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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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사 종소리에 답함

봉선사 종소리에 답함  봄밤 아득하게 피어나 홀로 얼굴 붉히는 꽃처럼여름 한낮 울컥 울음 쏟아내고 가는 소나기처럼가을이 와서 가을이 깊어서제 몸을 스스로 벗는 나뭇잎처럼잊지 않으려고 되내이다 하얗게 삭아버린 이름한 겨울의 눈처럼 쿵과 두우웅 사이 나는 빈 찻잔에소리의 그림자를 담는다눈으로적막의 눈으로 소리를 마신다

노벨문학상 한강과 함께'올해의 작가' 된 고명환

"세상에 끌려다니지 않는 삶? 책 속에 답이 있어요"[아무튼, 주말]노벨문학상 한강과 함께'올해의 작가' 된 고명환김성윤 기자입력 2024.12.21. 00:40업데이트 2024.12.21. 06:27  개그맨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고명환은 “책은 인간이 스스로 질문하게 함으로써 인생의 답을 찾게 해준다”고 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교보문고 출판 어워즈’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건 당연했다. 하지만 한강과 나란히 뽑힌 올해의 작가가 고명환(52)씨라니. 의아한 일이었다. 여전히 그를 개그맨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고명환은 에세이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로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출간되자마자 교보·예스24 등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동해의 비경 품고 달리는 '낭만 철도' 동해선이 온다

동해의 비경 품고 달리는 '낭만 철도' 동해선이 온다[아무튼, 주말]동해선 개통으로 뜨는강릉~부산 기차 여행삼척·울진·영덕·포항=박근희 여행기자입력 2024.12.21. 00:40업데이트 2024.12.21. 12:54     1월 1일 본격 개통을 앞둔 동해선 중 안인~정동진 구간을 KTX가 달리고 있다. 동해선엔 'ITX-마음' 등이 우선 투입 예정이다. 1년 뒤 'KTX-이음'이 투입되면 강릉부터 부산까지 3시간 이내 주파가 가능해진다. / 코레일 한반도의 등줄기를 잇는 동해선 열차가 개통 초읽기에 들어갔다. 동해중부선 삼척~포항(166.3㎞) 개통으로 강릉~부전(부산)을 잇는 동해선 전 구간이 연결되면 동해의 거대한 축을 잇는 철도망이 드디어 완성된다.개통 일자가 당초 12월 31일에서 1월 1일..

젠더 갈등 드러낸 문제작웹툰 '이세계 퐁퐁남' 작가 퐁퐁

"퐁퐁남이 여혐이라고? 억울하다 말도 못하나 페미니즘 해도 너무해"[아무튼, 주말][정시행 기자의 드라이브]젠더 갈등 드러낸 문제작웹툰 '이세계 퐁퐁남' 작가 퐁퐁정시행 기자입력 2024.12.21. 00:30   '여혐' 논란으로 네이버웹툰에서 차단된 웹툰 '이세계 퐁퐁남'의 얼굴 없는 작가 퐁퐁. 그는 본지와 첫 언론 인터뷰를 갖고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가족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실명만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정치권 진영 갈등이 위험 수위를 향해 차오르던 지난가을, 마치 쌍둥이 같은 전쟁이 인터넷 만화판에서 벌어졌다. 한 짤막한 웹툰을 두고 MZ 세대가 남녀로 갈려 석 달을 싸운 것이다.상대를 없애야 내가 산다는 절박함, 너는 어느 편인지 묻는 날 선 긴장, 혐오..

