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분류 전체보기 6363

사회주의·자본주의 양쪽 경험이 예술적 자산

사회주의·자본주의 양쪽 경험이 예술적 자산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자獨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 인터뷰황지윤 기자입력 2024.12.04. 00:37업데이트 2024.12.04. 07:39     독일 베를린에 사는 예니 에르펜베크가 책이 빼곡한 그의 서재에 섰다. 소설 ‘카이로스’는 한스와 카타리나의 뒤틀린 관계를 보여주며 베를린 장벽 붕괴 전후 독일을 비춘다. 에르펜베크는 “모든 관계는 서로 다른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그 관계의 대가로 자기 자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녀가 그를 향해 말했다. 벌써 문을 닫았네요. 그가 그녀에게 대답했다. 커피 한잔할까요? 그녀가 말했다. 네. 그게 전부였다. 모든 것이 마치 정해진 것처럼 그렇게 되었다. 1986년 7월 1..

‘다산의 일기장’(김영사)

팩트만 나열한 '청년 다산'의 일기… 훗날 사용할 알리바이 증명이었다정민 한양대 교수 '다산의 일기장' 출간김광진 기자입력 2024.12.04. 00:38                                            3일 간담회에서 저서 ‘다산의 일기장’을 설명하는 정민 한양대 교수. /뉴스1 ‘지엄한 교지를 받고 금정찰방에 제수되었다. 오후 3시쯤 출발해서, 가는 길에 우상 채제공에게 들러 절을 올렸다. 청파에 이르러 이 판서(이가환)와 만나 작별하였다. 20리를 가서 승방점에서 묵었다.’ 다산 정약용이 기록한 ‘금정일록’의 1795년 7월 26일 내용이다.고전학자 정민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주석을 붙여 완역한 ‘다산의 일기장’(김영사)을 출간했다. 1795년(정조 19년) 천주교..

예송 논쟁

[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상복 두고 싸운 '소모적 정쟁'일까… 조선 정치철학 논쟁이기도예송 논쟁유석재 기자기획·구성=윤상진 기자입력 2024.12.05. 00:30    정치권에서 국정과 별 상관없는 문제를 둘러싸고 치고받는 싸움을 할 때마다 언론에서 나오곤 하는 말이 있죠. “21세기판 ‘예송(禮訟) 논쟁’이다!”국민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송 논쟁이나 하고 있느냐는 말부터, 사실 예송 논쟁은 예법 문제를 빌미로 벌인 당파 간의 지배권 싸움이라는 해석까지 여러 말들이 나옵니다. 모두 예송 논쟁이 ‘민생과 무관하게 쓸데없는 걸 가지고 벌였던 정쟁’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그랬을까요? 아니, 예송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조선의 예법을 상징하는 건물인 서울 종로구 ..

유물과의 대화 2024.12.06

해상 케이블카에 가려졌다, 당신이 놓친 ‘이순신 보물섬’(고하도)(

쉴 땐 뭐하지 호모 트레커스해상 케이블카에 가려졌다, 당신이 놓친 ‘이순신 보물섬’카드 발행 일시2024.12.03에디터김영주충무공 이순신의 숨결이 살아 있는 목포 고하도 길을 걸었다. 우뚝 솟은 유달산(228m) 아래 있어 고하도(高下島)라 했다는데, 이충무공의 난중일기엔 보화도(寶和島)로 기록돼 있다. 명량대첩(1597년)에서 승리했지만, 사실상 폐허가 된 조선수군은 이곳에서 그해 겨울을 견디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목포 앞바다에서 영산강으로 흘러가는 내만(內灣) 입구에 있는 따뜻한 섬이라 배를 짓고 군량미를 보충하기에 좋았다. 이순신에겐 보물 같은 섬이었을 것이다.                                  유달산 위를 지나는 목포해상케이블카. 유달산과 고하도를 오간다. 김영주 기자고..

