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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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동무

산행, 길동무 배성희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북한산 자락의 대동문에 등산객들의 움직이는 창밖 풍경이 보일 때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종종 산행에 나서곤 했다.어릴 적엔 산은 내게 생소한 단어였지만 중년의 문턱에서 연인을 그리워하듯 늘 허기진 모습으로 산을 사모하는 여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늘 정장만을 고집하고 주름 진 옷이나 땀에 젖은 옷은 상상도 못 할 만큼 깔끔했던나였다. 첫 산행할 때 입었던 헐렁한 등산복은 무거웠던 삶의 짐을 벗어 놓은 듯 편안하고 좋았다. 사춘기 소녀처럼 폴짝폴짝 뛰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느긋한 산 여인이 되게 했다.사람에게 깊은 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연을 동경하는 나의 사고思考는 아마도 어릴 적 학교 사택에서 ..

대설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48] 대설 문태준 시인입력 2024.12.09. 00:07업데이트 2024.12.09. 00:57   일러스트=양진경대설 소나무우산살이 부러졌다전봇대로 나앉아 잔뜩 움츠린 직박구리가 오석 같다목동처럼 저녁이 와서 흩어진 어둠을 불러 모으는데감나무 가지에 간신히 몸을 얹은 박새 고갯짓이 조급하다굴뚝새는 물수제비뜨듯 집집으로 가물가물 멀어져 가고 포롱, 포롱, 포롱…참새, 멧새, 딱새, 곤줄배기도 부산하다 -김영삼(1959-) 한 그루 소나무는 먼발치에선 둥글게 펼친 우산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소나무의 가지가, 비유하자면 우산의 우산살이 대설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뚝, 부러졌다. 나뭇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큰 눈이니 나무에 깃들어 있던 새들의 움직임이 부..

공부할 시 2024.12.10

어느날 오른손이 브로콜리로 변한 남자

어느날 오른손이 브로콜리로 변한 남자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12.09. 11:51업데이트 2024.12.10. 00:05   어느날 아침 갑자기 손이 브로콜리로 변해버린 남자가 있다. 이유리의 단편 ‘브로콜리 펀치’에 나오는 남자에게 일어난 일이다.브로콜리.화자가 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병원이 가자 사람들은 ‘어머 브로콜리 저거 정말 오랜만에 보네’, ‘저렇게 큼직한 브로콜리가 되다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겠는걸’이라고 한마디씩 하느라 시끄럽다. ◇결이 다른 이유리식 판타지 소설 사람의 손이 브로콜리로 변했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이유리 소설에서 이 정도는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유리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에 있는 다른 소설에선 죽은 아버지가 나무로 변신해 연애까지 하고(‘..

'혼돈의 한국' 가장 큰 문제는 교육… 타협할 줄 모르는 정치인 양산

'혼돈의 한국' 가장 큰 문제는 교육… 타협할 줄 모르는 정치인 양산[김윤덕이 만난 사람] '이미륵賞'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김윤덕 기자입력 2024.12.09. 00:12업데이트 2024.12.09. 09:18   베르너 사세 교수는 자신의 한자 이름이 ‘세상을 생각한다’는 뜻의 ‘思世(사세)’라며 웃었다. 헌책방이 많아 70년대부터 드나들었다는 인사동에서 그를 만났다. /김지호 기자반세기 한국학 연구자로 살아온 베르너 사세 함부르크대 명예교수를 만난 건 그가 올해 ‘이미륵상’ 수상자였기 때문이다. “전생에 한국인이었고, 현생은 독일로 유배온 것”이라고 했을 만큼 한국을 사랑하는 그는 69세였던 2010년 무용가 홍신자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시상식을 위해 전남 담양에서 온 사세 교수를 인사동에서 ..

