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7] 문을 열고 폴짝 나오는 생명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3.14. 03:00업데이트 2024.03.27. 10:23 뒤돌아보니내 발을 밟고 가는개구리로다見返[みかえ]るや我[わ]が足[あし]ふんでゆく蛙[かえる] 대지의 문이 열렸다. 봄기운을 느낀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온다. 긴긴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 한 마리가 비몽사몽 뛰어가다가 연못가에 선 인간의 발을 밟고 간다. 양말에 구두를 신었다면 개구리에게 발이 밟혀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게다를 신은 맨발의 발등이라 폴짝 뛴 탄성이 잘 느껴졌으리라. 바야흐로 경칩의 촉감. 뒤돌아보고서야 존재를 깨닫는 시선도 경쾌하다. 에도시대 시인 신토쿠(信徳, 1633~1698)의 하이쿠다.문을 열고 나오는 건 개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