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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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3, 끝)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3, 끝)  ★ 1,264번째 《나무편지》 ★   아직 세상 하수상하여도 지금은 ‘아침’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이어온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의 남은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죽음의 고비를 간신히 넘어서서 살아남아, 마침내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되기까지의 긴 이야기는 지난 번 《나무편지》에서 두 차례로 나누어 말씀드렸습니다. 충분하달 수는 없어도 대강의 흐름은 알 수 있으셨을 겁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으면 따로 말씀해 주세요. 제가 아는 한, 혹은 더 알아볼 게 있다면 더 알아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 나무를 돌아볼 때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한 사람 이야기를 전해드리면서 셋으로 나누어 전해드린 〈안동..

‘웃는 고래’ 상괭이 보러 가자…완도 개머리길, 행운의 절벽

쉴 땐 뭐하지 호모 트레커스‘웃는 고래’ 상괭이 보러 가자…완도 개머리길, 행운의 절벽카드 발행 일시2023.12.19에디터김영주‘겨울에 걷기 좋은 섬길’ 글 싣는 순서남쪽 바다에 떠 있는 섬은 12월에도 여전히 푸르다. 겨울에 걷기 좋은 섬길 3곳을 소개한다.① 한겨울 동백 터널, 통영 우도 둘레길② ‘웃는 고래’ 상괭이 찾아, 완도 개머리길 ③ 절해고도 섬길, 여수 초도 상산봉                           지난 15일, 전남 완도 개머리길을 걷고 있는 진호춘 완도수목원장. 김영주 기자지난 15일, ‘웃는 고래’ 상괭이를 찾아 전남 완도로 갔다. 실제로 완도읍 망남리 개머리곶에서 상괭이를 만났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해안가 끝에 서서 숨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괭이를 볼 수 있었..

제주 관비 전락 아내 묘역에 엄동설한 송백의 기상이

제주 관비 전락 아내 묘역에 엄동설한 송백의 기상이중앙일보입력 2024.12.13 00:36업데이트 2024.12.13 09:35국가폭력에 희생된 황사영의 가족이숙인 동양철학자·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아, 황사영(黃嗣永)은 어떤 사나운 기운에서 나온 종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악한 무리에 빠져 강상 윤리를 끊어버렸습니다. 1장의 백서(帛書)에 흉악한 역심(逆心)을 써 댄 것은 실로 고금에 없던 변고입니다.” (『일성록』 순조 1년 10월 13일)눈먼 권력 수천 명 박해천주교도 황사영은 ‘신유박해(辛酉迫害)’(1801)의 실상을 국외에 알리어 교황과 중국 황제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밀서가 문제가 되어 서소문 밖에서 능지처사를 당한 인물이다. 가로 62㎝, 세로 38㎝의 흰 명주에 붓글씨로 깨알같이 쓴 1만33..

카테고리 없음 2024.12.13

달팽이

달팽이       나호열한때는 달팽이를 비웃은 그런 날들이 있었지세상은 핑글거리며 돌아가고 있는데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겠나 하고집 속에 틀어박혀 공상이나 일삼는 철학자처럼머리 속 황무지를 개간하는 노동이 무슨 필요 있느냐고그러나 어느 날 자급자족 되지 않는 세상에 찬 바람 불어밥 굶고 신문지 이불 삼아 노숙하는 사람이 나임을 알았을 때발 부르트도록 걸어왔던 그 길이 신기루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비록 구부리고 토끼잠을 잘지언정 달팽이 네가 부러웠다집은 갈수록 멀어지고 겨울은 끝내 떠나가지 않을 듯 싶었다- 시집 《낙타에 관한 질문》 2004 이 시는 비웃음과 부러워함이라는 대립적 정서의 마주침에 의하여 전개된다. '나'는 '달팽이'를 비웃고 또 부러워한다. 비웃는 까닭은 첫째 '달팽이'가 ..