문화평론 2024.12.21

염막鹽幕을 지나며

염막鹽幕을 지나며  수평선 너머 난바다가 가슴속으로 밀려들어 온 날부터 행복한 천형天刑은 시작되었다 푸르고 울렁거리는 그 말바다의 살을 발라내는 한여름이 지나고저녁노을그 불길의 그림자를허물어져 가는 창고 쪽으로 늘어뜨리자그제야 바다는 남김없이 제 몸을 화염에 던져주었다 사리로 남은 흰 꽃발이 없어도 천 리를 가고생의 행간에 슬며시 발자국을 남기는 법 염막 같은 한 사내가 수없이 되뇐 빛나는 눈물 속에는독과 약이 함께 부화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6462번 나온 '탄핵'… 도덕적 해이가 주된 이유

[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조선왕조실록에 6462번 나온 '탄핵'… 도덕적 해이가 주된 이유조선의 탄핵유석재 기자기획·구성=윤상진 기자입력 2024.12.19. 00:30업데이트 2024.12.19. 10:39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결됐어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끝날 때까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습니다.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기각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서 ..

카테고리 없음 2024.12.19

문해력, 아이보다 어른이 더 문제다

[에스프레소] 문해력, 아이보다 어른이 더 문제다합리적 근거 위에 의견 세우고 다양한 생각 이해하는 첫걸음한국은 OECD 평균 한참 아래… '요즘 애들' 학력 문제 아니다채민기 기자입력 2024.12.19. 00:08업데이트 2024.12.19. 08:17   일러스트=박상훈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무슨 뜻이냐는 아이에게 대답을 해주려다 잠시 망설였다. 그전에 부조리(不條理)가 뭐냐고 물었을 땐 아이들 보는 책에 그런 말도 나오나 싶었는데 이건 좀 헷갈렸다. 이목구비 역시 초등학교 3학년에겐 어려운 말일까. 아니면 그쯤은 이제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걸까. 스스로 사전을 펼치길 바라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다. 아이는 가르쳐준 적 없는 인터넷 검색은 자연스럽게 해도 두꺼운 종이 사전은 부담스러워한다. 뉴스에 오..

전세계 단 3점… 고종이 선물한 자개장 미국서 돌아왔다

전세계 단 3점… 고종이 선물한 자개장 미국서 돌아왔다문화일보입력 2024-12-06 11:34업데이트 2024-12-06 11:47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이 헐버트 가문이 보유해 온 3층 나전 자개장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여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진 헐버트기념사업회장, 본보에 첫 실물 공개황실서 만든 나전흑칠삼층장독립위해 헌신 헐버트에 하사1890~1900년에 만들어진듯전통과 근대 어우러진 희귀품보존상태 좋고 면무늬 등 독특“고종이 외국인에게 선물로 준 나전칠기 자개장 3점 중 하나이니 그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재작년에 헨리 아펜젤러(Henry Appenzeller·1858∼1902) 후손이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한국으로 돌아온 ‘나전흑칠삼층장(螺鈿黑漆三層欌)’과 양식이 비..

유물과의 대화 2024.12.16

“현대사 옥죈 ‘너는 어느 편이냐’… 이젠 벗어나야”

“현대사 옥죈 ‘너는 어느 편이냐’… 이젠 벗어나야”문화일보입력 2024-12-10 11:40업데이트 2024-12-10 11:48이근배 시인은 “인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를 써야 한다는 게 평생의 화두였다”며 “죽기 전에 마음에 꼭 드는 시 한 편을 쓰고 싶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다”고 했다. ‘월간시인’ 제공■ ‘64년 문단생활’ 육성 회고록 펴낸 이근배 시인스승으로 모신 김동리·서정주박정희를 박첨지로 부른 구상김지하 숨겨준 이종찬 등 일화“독립운동한 아버지가 평생 힘지금도 소설로 신춘문예 꿈꿔”그는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다.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7관왕. 1961년부터 1964년까지 시조, 동시, 시 분야에서 이룬 일이다. 그 사이에 문화공보부 신인예술상 3번을 받은 것까..

“시를 통해 위로천사 역할 할 수 있어서 감사”

“시를 통해 위로천사 역할 할 수 있어서 감사”문화일보입력 2024-11-22 11:39업데이트 2024-11-22 11:52이해인 수녀는 “60년을 수도자로 살며 시인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심부름 천사 역할을 한 스스로가 대견스럽다”고 했다. 이해인 수녀 SNS■ 수도원 입회 60주년 기념… 콘서트 주인공 이해인 수녀“입회전부터 언니와 신앙 편지환속않고 평생 수도자로 살아거기다 글도 쓰니 스스로 대견모두 향기 가득한 삶 살아가길” 이해인 수녀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언제나 그 여운이 길다. 밝은 목소리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빠른 어조로 활기차게 말하는 편이다. 대화 도중 자주 웃음을 터트려 듣는 이의 가슴에 환한 기운을 불어넣는다.알려진 것처럼 그는 지난 2..