문화평론 2024.12.09

한강, 노벨문학상 강연 '빛과 실'… 31년간의 작품 세계 회고

한강 "세계는 왜 폭력적인가, 왜 아름다운가… 내 모든 질문의 근원은 사랑"한강, 노벨문학상 강연 '빛과 실'… 31년간의 작품 세계 회고스톡홀름=황지윤 기자입력 2024.12.09. 00:36업데이트 2024.12.09. 13:26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이 7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 연단에 섰다.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그는 1980년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했다. 한강 소설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한강은 “망자들에게,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일어난 어떤 일도 돌이킬 수 없었다“며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 드리는 것뿐이었다”고 했다. /AP 연합뉴스“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

부족한 걸 알아야 두려움 없다…정진석 추기경의 ‘진짜 기도법’

부족한 걸 알아야 두려움 없다…정진석 추기경의 ‘진짜 기도법’카드 발행 일시2024.11.29에디터백성호백성호의 궁궁통통2세상에 문제 없는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모두의 삶에는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저는 그 문제로 인해우리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생각합니다.왜냐고요?문제를 품고서 골똘히궁리하고,궁리하고,또궁리하는 과정을 통해솔루션을 얻기 때문입니다.그게 결국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궁리하고 궁리하면통하고 통합니다.‘백성호의 궁궁통통2’에서는그런 이야기를 담습니다.#궁궁통1가톨릭은교구를 중심으로조직돼 있습니다.교구의 수장은주교입니다.주교는 아주 높은직책입니다.그런 주교보다더 높은 직책이추기경입니다.지금껏한국에서는모두네 명의 추기경이배출됐습니다.김수환 추기경과정진석 추기경,염수정 추기경과..

후생(後生)

후생(後生)저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얼굴도 없이 뼈도 없이 맹물에도 풀리면서 더러운 것이나 훔치는 생을 살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하늘만 바라보면서 고고했던 의지를 꺾은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무엇이든 맞서 싸우되 한 뼘 땅에 만족했던 우직함이 나를 쓰러뜨렸다나무는 벌거벗어도 실체가 없음의 다른 말이다 벌거벗어도 보일 것이 없으니 부끄럽지 않다 당신이 나를 가슴에 품지 않고 쓰레기통에 처넣는다 해도 잠시라도 나를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나는 휴지가 되기로 한다 나는 당당한 나무의 후생이다 당연히 나는 원래 내가 아니었다. 각색되어 태어난 후생일 뿐이다. 내 기억 속 전생은 내 기억의 회로가 미처 성장하기도 전에 세상을 등졌다.어느 땅에서도 새로운 지역에서는 우선 나를 버려야 한다. “나를 가슴에 품..

숨어서 아름다운 사람들

숨어서 아름다운 사람들 나호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잘났다고 떠드는 사람들은 많아도 스스로 자신의 모자람을 꾸짖는 사람들은 드문 세상입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는데 그 중에 반드시 배워야 할 사람이 있다( 삼인행 필유아사 三人行 必有我師)’ 는 공자의 말씀은 늘 나의 마음이 거들먹거리기 쉽고, 남을 앝보며, 스스로 위세를 가진 존재로 착각하기 쉬우므로 늘 지유조심只有操心, 자신의 마음을 낮추고 깨끗이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행동거지가 올바르지 않은 사람을 경계하고, 자신보다 덕을 갖춘 사람을 본받으려하는 마음,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 누구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자각이 널리 퍼질 때 세상은 좀 더 밝고 맑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래 전 막 대학 ..

[나무편지] 닷새 동안의 일본 큰 나무 답사 잘 다녀왔습니다만, 지금은……

[나무편지] 닷새 동안의 일본 큰 나무 답사 잘 다녀왔습니다만, 지금은……  ★ 1,262번째 《나무편지》 ★   닷새 동안의 나무 답사를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주 《나무편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일본의 대표적 식물학자인 마키노 도미타로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한 ‘마키노 식물원’을 비롯해 시코쿠 지역의 크고 아름다운 나무들을 많이 바라보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예고해드렸던 것처럼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살아온 ‘용계리 사람들’ 이야기를 전해드려야 하는데, 글 한 줄이 잘 쓰이지 않네요.   지난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답사로 미루어두었던 일들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하는 일에 분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지금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러신 것처럼 뒤숭숭한 이 땅의 사정에 온갖..

