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걸 알아야 두려움 없다…정진석 추기경의 ‘진짜 기도법’
카드 발행 일시2024.11.29
에디터
백성호
백성호의 궁궁통통2
세상에 문제 없는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의 삶에는
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그 문제로 인해
우리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문제를 품고서 골똘히
궁리하고,
궁리하고,
또
궁리하는 과정을 통해
솔루션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게 결국
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궁리하고 궁리하면
통하고 통합니다.
‘백성호의 궁궁통통2’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담습니다.
#궁궁통1
가톨릭은
교구를 중심으로
조직돼 있습니다.
교구의 수장은
주교입니다.
주교는 아주 높은
직책입니다.
그런 주교보다
더 높은 직책이
추기경입니다.
지금껏
한국에서는
모두
네 명의 추기경이
배출됐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입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바티칸의 교황청에서 추기경 서임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두려움이 밀려왔다고 했다. 왜 자신을 택했는지 하느님께 묻고 싶다고 했다. 중앙포토
군대에서
대령이 장성급으로
승진하며
별을 다는 걸
‘하늘의 별 따기’라고
부릅니다.
가톨릭에서
사제가
주교가 되는 일도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가톨릭 신자의 집안에서
주교가 나오면
대대손손
집안의 경사이자
자랑거리로 여길
정도입니다.
그러니
추기경이 되는 일은
오죽
대단하겠습니까.
#궁궁통2
18년 전에
교황청에서
정진석 추기경 서임을
발표했습니다.
정 추기경에게는
공식 발표 이틀 전에
교황청에서
따로
통보가 왔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정 추기경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두려웠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나의 부족함'을 깨우칠 때 기도소리가 달라진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걸 묻게 된다고 했다. 중앙포토
왜 그랬을까요.
“내가 부족한 걸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참 두려웠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저는
궁금했습니다.
앞으로도
쭉
추기경직을
맡아가야 하는데,
그 두려움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정 추기경은
이렇게
답하더군요.
“저는 먼저
하느님께 물었습니다.
제가 자격이 없는데
어떻게 저를 뽑으셨습니까.
그걸 물으며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자격이 없는 저를
선택하셨으니
이끌어주십시오.
그리고
힘도 주십시오.”
그 뒤에
추기경의 두려움은
정말
사라졌을까요?
#궁궁통3
막상
추기경이 된 후에는
어땠을까요.
처음에
예상한 것처럼
어려운 일들이
파도처럼
닥쳐 왔습니다.
그걸 하나씩
풀어가야 했습니다.
“어려운 과제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깨닫게 되더군요.
아, 이건
내 힘으로 푼 게
아니구나.
하느님께서
나를
이끌어가시는구나.
그걸
체험하게 되더군요.
그런
하느님의 신비를
느끼게 되더군요.”
제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움도
사라지셨나요?”
정 추기경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믿기보다
하느님을
더 믿게 되니까.”
명동성당 옆 추기경 집무실에서 만난 정진석 추기경은 인터뷰할 때 늘 담담한 어투로 내면의 깊은 울림을 끄집어냈다. 중앙포토
당연한 말처럼
들리시나요?
절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많은 사람이
실은
하느님(하나님)보다
자기 자신을
더 믿으니까요.
그렇지
않다고요?
그런 적
없다고요?
그렇다면
나의 기도 소리를
가만히
되짚어 보세요.
우리는
기도할 때
하느님이 원하는 걸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걸
하느님이 해주시길
바라지 않나요?
정 추기경은
달랐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부족한 걸 아니까
하느님을 더 믿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성과를 거둘 때도
교만해지지 않더군요.
오히려
내가 더 하느님의 도구가
되더군요.
그때 비로소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궁궁통4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입니다.
제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투로
풀어내는
추기경의 답변에서
저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를
보았으니까요.
그게 뭐냐고요?
전적인
위탁입니다.
하늘에 모두
맡기는 겁니다.
그다음에는
하늘의 뜻을 물으며
하늘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겁니다.
나의 뜻과 신의 뜻이 충돌할 때 누구의 뜻을 따를 것인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는 몸소 마음의 십자가를 어떻게 짊어지는지 보여주었다. 챗GPT, 백성호 기자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고요?
다들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정 추기경은
달랐습니다.
#궁궁통5
정 추기경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쓰고,
성경을 필사하고,
기도하고,
묵상했습니다.
그 시간은
그가 만든
일상의 수도원이었습니다.
그의 기도는
좀
달랐습니다.
내가 원하는 걸
하느님이
들어주길 바라는 식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하느님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식이었습니다.
그게
그의 기도였습니다.
왜 그렇게
기도하느냐고요?
하느님 뜻대로
살기 위해서입니다.
내 뜻대로
사는 것보다
하느님 뜻대로
사는 게
더 지혜로우니까요.
더 자유로우니까요.
그걸 알려면
깨달아야 하는
첫 단추가 있더군요.
다름 아닌
자신의 부족함입니다.
정진석 추기경의 기도에는 우리가 어떻게 에고의 뜻을 접고 신의 뜻을 따를지, 그 구체적인 방법이 담겨 있다. 중앙포토
아,
나는 부족한
존재구나.
아,
나는 불완전한
존재구나.
그걸
깨우칠 때
비로소
이런 기도 소리가
나오더군요.
“하느님께서는
지금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실까?”
그런 과정을 통해
하늘의 뜻대로
살고자 하더군요.
정 추기경의
기도에서
저는
그걸 보았습니다.
이 한마디!
“하느님께서는
지금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실까.”
사람들마다
기도의 방향이
다릅니다.
기도를 통해
어떤 사람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신의 뜻을 묻고서
그걸 받아들이려 합니다.
나의 뜻과
신의 뜻이
맞아떨어질 때는
괜찮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뜻과 신의 뜻이
충돌할 때가
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할 때 예수는 자신의 뜻과 신의 뜻이 충돌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다.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챗GPT, 백성호 기자
그때
드러나더군요.
내가
정말로 섬기는 게
누구인지 말입니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섬기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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