. 반면에 .. 시창작 도움자료 2011.07.14
어제 한 일 어제 한 일 창문을 활짝 열고 방안으로 빗소리를 들여 놓았어 할 말은 많았는데 무심히 지나가버린 청춘처럼 빈 노트 위에 유성이 되어 떨어지는 빗소리 오늘은 하루종일 그 소리를 지우고 있는데 음각으로 돋아오르는 새들의 이 무수한 발자국들은 또 뭐지?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1.07.14
조선실학의 이해 Ⅰ 조선실학의 이해 Ⅰ 나호열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Ⅰ. 실학의 의미 實學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용어이다. 실제적으로 유용한 학문, 즉 實用主義로 받아들이거나 조선 중기 이후 새롭게 정립된 학문으로 받아들이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실학은 보통명사로 쓰여질 수 있.. 철학 강의실 2011.07.02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적 문학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적 문학 정유화(계간 <<시와 산문>> 편집위원)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우리 사회는 스피드를 위한 스피드의 삶을 경영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다른 사람보다 빨리 끝내는 것이 하나의 미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니 미덕을 넘어 자기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 시창작 도움자료 2011.07.02
시와 소설-무용가에게 영감을 주는 마르지 않는 샘 시와 소설-무용가에게 영감을 주는 마르지 않는 샘 이 근 수(경희대 교수, 무용평론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민간에 전해지는 전설, 감동적인 음악이나 그림 등이 모두 무용작품의 창작에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문학작품만치 지속적으로 안무가들에게 춤의 소재를 제공해 온 예술분야도 흔.. 문화평론 2011.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