정선으로 떠난 여행

속 시끄러운 날... 케이블카 타고 설산 속으로[아무튼, 주말]초겨울 雪景 맛집정선으로 떠난 여행정선=박근희 여행기자입력 2024.12.07. 00:45업데이트 2024.12.08. 16:23   겨울 초입에 찾은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은 운해(雲海)를 이끌고 마중 나왔다. 가리왕산 케이블카 전망대에 서자 대자연이 그려낸 거대한 수묵화가 눈앞에 펼쳐졌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속 시끄러운 한 해의 끝자락, 마음의 평화를 찾아 첩첩산중으로 향한다. 헐벗고 앙상한 채로 겨울을 나는 나목을 만나러. 눈으로 뒤덮인 설산을 무념무상 걸으러. 자극적인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순백의 세상과 마주해 아이들처럼 순한 말, 순한 이야기를 나누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겨울 왕국’ ‘설경 맛집’으로 소문난 강원..

[203] 지유조심(只有操心)

[정민의 세설신어] [203] 지유조심(只有操心)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3.27. 02:44    이덕무가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말했다. "사람이 한번 세상에 나면 부귀빈천을 떠나 뜻 같지 않은 일이 열에 여덟아홉이다. 한번 움직이고 멈출 때마다 제지함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일어나, 조그만 몸뚱이 전후좌우에 얽히지 않음이 없다. 얽힌 것을 잘 운용하는 사람은 천 번 만 번 제지를 당해도 얽힌 것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얽힌 것에 끌려 다니지도 않는다. 때에 따라 굽히고 펴서 각각 꼭 알맞게 처리한다. 그리하면 얽힌 것에 다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내 화기(和氣)를 손상시키지도 않아 저절로 순경(順境) 속에서 노닐게 된다. 저 머리 깎고 산에 드는 자 중에도 괴롭게 그 제지함을 ..

[16] 어떤 울부짖음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16] 어떤 울부짖음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7.24. 23:52    대지는 지금고요히 흔들려라기름매미여だいち ゆ あぶらぜみ大地いましづかに揺れよ油蝉아침부터 맴맴, 맴맴. 드디어 나타났다, 한여름의 사랑꾼. 짝을 찾는 뜨거운 목소리에 하늘이 울리고 대기가 요동치니 그 생명의 기운으로 대지마저 흔들리는 듯하다. 모더니즘 하이쿠 시인 도미자와 가키오(富澤赤黄男, 1902~1962)의 한 수다.기름 매미는 찌르르르, 찌르르르 우는 소리가 기름 끓는 소리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과연 저 나뭇가지 위에서 뜨겁게 달군 기름에 튀김옷 튀기는 소리가 나고 있으니, 기름 매미의 애타는 구애에 애먼 사람 마음도 흔들릴 지경이다. 아니면 뜨거운 여름날이 너무 좋아 저렇게 비명을..

“난 붓다처럼 살 생각 없었다” 그 하버드생이 출가한 까닭

궁궁통통2“난 붓다처럼 살 생각 없었다” 그 하버드생이 출가한 까닭카드 발행 일시2024.12.06에디터백성호백성호의 궁궁통통2세상에 문제 없는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모두의 삶에는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저는 그 문제로 인해우리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생각합니다.왜냐고요?문제를 품고서 골똘히궁리하고,궁리하고,또궁리하는 과정을 통해솔루션을 얻기 때문입니다.그게 결국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궁리하고 궁리하면통하고 통합니다.‘백성호의 궁궁통통2’에서는그런 이야기를 담습니다.#궁궁통1환산 스님을만난 적이 있습니다.그는미국에서태어나고 자란재미교포 2세입니다.인천 용화선원에서 수행하던 시절의 환산 스님. 깨달음은 절집 안과 절집 밖의 차이가 없다. 30년간 절집에서 수행한 그는 훗날 '테오도르 ..

붓다를 만나다 2024.12.06

"빵 없으면 케이크 먹으라"… 대중 분노가 만든 가짜 뉴스죠역사 속 오해들

[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빵 없으면 케이크 먹으라"… 대중 분노가 만든 가짜 뉴스죠역사 속 오해들 정세정 장기중 역사 교사기획·구성=윤상진 기자입력 2024.12.04. 00:30     영국 화가 윌리엄 해밀턴이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1794년). 앙투아네트 왕비(흰 드레스를 입은 사람)가 단두대로 끌려가는 모습이에요. /게티이미지코리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18세기 후반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고 알려진 말인데요.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경매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와 관련이 있는 300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약 67억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1780년대 중반엔 한 프랑스 여성이 앙투아네트를 사칭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빼돌렸대요. ..

문화평론 202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