[236] 우리는 지금 어디 해당할까

[양해원의 말글 탐험] [236] 우리는 지금 어디 해당할까 양해원 글지기 대표입력 2024.12.05. 23:54    “매일 배구 중계방송을 보는 편인데, 여자 배구만이 가진 아기자기함이 있어 흥미롭다.” 어느 영화배우가 여자 배구 깎아내리는 말을 했다고 비판받자 사과했단다. ‘아기자기’ 때문이라는데. 사전을 보니 ‘여러 가지가 오밀조밀(솜씨나 재간이 매우 정교하고 세밀함) 어울려 예쁜 모양’ ‘잔재미가 있고 즐거운 모양’이라나. 왜 문제인지 잘 모르겠으니 통과! 이어지는 기사에서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발언이 성차별적이고 여자 배구를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해당(該當) 발언? ‘무엇에 관계되는 것. 어떤 범위나 조건 따위에 바로 들어맞음’이 ‘해당’이니 어색하기 짝이 없..

[61] 산방산으로 가는 배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1] 산방산으로 가는 배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입력 2023.05.19. 03:00  오래전 전시 일을 시작했을 즈음에 나를 기획자로 초대한 미술관과 운영 방식을 두고 설왕설래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전시장 내에서 관람객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그런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작품을 찍는 것만으로 타인의 예술 작품을 훔치는 것이라는 미술관 주장과 작품을 찍는 것은 전시를 향유하는 방식의 하나이니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내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금은 어떤가. 전시장 내 ‘사진 촬영 가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요는 작품을 찍는 것만으로 작품이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멋진 건물을 찍은 사진은 작품이 될 수 있을..

[204] 고보자봉(故步自封)

[정민의 세설신어] [204] 고보자봉(故步自封)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4.02. 23:12   청말 양계초(梁啓超)가 '애국론(愛國論)'에서 말했다. "부인네들이 십년간 전족(纏足)을 하다 보니 묶은 것을 풀어주어도 오히려 다닐 수가 없다. 그래서 예전 걸음으로 스스로를 얽어매고 만다." 옛 걸음으로 스스로를 묶는다는 고보자봉(故步自封)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어릴 때부터 여자 아이의 발을 꽁꽁 동여매 발의 성장을 막는다. 성장하면서 발등의 뼈가 휘어 기형이 된다. 전족은 근대 중국의 낙후성을 나타내는 한 상징이었다. 뒤에 여성을 압제에서 해방한다면서 전족을 풀게 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미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발을 꽁꽁 싸맨 천을 풀자 지지해줄 것이 없어 통증만..

실제로 있지 않은 것을 기대하는 ‘실패자’의 운명

실제로 있지 않은 것을 기대하는 ‘실패자’의 운명중앙일보입력 2024.12.03 00:37소설 『스토너』 - 어떤 인문학자의 초상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논문을 양산하기 위해 부심하는 일, 연구비 수주에 전전긍긍하는 일, 대학 랭킹에 민감한 일, 행정 보직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일, 학술기관 회원이 되어 보조금을 타는 일, 정계에 진출하는 일, (준)연예인이 되는 일. 이런 일들이 그 자체로 나쁜 일은 아니지만, 인문학 교수가 하는 특징적인 일은 아니다. 당신이 경험한 한국의 인문학 교수들은 주로 저런 일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혹시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어떤 유형의 인문학자를 만나보지 못한 것이다.세상과 불화하며 성공·인기 무심사라진 전형적 인문학자상 조명인문학 핵심은 삶에 대한 에로스그 에로..

김영민 칼럼 2024.12.12

오늘에 생각해 보는 맹자의 ‘방벌’과 다산의 ‘탕론’

오늘에 생각해 보는 맹자의 ‘방벌’과 다산의 ‘탕론’중앙일보입력 2024.12.12 00:20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동양사회는 고대부터 인의(人義)를 숭상하던 세상이었다. 그래서 지도자는 인의의 정치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의 주인인 백성들이 일어나 지도자를 쫓아내거나 쳐부수는 수밖에 없었다. 맹자의 방벌론(放伐論)은 그런 정치철학에 근본을 둔 민본사상이었다. 그래서 탕왕(湯王, 은나라 초대왕)과 무왕(武王, 주나라 초대왕)이 걸(桀, 하나라 폭군)과 주(紂, 은나라 폭군)를 방벌(폭군을 쫓아냄)했던 것을 정당한 주권(主權)의 행사로 여겼던 맹자를 공자에 버금가는 아성(亞聖)으로 여기는 이유였다.지도자는 인의의 정치를 해야맹자의 철학 더 발전시킨 다산천자도 민중 협의로 교..

