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양해원의 말글 탐험 35

만병통치약처럼 남용되는 '~에 대한'

[양해원의 말글 탐험] 만병통치약처럼 남용되는 '~에 대한'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11.24. 03:03업데이트 2020.07.23. 01:29 밀린 품삯만 수백만원. 조합에 들었다고 일감마저 끊겼다. 차 끌고 발주(發注) 회사 가서 시위라도 하는 수밖에. 그 사람들이 좀 보잔다. 하도급 업주도 불려 왔다. 젊은 실권자(實權者)가 나긋나긋 패악(悖惡)을 부린다. 둘이 치고받으라니. 흠씬 맞은 건 둘째치고, 같이 간 아들이 그걸 억지로 다 봤다. 못 받은 돈에 몇 배 얹어 아이 과자 값 하란다. 되돌아가 따지니 또 주먹질인데…. 영화 '베테랑' 주인공은 막돼먹은 재벌 3세. 트레일러 기사를 죽을 지경으로 만들곤 죄 뒤집어씌울 구멍을 찾는다. 이런 망나니한테도 거꾸로 배울 점이 있다. 사람 대하..

'맞다 게보린'은 안 맞는다

[양해원의 말글 탐험] '맞다 게보린'은 안 맞는다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11.17 03:03업데이트 2020.07.23 02:15 알리가 시합하면 왜 맨날 레퍼리란 사람이 심판을 볼까? 그나저나 저 안에 어떻게 사람들이 들어갔지? 광고는 괜히 침이나 흘리게 하고. 열두 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 주고 싶어요…. 네 발 달린 미닫이 장(欌) 속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학교에서 배우는 동요(童謠)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여로(旅路) 같은 연속극이야 말할 나위도 없었지만. 이러구러 한 10년, 총천연색 화면에선 노래 대신 글귀가 귀를 잡아당겼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사나이 대장부가 울긴 왜 울어,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

돌아가신 분한테 永眠하라니…

[양해원의 말글 탐험] 돌아가신 분한테 永眠하라니…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11.10 03:11업데이트 2020.07.23 03:02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나라를 뒤집어놓은 사람이 한 말이다. 정말 그런 죄가 있는지 조사받으러 들어가며 또 한마디 했다. 용서(容恕)해 주십시오. 그럼 조금 전 자복(自服)한 말은 뭐란 말인가. 죄는 지었는데 벌은 안 받겠다? 과연 말이 될까. 입으로 하는 말이 흔히 그런다 치자. 틀리면 바로잡을 여지가 있는 글도 말 안 될 때가 잦아 탈이다. '태국 국민들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으로, 특히 가장 어렵고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깊은 존경을 받아온 푸미폰 국왕의 영면을 기원한다.' 지난달 태국 국왕이 서거하자 우리나라 대통령이 애도 성명(聲明)을 냈다. ..

'매료시킨다'고, 누구한테?

[양해원의 말글 탐험] '매료시킨다'고, 누구한테?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11.03 03:03 지아비를 잃은 여인은 살길이 막막했다. 자식은 먹여 살려야겠고. 살림 줄이느라 집부터 옮겼다. 공동묘지 동네면 어떠랴. 어린 아들은 곡(哭)하며 놀았다. 이대로 눌러앉을 수는 없는 노릇. 그나마 갈 만한 데가 전세금 덜 비싼 시장통이었다. 일수(日收) 찍고 나면 끼니 잇기도 버거운 나날. 밤낮으로 베를 짰다. 아이 돌볼 짬이 어디 있으랴. 어느 날 옆집 아줌마가 그랬다. 가(軻) 엄마는 좋겠어. 나중에 돈 잘 벌겠던데. 허구(許久)한 날 보고 들은 대로 물건 사고파는 놀이를 한 모양이었다. 장사보다 공부를 잘하면 좋으련만. 그래, 빚을 더 내서라도 학원가로 가자. 보람이 나타났다. 이 녀석 몸가짐부..

'가을비 우산 속'에서 잊어버린 것

[양해원의 말글 탐험] '가을비 우산 속'에서 잊어버린 것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10.27 03:09 붉으락푸르락 가로수가 요란스럽다. 그악스러웠던 여름한테 느지거니 성이 났나 보다. 메마름을 달래주려는지 가을비가 내렸다. 질세라 '낙엽 비'까지. 나뒹군 잎새가 아직 축축해 안쓰럽다. 흘릴 눈물도 없을 텐데. 이맘때면 조건반사처럼 피아노 전주(前奏)가 귓가에 맴돈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 때문에/ 흐르는 세월 따라 잊혀진 그 얼굴이….'(최헌 '가을비 우산 속') 40년 다 됐어도 마음을 적시는 이 노래, 옥에 티가 있으니 '잊혀진'이다. '잊다'의 피동형(被動形)은 '잊히다'인데, 같은 피동을 나타내는 보조동사 '지다'가 덧붙어 이중 피동이 됐다. 듣기 좋..

