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다가오는 것들
꽃 피는 순간을 보려다 설핏 잠들었을 때
기척도 없이 내 몸을 감싸는 어둠처럼
얼굴에 내려앉는 시간의 발자국처럼
가만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어느날 예고도 없이 떨어져나간 문고리처럼
그렇게 슬픔으로
가만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내게 남은 꿈은 꿈꾸지 않는 일이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당신과 이별하듯
가만히 다가오는 것들은
나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자명종이다
* 시와 사람 2024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