카테고리 없음 2024.12.03

가만히 다가오는 것들

가만히 다가오는 것들 꽃 피는 순간을 보려다 설핏 잠들었을 때 기척도 없이 내 몸을 감싸는 어둠처럼얼굴에 내려앉는 시간의 발자국처럼가만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어느날 예고도 없이 떨어져나간 문고리처럼그렇게 슬픔으로가만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내게 남은 꿈은 꿈꾸지 않는 일이다한 번도 만나지 못한 당신과 이별하듯가만히 다가오는 것들은 나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자명종이다 * 시와 사람 2024 겨울호

100년 만에 이어진 한반도 등줄기

100년 만에 이어진 한반도 등줄기… 강릉서 부산까지 기차타고 만나는 ‘동해안 비경’[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11-28 09:03업데이트 2024-11-28 10:40오는 12월 31일 개통하는 동해선 철도의 모습. 터널이 워낙 많아서 동해를 바라보며 달리는 구간이 기대보다 길지는 않지만 7번 국도보다 바다에서 더 바짝 붙어 달리는 낭만적인 구간도 있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동해선’ 따라 바다기행삼척~포항 166.3㎞ 구간 연결16년 공사끝 동해선 전체 완공차로 이동할 때보다 75분 단축교통오지 포구들 새로운 전기올 12월31일 열차 개통일 결정교통체증 걱정없이 해맞이 가능북적이는 강원 일출 명소 대신무인역 인근 바다서 감상 추천삼척역엔 오전만 여는 ‘번개시장’오징어·아귀 등 겨울 ..

시는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작업이다.

🌹시는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작업이다. 이생진  90세가 넘은 나이로 내 문학 인생을 되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은 단순히 시를 쓰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고,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는 80년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시를 썼고 시집을 출간하며 삶을 이해하려 해 보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는 더 이상 나를 얽매는 것들에게서 자유롭고 싶었다. 나의 시는 더 이상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우는 작업이었다. 피카소처럼 나도 내 안에 쌓여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했다.  나에게 있어 시는 늘 나의 일부였다. 내 삶의 한 조각이자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창구였다. 시를 쓰는 행위는 나..

부친은 매독에 몸 썩어갔다, 그 아들이 그린 ‘섬뜩한 누드’

부친은 매독에 몸 썩어갔다, 그 아들이 그린 ‘섬뜩한 누드’카드 발행 일시2024.11.29에디터선희연절단된 신체와 뒤틀린 근육, 적나라하게 노출된 성기.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1890~1918)의 그림은 왜 이토록 기괴할까요. 책『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다산초당)을 쓴 윤현희(53) 작가는 “그림보다 화가에 주목하라”고 말합니다. 화가가 삶에서 느낀 좌절과 시련, 상처와 결핍이 그림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는 이야기죠.윤 작가는 “화가들의 삶 속에, 내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줄 단서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화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길래 빛나는 작품을 만들어 냈을까요. 우린 어떤 단서를 찾아서 일상으로 가져와야 할까요.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2)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2)  ★ 1,262번째 《나무편지》 ★   주말에 기온이 오르면서 길 위에 쌓였더 눈이 녹아내리자 그 아래에는 수북히 쌓여있던 낙엽이 드러났습니다. 폭설 아래 낙엽! 이런 일은 정말 처음입니다. 폭설로 쏟아진 주중의 눈은 단풍잎, 아니 아직 채 초록인 나뭇잎 위에 쌓였습니다. 날씨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사상 최초’ ‘역대급’ 등의 수식어는 이제 그냥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지금 이 《나무편지》를 보시는 시간에, 나는 일본을 대표하는 식물학자인 마키노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마키노 식물원〉의 나무들을 살펴보고 있을 겁니다. 어제 일본 시코쿠에 왔습니다. 일본 나무 답사는 목요일인..

오대산 선재善財길

오대산 선재善財길  어디에 닿을지 뻔히 알면서도길을 묻는다어느 사람은 비로毘盧로 가는 중이라고 했고어느 사람은 내세來世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혼자 걸으면 나에게 던지는 질문의 목소리를 벗할 수 있고여럿이 걸으면 푸른 하늘이 팔랑거리는 빨랫줄처럼출렁거리는 손길을 마주잡을 수 있다무심하게 지나치는 전나무들도저히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냇물이이십 리 길인데선지식善知識을 멀리 찾는 어리석음으로 이미 저녁이다어느 사람은 오르는 길이 마땅하다 하고어느 사람은 내려가는 길이 가볍다 하였다 아무렴 어때!오대산 선재길은내가 만든내 마음의 길

김동일의 《 새벽이 오는 소리》

새벽이 오는 소리             김동일 나지막 속삭이듯아버지 마당 쓰는 싸리비질 소리 샘물 긷는 어머니물독을 채우는 소리 듬성듬성교회당 종소리산 등성이 넘어오고 아버지 어머니맞절구질보리방아 찧는다 우리는 쉽사리 옛것을 버리고 잊어버린다. 전 인구의 7할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나라에서 마당도, 우물도, 방아도 쓸모 없는 것이 디어 버렸다. 아침 저녁이면 울리던 교회 종소리도 민원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이 시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버린 농촌의 풍경을 되새김질 하게 한다. 쓸 것도 없는데 아버지는 마다을 쓸고 어머니는 우물가로 물 길러 나간다. 읍내는 멀어도 교회 종소리는 맑고, 한 끼를 넘어가기 위해  아버지 어머니는 디딜방아로 향한다.이 모든 일들이 닭아 울기 전 새벽이 부지런함을 일깨운다.