술자리 重言復言을 닮은 겹말 표현들

[양해원의 말글 탐험] 술자리 重言復言을 닮은 겹말 표현들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10.20 03:10 목 축이느라 한잔, 반갑다고 한잔, 권하니까 한잔, 분위기 좋아 한잔, 취해서 한잔, 아쉬우면 또 한잔…. 가까운 사람들끼리 수작(酬酌)하노라면 핑계도 많다. 사회생활로 팽팽해진 정신 줄 어지간히 풀어놓을 수 있어 좋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암만 떠들어도 큰 트집 안 잡혀 좋고. 시답잖은 입씨름이 달아오를라치면 알코올이 '필름'을 뺏어버린다. 하여, 그 자리에서 한 얘기 또 하고, 다음에 만나 또 하고. 말 그대로 중언부언(重言復言)인데…. 말짱한 일상이라고 없을쏘냐. 특히 신문·방송의 중복 표현, 넓은 의미의 겹말이 그렇다. 지난번 다룬 합성어보다, 두 낱말 이상인 구조가 더 흔하다...

입소문과 소문의 차이

[양해원의 말글 탐험] 입소문과 소문의 차이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10.13 03:03 머리 박박 깎인 꼬맹이들이 검정 교복에 싸여 학교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책가방엔 교과서·공책, 양은 도시락에, 펜이나 만년필, 잉크병 따위를 담았다. 작으나마 옥편(玉篇), 영어 사전(辭典)도 빼놓지 않았다. 중학교 가서야 처음 배우는 abc며 'I am a boy'가 신기하기도 해서 재미 삼아 사전을 들추곤 했다. 다른 녀석들은 얼마나 손때 묻혔는지 넌지시 살피기도 하고. 국어사전은 달랐다. 우리말이 그나마 익숙해서였을까, 아니면 대수롭잖게 여겨서였을까. 잘 있지도,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다. 하물며 이젠 인터넷 검색창에 타닥 치면 다 뜨는 세상이거니. 게다가 '개방형 웹 사전'이라는 '우리말샘'이 새로..

우리말글 탐험

스페셜와이드뉴스 [한글날 특집] 우리말글 탐험 양해원 글지기 대표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입력 2016.10.08 07:00 | 수정 2017.02.16 09:37 ~웨딩, ~컨벤션, ~타워, ~스퀘어, ~하우스, ~가모, ~티움, ~블레스, ~몽드, ~펠리체, 더~, 아베~ …. 어쩌다 우리말이래야 끝자락에 달라붙은 '귀족' 정도다. 이름만으로는 대체 어느 나라 예식장인지 모르겠다. 외국 영화, 특히 어릴 적 보던 배우 얼굴이며 이름처럼 현란하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현란(絢爛)이 아니다. 정신 못 차릴 만큼 어지러운 현란(眩亂)…. 이렇게 티라도 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어떤 말은 엉큼하게 한글로 차려입고 제법 행세한다. '김정은은 북한 권력층을 해임하거나 숙청하는 이른바 '공포정치'를 통해 자신의 권력 기..

'다르다' 하면 될 걸 왜 相異하다 하나

[양해원의 말글 탐험] '다르다' 하면 될 걸 왜 相異하다 하나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10.06 03:09 '나라말이 중국(中國)과 달라 한자(漢字)로는 서로 통(通)하지 않으니….' 세종대왕이 손수 쓴 훈민정음(訓民正音) 머리말을 현대어로 표기한 것이다. 요즘 국가 지도자라면 아래처럼 쓰지 않을까? '국어(國語)가 중국(中國)과 상이(相異)해 한자(漢字)로는 소통(疏通)이 불가능(不可能)하니….' 당시보다 한자어가 훨씬 많다. 대왕은 훈민정음 말뜻 그대로 글 모르는 백성을 깨우치고자 했다. 어려운 한자와 한문에서 해방하려 한 것이다. 예문대로라면 오늘날 해방은커녕 옥(獄)에 갇힌 꼴이다. 억지나 과장일까. 신문 기사를 들춰보자. '고객에 대한 장기적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문장의 다양성 죽이는 '것'

[양해원의 말글 탐험] 문장의 다양성 죽이는 '것'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9.29 03:09 젖먹이가 잠들면 아버지는 으레 머리맡에 앉았다. 오르로 돌아가는 머리통이 행여 너부죽해질세라 반듯이 눕히고자 함이었다. 바로 해 놓으면 돌아가고, 바로 할라치면 또 뽀드득…. 그예 짱구가 된 놈이 아장댈 무렵부터 장난감 굴리듯 하며 공것(空-)이라 놀려댔다. 말뜻으로는 '거저 얻은 물건'인데, 예전 어른들은 막내를 더러 그리 불렀다. 고것, 부엌것, 상것, 아랫것, 어린것, 요것, 저것, 젊은것, 잡(雜)것, 좀것, 촌(村)것, 행랑(行廊)것…. 귀여워서든 낮잡아서든 사람을 이를 때 이렇게 '것'을 섞어 쓴다. 홀로 쓸 때도 쓰임새가 푸지다. 헤퍼 보이는 '것' 또한 제법이어서 그렇지. '6급 별정..

