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궁통통2
“난 붓다처럼 살 생각 없었다” 그 하버드생이 출가한 까닭
카드 발행 일시2024.12.06
에디터
백성호
백성호의 궁궁통통2
세상에 문제 없는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의 삶에는
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그 문제로 인해
우리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문제를 품고서 골똘히
궁리하고,
궁리하고,
또
궁리하는 과정을 통해
솔루션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게 결국
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궁리하고 궁리하면
통하고 통합니다.
‘백성호의 궁궁통통2’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담습니다.
#궁궁통1
환산 스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미교포 2세입니다.
인천 용화선원에서 수행하던 시절의 환산 스님. 깨달음은 절집 안과 절집 밖의 차이가 없다. 30년간 절집에서 수행한 그는 훗날 '테오도르 준 박'이란 속세의 이름을 되찾아 환속했다. 중앙포토
출가의 씨앗은
10대 때
심어졌습니다.
“왜
사는 걸까.
우리는
왜 고통을 받을까.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될까.”
이런 물음들이
사춘기 시절부터
자신의 가슴을
채웠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읽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도
잊지 못합니다.
제목은 『싯다르타』였습니다.
붓다의 생애를 다룬
소설입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싯다르타가 택한
삶의 방식을
동경했습니다.
싯다르타의 생애를 다룬 헤르만 헤세의 소설이 사춘기 시절 환산 스님의 가슴에 출가의 씨앗을 심었다. 챗GPT, 백성호 기자
그때만 해도
좋아했을 뿐이지,
그렇게 살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궁궁통2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하버드대에 입학했습니다.
전공은
철학이었습니다.
아마도
사춘기 시절 올라왔던
가슴속 물음들을
풀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막상
철학과에서
공부하며
그는 실망했습니다.
“전공 커리큘럼에는
서양철학만 있었다.
그들은
이성(理性)을 강조했다.
이성과 논리로
세상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성과 논리만으로 깨달음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오히려 이성과 논리를 무너뜨릴 때 드러나는 직관이야말로 선불교에서는 깨달음의 통로라고 말한다. 챗GPT, 백성호 기자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동양적 해법이
궁금했습니다.
커리큘럼을 살펴보니까
그가 찾던 해법은
모두
종교학과에 있었습니다.
불교와 힌두교,
도교와 유교 등
동양의 철학은
모두
종교학과에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철학에서
종교학으로 옮겼습니다.
#궁궁통3
사실
그가 찾던 건
단순한
전공과목의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고의 패러다임을
깨뜨리고 싶었습니다.
철학을 선택할까, 아니면 종교를 선택할까. 환산 스님의 이 고민은 사실 손가락을 선택할까, 아니면 달을 선택할까의 문제였다. 그는 과감히 손가락을 접고 달을 향해 섰다. 챗GPT, 백성호 기자
사고의 패러다임은
일종의 공식이자,
심할 때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니까요.
“종교학과에는
내가 원하는 수업들이
다 있었다.
그곳에서는 단지
신념체계만 가르치지
않았다.
총체적 경험에 대해서
말했다.
지식으로 아는 건
진정으로 아는 게
아니니까.”
그는
신념체계를
영어로
‘Belief system’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다시 말하면
‘믿음의 공식’
같은 겁니다.
종교는 늘 아편이 될 위험이 있다.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가리키는 이론을 믿음의 공식처럼 받아들일 때 종교는 중독성 강한 아편이 된다. 배타적인 이데올로기가 된다. 챗GPT, 백성호 기자
종교를 가진
많은 사람이
믿음의 공식을
마치
진리 자체인 양
받아들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그 공식에 갇히고,
또
강하게
갇히면 갇힐수록
자신의 신앙이
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종교는
결국
이데올로기가
되고 맙니다.
#궁궁통4
모든 종교는
처음에
창시자가 있습니다.
그때는
종교가 없었습니다.
창시자의 가르침만
있었습니다.
그 가르침에
깃들어 있는
진리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창시자가 죽고,
50년, 100년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이 진리가
사라져 버릴까봐,
혹은 왜곡될까봐
겁을 냅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를 가리키는
설명서를 만들어냅니다.
진리를 풀어내는
이론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게 바로
교리(敎理)입니다.
불교는
불교 학자들이,
기독교는
신학자들이
주로
그 일을 합니다.
다시
50년, 100년, 200년의
세월이 흘러갑니다.
이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 자체보다,
눈에도 보이고
손에도 잡히는
교리를
더 좋아하게 됩니다.
그런 성향이
갈수록 강해지다 보면
교리를
진리처럼 착각하게
됩니다.
중세 때 벌어진
마녀사냥이나
종교 전쟁도
하나같이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진리가
달이라면,
교리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입니다.
종교에서 손가락은 달을 찾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달이 아니라 손가락이 주인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때가 종교가 박제가 되어가는 순간이다. 챗GPT, 백성호 기자
그런데
달과 손가락이
서로 바뀌고 마는 겁니다.
달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고,
달이 있던 자리에는
손가락이 버젓이
서 있는 겁니다.
마치
자신이 달인 것처럼
말입니다.
#궁궁통5
경주 불국사에 가면
대웅전 뜰에
석가탑이 서 있습니다.
땅에서 보면
한 칸을 쌓고,
그 위에
또 한 칸 쌓고,
그 위에
또 한 칸을 쌓아서
하늘을 향해
올라갑니다.
이게
땅에서 보는
석가탑입니다.
그런데
하늘에서 보면
달라집니다.
석가탑은
널따란 기단에서,
한 칸을 비워서 올라서고,
또 한 칸 비워서 올라서고,
또 한 칸 비워서 올라섭니다.
나중에는
탑의 꼭대기에서
자신을 모두 비우고
하늘과
하나가 됩니다.
경북 경주에 있는 불국사 석가탑. 땅에서 보는 눈과 하늘에서 보는 눈이 다르다. 쌓아서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비워서 올라갈 것인가. 중앙포토
쌓고 또 쌓아서 가는
방식은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결국 땅 위에
머물게 됩니다.
지식이나
교리를 쌓아서 가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비움의 이치를 통해서
가는 방식은
결국
달을 만나게 됩니다.
하나의 탑이지만
올라가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탑이 됩니다.
종교도
똑같습니다.
하나의 종교지만
쌓으면서
가는 사람과
비우면서
가는 사람은
종착지가 달라집니다.
하나는
땅에 머물고,
하나는
하늘로 녹아들겠지요.
이 한마디!
“지식으로 아는 건
진정으로 아는 게
아니니까.”
종교마다
수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톨릭 수도원에는
수사와 수녀가 있고,
불교의 선방에는
수좌들이 있습니다.
개신교에도
영성가로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만약
지식으로 아는 게
전부라면
종교에는
수도원도 선방도
영성가도 필요치 않습니다.
종교는
아는 것(to know)이
목적이 아니라,
되는 것(to be)이
목적입니다.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아는 것이지요.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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