집단 포기에 기자도 놀랐다, 스님과 신부님 ‘독특한 산행’

쉴 땐 뭐하지 호모 트레커스집단 포기에 기자도 놀랐다, 스님과 신부님 ‘독특한 산행’카드 발행 일시2024.11.26에디터김영주강원도 정선군엔 독특한 걷기 동호회가 있다. 스님과 신부님, 목사님이 뭉쳐 함께 걷는 ‘님과 함께’ 옛길걷기 모임이다. 첫 모임은 2년 전, 정선읍의 어느 짬뽕집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정선을 대표하는 절인 정암사 천웅 주지스님과 당시 정선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일하던 조원행(50) 신부가 “같이 정선의 옛길을 걸어 보자”고 한 게 발단이다. 여기에 스님과 신부를 따르는 ‘신도’가 따르면서 걷기모임은 어느덧 50~60명이 됐다. 님과 함께는 한 달에 한 번, 정선을 비롯한 강원도의 길을 걷는다. 총무를 맡는 권혜경씨는 “정선에 사는 사람들이 주축이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살아있는 장례식’ 연 김언희 “예술가는 두 번 죽는다”

‘살아있는 장례식’ 연 김언희 “예술가는 두 번 죽는다”중앙일보입력 2024.11.25 00:01위성욱 기자 지난 23일 진주 와인바 사건의 장소에서 김언희 시인(가운데 뒷모습)과 후배 시인들이 이야기고 있다. 김 시인은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위성욱 기자지난 23일 오후 3시 경남 진주 경상대학교 인근 와인바에서 ‘살아 있는 장례식’이 열렸다.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뒤 『트렁크』라는 파격적인 시집을 내놓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김언희(71) 시인이 성윤석·조말선 등 후배 시인들 몇 명에게 ‘작별인사’를 하겠다고 연락해 만들어진 자리였다.일흔이 넘은 김 시인은 최근 의사로부터 ‘심장 박동기’를 달지 않으면 위험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받았다. 온화한 걸음걸이..

(202) 금불급고(今不及古)

[정민의 세설신어] (202) 금불급고(今不及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3.20. 03:05     근세 홍콩의 저명한 서화 수장가 진인도(陳仁濤·1906~1968)가 쓴 '금궤논화(金匱論畵)'를 읽었다. 지금 그림이 옛것만 못한 원인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그림에서 지금이 옛날에 미치지 못하는(今不及古) 것은 무엇 때문인가? 옛사람은 생활이 간소하고 질박해서 먹고살 도리를 구해야 하는 급박함이나 세상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일생토록 기예를 익혀, 오랜 뒤에는 절로 신묘한 조화를 두루 갖추게 된다. 지금 사람은 물질의 유혹에 빠져 생활에 아등바등한다. 입고 먹는 것을 다만 그림에만 의지한다. 조잡한 작품을 마구 그려 대량 생산하거나, 이름난 거장의 그림을 따라 익혀..

[15] 매실이 익을 무렵 콩국수를 먹지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15] 매실이 익을 무렵 콩국수를 먹지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7.10. 23:50업데이트 2024.07.11. 07:54  후드득 소리에귀도 새콤해지네매실 비ふるおと みみ なるうめ あめ降音や耳もすふ成梅の雨푹푹 찌는가 싶더니 요즘은 날마다 비 소식이다. 장마에 들었다. 장마는 비를 뜻하는 옛 우리말 ‘맣’이 길 장(長)을 만나 생긴 말이다. 과연 비가 길게도 내린다. 습한 공기가 대기에 꽉 차 수영장 물속을 걷듯이 축축하고 묵직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숲길을 걷다 보니 발밑 여기저기 초록색 열매가 떨어져 있다. 매실이다. 그렇구나. 장마철은 매화나무에서 매실이 익어서 떨어지는 계절이구나.일본에서는 장마를 매실 매(梅)에 비 우(雨)를 붙여 ‘梅雨(쓰유)’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