'過半'을 넘으면 얼마지?

[양해원의 말글 탐험] '過半'을 넘으면 얼마지?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9.22 03:09 들썩이는 일본 탓에 우리나라 지진이 잦아졌을까. 한 해 걸러 한 번꼴로 난다는 '파괴적 지진' 얘기가 아니다. 일본 의회 개헌(改憲) 세력이 3분의 2를 넘겼다. 유권자도 두 달 만에 찬성파가 더 많아졌다. 개헌 핵심은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 태평양전쟁으로 판 제 무덤을 또 파려는가. 그 야욕(野慾)에 디딤돌을 놓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때로 가 보자. '이날 열린 참의원(총 242석) 선거에서 자민당이 118석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개표가 진행 중인 11일 0시 30분 현재 상황이다. 과반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과반(過半)은 절반이 넘는다는 뜻이니 여기서는 딱 121석이..

'수입산'이라니, '수입'이라는 나라도 있나?

[양해원의 말글 탐험] '수입산'이라니, '수입'이라는 나라도 있나?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9.08 03:03 1 명절이면 당숙(堂叔) 댁으로 심부름 다니곤 했다. 들고 간댔자 정육점에서 신문지에 둘둘 싸 주는 쇠고기 두어 근. 버스를 몇 번 갈아탔다. 터덜거리는 머릿속에 이게 한우(韓牛)일까 하는 궁금증은 없었다. 강산이 서너 번 바뀌었는데 세속(世俗)이야 오죽할까. "요즘 백화점이나 마트 가보면 명절 선물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올 추석에는 수입산 선물 세트가 인기라고 하는데요.(뉴스 진행자) ~ 양은 수입산 선물 세트가 2배 많은데 값은 절반이 조금 넘습니다. 어려운 경기에 올 추석 저렴한 수입산 선물 세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기자) ~ 국산이 너무 비싸서… 수입산..

우리말에 서식하는 황소개구리

[양해원의 말글 탐험] 우리말에 서식하는 황소개구리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9.01 03:03 태백산 낙엽송(落葉松)이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밉보였나 보다. 50만 그루를 싹 베어내려는 이유는 일본산. "이미 우리 땅에 자리 잡았는데" "다른 외래종(種)은 그럼" "그러다 환경 망가질라"…. 시끄러워지자 일단 접어놓은 이 일에서 언어 생태계(生態系) 문제가 떠오른다. 요즘은 일본산 못지않게 영어 때문에 어지럽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린 11일 오후. 땡볕 아래 40여 명이 강원 고성 대진항에서 화진포를 향해 걷고 있었다. 2016 만해로드 대장정에 참여한 대학생 26명과 동국대 만해연구소 연구원들이다.' 잘 닦은 '길' 버리고 '로드'를 따라간 것부터 꺼림하다. 게다가 하필 독립운동가 한용운 ..

우리들과 여러분들

[양해원의 말글 탐험] 우리들과 여러분들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8.25 03:09 유럽연합과 따로 살기로 하면서 영국뿐 아니라 세계가 들끓었다. 그 일로 삐져나온 세대(世代) 갈등만으로도 영국은 골치깨나 썩게 생겼다. '18~24세의 젊은 유권자는 75%가 EU 잔류를 택했지만, 65세 이상은 61%가 탈퇴를 지지했다. 젊은 층들은 SNS에 "기차에서 어른을 봐도 절대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있다"는 글을 올리는 등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망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노인 빈곤, 청년 취업난 등으로 처지가 비슷해 보인다. 자리 양보 얘기를 보면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젊은 층이 오히려 못하지 싶다. 그런데 ..

'6배가 늘었다'와 '6배로 늘었다'

오피니언 [양해원의 말글 탐험] '6배가 늘었다'와 '6배로 늘었다'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8.18 03:03 "언론은 거짓말쟁이." 진실을 목숨처럼 여기는데 웬 애꿎은 소리냐고? 그럼 한번 해보자, 기사 속 숨은 거짓말 찾기.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학생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총 4212곳(초 2645곳, 중 1166곳, 고 401곳)으로 집계됐다. 2001년(700곳)보다 6배나 늘어났다. 저출산 영향으로 학생 수가 가파르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교육부에서 내놓은 자료를 확인했다. 2645+1166+401=4212. 학교 수 자체도, 계산도 틀림없다. 그런데 2001년 700곳은 학생 300명이 아니라 60명 이하인 학교였다. 소규모 학교 기준이 시기나 지역마다 달라, 설명..