[18] 무덤가 마을에 살고 있어요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18] 무덤가 마을에 살고 있어요 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8.29. 00:01   곁에서 파리쫓는 것도 오늘이마지막인가寝(ね)すがたの蠅追(はえお)ふもけふがかぎり哉(かな)잇사(一茶·1763~1828)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있다. 숨을 헐떡이며 오늘인가, 내일인가, 이 세상과 이별할 날을 겸허히 기다리는 아버지 곁에서 손으로 휘휘 파리를 쫓으며 이 시를 썼다.아무리 맛있는 것을 가져와도 먹지 못하고,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보고 들을 기운이 없는 병든 아버지에게 자식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는 파리를 쫓는 일뿐. 그조차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아버지 임종 일기’에 낱낱이 적혀 있다. 한 달여간 아버지를 간병하며 기록한 작별 일기다. ..

[205] 오괴오합(五乖五合)

[정민의 세설신어] [205] 오괴오합(五乖五合)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4.09. 23:15   조희룡(趙熙龍·1789~1866)이 '한와헌제화잡존(漢瓦軒題畵雜存)'에 쓴 짧은 글이다. '어제도 할 수 없고 오늘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삼가 마음이 열리는 길한 날을 가려 선생의 축수를 위해 바칠까 합니다. 난 하나 바위 하나 그리기가 별 따기보다 어렵군요. 참담하게 애를 써 보았으나 허망함을 느낍니다. 비록 아직 못 그리긴 했지만 그린 것과 다름없습니다.'부탁받은 그림을 그리긴 해야겠는데, 붓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화가의 그림이나 글씨가 붓과 종이만 주면 공장에서 물건 찍듯 나오는 줄 알면 오산이다.당나라 때 서예가 손과정(孫過庭)은 '서보(書譜)'에서 글씨가 뜻대로 될..

최장수 공연예술단체동춘서커스 100년

동춘서커스 100년… 곡예사는 오늘도 천막 극장 허공으로 몸을 던진다[아무튼, 주말]최장수 공연예술단체동춘서커스 100년대부도=박돈규 기자입력 2024.12.14. 00:40업데이트 2024.12.15. 06:30    동춘서커스 천막 극장 안에서 가장 고난도 묘기 '생사륜'이 펼쳐지고 있다. 커다란 두 바퀴가 돌기 시작했고 두 곡예사가 안으로 들어갔다. 빠르게 움직이는 바퀴 안에서 구르기부터 바퀴 밖을 달리며 재주를 넘기까지 아슬아슬했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커스에 대한 추억이나 호기심이 있다면 경기 안산시 대부도로 갈 일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시화방조제를 건널 때 왼쪽으로 시화호가, 오른쪽으로 서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시화호 안에는 상상 속 거인처럼 송전탑이 줄지어 서 있다. 썰물 때라 바다..

서 있는 사내 1

서 있는 사내 1  고령에서 가야 넘어가는 고갯길에 그가 서 있다. 절벽 같은 뒷모습을 남긴 채 저 아래 아득한 세상으로 투신이라도 할 듯이 잠시 망설이는 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모른다.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릴 듯도 한데 간신히 지탱해온 몸이 와르르 무너질지도 모를 일 그러나 아직도 저 차가운 돌의 미소 속에는 용암이 들끓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안다. 날개가 떨어져 나가고 비록 남루 한 벌로 세상을 지나왔지만 이 쑥굴헝이 되어버린 맹지에 버리고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버리지는 않았다. 무너져 내릴지언정 굴신하지 못하는 탑이라는 이름의 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