[69] 스케일링 법칙의 종말?

[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69] 스케일링 법칙의 종말?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입력 2024.12.02. 23:54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생성형 인공지능에는 ‘스케일링 법칙’이라는 게 있다. 사실 ‘법칙’이 아닌 알고리즘 자체의 개선보다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 규모, 그리고 거대 언어 모델의 변수 개수가 성능 향상에 훨씬 큰 영향을 준다는 경험을 통한 ‘관찰’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겠다.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법칙’이다. 단순히 더 많은 부품을 사용한다 해서 더 좋은 자동차나 비행기가 갑자기 등장하지는 않는다. 더 좋은 기계가 나오려면 더 뛰어난 설계와 방식이 당연히 필요하겠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만은 다르다. 알고리즘과 구조가 거의 같지만, 모델을 키우기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김대식의 과학 2024.12.10

뽑히고 떠돈지 113년… 깎이고 부서진 뒤에야… 탑의 귀향이 허락되다

뽑히고 떠돈지 113년… 깎이고 부서진 뒤에야… 탑의 귀향이 허락되다[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12-05 09:36업데이트 2024-12-05 14:08강원 원주 부론면의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안에 세워진 지광국사탑. 창으로 환한 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자리에 11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탑이 서 있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애처로워 더 마음가는 남한강변 ‘폐사지’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일제때 무단반출 뒤 9곳 전전거북이 등으로 짊어진 탑비비누 다루듯 조각한 솜씨 압권비워진 아름다움 절정 거돈사지중앙엔 잘 생긴 삼층석탑 우뚝이제야 발굴 시작한 흥법사지탑비는 대장간서 쓰다 산산조각고려 3대 사찰 여주 고달사지용이 친친 감은 승탑 화려해가는 길이 예쁜 충주 청룡사지강변·오솔길 초록융단 깔린..

유물과의 대화 2024.12.10

[17] 유유히 마음 가는 대로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17] 유유히 마음 가는 대로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8.07. 23:50업데이트 2024.08.26. 15:40  대자로 누워잠이 드는 시원함쓸쓸함이여だいじ ね すず さび大の字に寝て涼しさよ淋しさよ헉헉, 더워도 너무 덥다. 밖에 나갔다가는 “여름아, 살려줘!” 소리를 지르며 집으로 달려드는 요즘이다. 들어오면 제일 먼저 냉장고를 열어 꿀꺽꿀꺽 냉수를 마신 뒤, 땀에 젖은 옷가지를 벗어던지고 찬물로 샤워한 다음, 살에 닿는 면적이 최소인 옷을 입고 까끌까끌한 이불 위에 대자로 드러눕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선풍기가 부드러운 바람을 내뿜으며 차가워진 온몸을 훑어갈 때면 그제야 찾아드는 평화. 아아, 살 것 같네.한여름, 대자로 누워 잠이 드는 시원함에는 억만금을 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오늘 개막

초미니 금동손·맹꽁이 벼루… 큐레이터들이 콕 집어낸 유물들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오늘 개막경주=허윤희 기자입력 2024.12.10. 00:32업데이트 2024.12.10. 09:13                                                 경주 월지에서 출토된 금동손. 손 길이 4.8㎝. /허윤희 기자“나는 오른손입니다. 팔에서 떨어져 나온 지는 오래되었어요. 왼손도, 몸체도, 나 말곤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부처의 금동 손바닥이 덩그러니 공중에 떠 있다. 손 길이 4.8㎝. 몸체는 어디로 갔을까. 통통한 네 손가락을 곧게 편 모양새,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손금까지 디테일한 묘사가 갖가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경주 월지에서 발견된 이 손은 꽤 오래 전시실에 진열돼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